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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156

김광규 '안개의 나라' 해석/해설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안개의 나라 우의적. 현실 비판적 흰색의 색채 이미지 (시각적 심상) 유사한 시어 '안개'의 반복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안개는 시야를 가림(진실이 은폐됨)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 진실 은폐가 지속되다보면 거기에 익숙해짐 (비판적 인식 마비. 상황에 순응) 보려고 하지말고 들어야 한다 = 듣기라도 해야 한다... 2019. 11. 23.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 덧붙임 : 이장희 시의 특징 1920년대 초반의 시단은 퇴폐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등 서구 문예 사조에 온통 휩싸여 퇴폐성이나 감상성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서에 휘말리지 않고 예리한 감각과 세련된 기교로 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 시의 길이가 짧음 개인적 서정을 섬세하게 드러냄 묘사 위주의 감각적인 시어 사용 다의적인 뜻을 지니는 상징 기법을 많이 사용 이러한.. 2019. 11. 23.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해석/해설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집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덧붙임 : 노을이 물든 가을 강을 바라보면서 애상감에 젖는 화자를 통해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한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시.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전통적, 애상적 -주제 : 삶의 유한성에 대한 한 - 특징 1. 물의 이미지와 불의 이미지가 적절히 .. 2019. 11. 22.
박재삼, '추억에서' 해석/해설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추억에서' , 박재삼 + 생각해보기 '울엄매야 울엄매'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토속적이며 향토적인 정감을 불러일으키며 친근감을 느끼게 함. 또, '울엄매'라는 단어의 발음은 '울고 있는 엄마' 라는 의미를 연상시켜 어머니 삶의 한을 효.. 2019. 11. 20.
서정주 '귀촉도' 해석/해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귀촉도', 서정주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정시 - 성격 : 전통적, 동양적 - 주제 : 사별의 한과 임에 대한 그리움 - 특징 : 1. 3음보 전통적 율격과 7.5조의 음수율을 기본으로 함 2. 와의 접목과 감정이입을 통해 화자의 애틋한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표출 서정주.. 2019. 11. 20.
문학의 해석 관점 (외재적 관점, 내재적 관점) 외재적 관점과 내재적 관점 외재적 관점에는 반영론적/ 표현론적/ 효용론적 관점이 있다. 반영론적 관점(모방론) 작품을 작품의 대상이 도는 현실과 인생을 재현 반영했다고 보는 관점. 작품에 반영된 시대 현실 역사의 검토가 중시된다. 작품을 역사적 사실들의 조립체 또는 역사 자료로 볼 우려가 있으며 작품과 현실을 지나치게 일대일로 대응한다는데서 기계적 수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표현론적 관점(표현론, 생산론적 관점) 문학 작품을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 등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관점. 작품 속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 정서 파악이 중시된다. 이것은 문학을 감정의 표현 또는 작가의 지각 사상 감정에 작용하는 상상력의 산물로 정의하는 낭만주의와 연결되는 관점. 이 관점은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 아님에도 불.. 2019. 11. 20.
정지용, '장수산1' 해석/해설 벌목정정(伐木丁丁)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커다란 나무가 베어질 때 나는 쩌렁쩌렁한 소리. 실제로 나무를 벤다는 뜻이 아니라 벨 때 그런 소리를 낼만한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산의 장엄함을 표현한 것) (아람도리 :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 (멩아리 : 메아리)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졌을 때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쩌렁쩌렁 골짜기를 울리면서 돌아올 만큼 깊은 산골의 적막한 모습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작은 짐승의 움직임조차 감지할 수 없을만큼 고요함) (뼈에 사무칠 정도의 적막감 - 촉각적 이미지) (눈내린 밤이 종이보다 희구나!) -> 눈 내린 밤은 종이보다 .. 2019. 11. 20.
심훈 '그날이 오면' 해석/해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저항시(참여시) .. 2019. 11. 19.
박남수 '종소리' 해석/해설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박남수, '종소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성격 : 상징적, 역동적, 주지적 - 주제 : 억압을 뚫고 퍼져 나가는 자유의 기세 - 특징 1. '종소리'를 의인화하여 자유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강조 2. '종소리'를 다양한 이미지로 변용하여 자유를 향한 비상과 확산을 표현 작가 소개 박남수(朴南秀, 19.. 2019. 11. 19.
이용악 '낡은 집' 해석/해설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래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모도 모른다. 찻길이 뇌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도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보냈다는 그 날 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 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한층 붉더란다. 갓주지 이.. 2019.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