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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156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해석/해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 2019. 11. 17.
김동명 '파초' 해석/해설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특성1 : 조국(남쪽나라)을 떠났음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화자의 태도 : 연민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파초의 특성2 : 조국을 그리워함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파초의 특성3 : 외로움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화자의 태도 : 위로 (스콜을 그리워하는 파초를 위해 스콜처럼 물을 줌으로써 파초를 위로함)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화자의 태도 : 보호 ('또'라는 표현을 통해 이제까지처럼 앞으로도 보호하겠다는 화자의 태도를 알 수 있음)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화자의 태도 : 헌신 (너를 위해 기꺼이 종이 되겠다)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우리.. 2019. 11. 17.
유치환 '일월' 해석/해설 나의 가는 곳 (자유와 광명의 세계를 추구하는 길) 어디나 백일이 없을쏘냐. (백일 : 본연의 생명, 광명, 순수, 진실 - 화자의 삶의 지향점) 머언 미개적 유풍을 그대로 성신과 더불어 잠자고 (성신 : 별 / 2연은 원시적 생명력과 순수함을 그대로 지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뜻함)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비와 바람 : 자연) 나의 생명과 (생명 : 참된 삶)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하되 (생명에 속한 것 : 참된 삶을 사는데 필요한 것들 - 정의, 소신, 의지 등 / 열애 : 적극적, 주체적 사랑이면서 광명에 대한 화자의 적극적인 태도를 알 수 있음) 삼가 애련에 빠지지 않음은 (애련 : 사랑, 그리움 같은 나약하고 소극적인 감정) ㅡ그는 치욕임일레라. (애련에 빠지는 삶은 치욕임을 뜻함) 나의.. 2019. 11. 17.
황동규 '즐거운 편지' 해석/해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그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반어적 표현을 통해 참신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시. - 갈래 : 산문시, 서정시 - 성격 : 고백적, 낭.. 2019. 11. 16.
사설시조 '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바람도 쉬여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 고개 山眞(산진)이 水眞(수진)이 海東靑(해동청) 보라매도 다 쉬여 넘는 高峰(고봉) 長城嶺(장성령) 고개, 그 너머 님이 왓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여 넘어 가리라. 해석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어 넘는 고개 산진이, 수진이, 송골매, 보라매도 다 쉬어 넘는 높은 장성령 고개 그 고개에 임이 왔다 하면 한 번도 아니 쉬고 넘어가리라. * 산진이 : 산에 사는 매 해동청 : 송골매의 다른 이름 * 파란색 글씨는 아래아(ㆍ)를 편의상 모음'ㅏ'로 바꾸어 쓴 것입니다. - 갈래 :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 - 성격 : 연정적, 과장적 - 주제 : 임에 대한 강렬한 사랑의 의지 - 화자의 정서와 태도 : 임에 대한 강렬한 사랑.. 2019. 11. 11.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해석/해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행 : 시의 본질에 대한 문제 제기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 겸손한 자세 3~4행 : 사색, 성찰의 과정 저녁녘 남대문 시장 = 서민적 삶의 공간 생각나고 있었다 = 깨달음 그런 사람들 =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서민 알파 = 시초, 시작, 기원 후반부 그런 사람들이~끝까지 = 성실하고 건.. 2019. 11. 9.
신석정,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대(山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즈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세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 2019. 11. 5.
서정주 '춘향 유문' - 춘향의 말3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에요! - 서정주 '춘향 유문' - 춘향의 말3 화자(춘향)의 윤회관이 전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고 설득력을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불가역적인 자연 현상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 즉, 물이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이 소나기가 되어 내리는 자연 현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춘향의 생사와 시공을 .. 2019. 11. 3.
백석,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여승' , 백석 * 시어 풀이 가지취 : 취나물(산나물)의 일종 금점판 : 금광의 일터 파리한 : 몸이 몹시 여위거나 핏기가 없고 해쓱한 나 어린 : 나이가 어린 섶벌 : 재래종의 꿀벌 마당귀 : 마당의 한 귀퉁이 .. 2019. 11. 1.
김광균, '추일서정' 해석/해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 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김광균, '추일서정' * 시어 풀이 포화 : 총포를 쏠 때 일어나는 불 도룬 시 : 폴란드의 도시 이름 * 도시의 황량한 가을 풍경 묘사를.. 2019.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