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각/임신, 출산 기록

초산 자연분만 출산후기 2 - 39주6일/무통/촉진제/제모/관장X

솜비 2021. 3. 19. 21:32


3. 진통의 시작

2시50분 : 양수 파수
4시 : 병원도착, 슬슬 진통 시작
4시 30분 : 촉진제 투여
6시쯤 : 무통 주사 투여
8시 30분 : 출산

분만실로 올라와서 누워서 두꺼운 주사 바늘로 촉진제를 놓고 (너므 아팠음ㅜㅜ) 양수 균감염 우려가 있어서 항생제도 맞았다.
담당원장님 내진을 받고왔다고 했는데도
분만실 내진을 따로 봐야한다고 하면서 간호사가 내진했는데
와...... 원장님 내진은 그냥 묵직하고 쪼금 아픈정도였는데 간호사 내진은 그냥 냅다 휘적휘적하는 느낌이어서 너무 아팠다.
ㅠㅠ30퍼센트 열렸다면서 누워있으라고하고 나갔는데
내진때문인지, 촉진제 때문인지.. 밑은 얼얼한 상태에서 진통도 더 세지기 시작해서 슬슬 참기가 힘들어졌다.
평소에 가진통 세게 오는편이어서 그때마다 심호흡을 잘했었는데
진진통은 진짜 너무 아프니까 심호흡도 잘 안되고, 앓는 소리도 컨트롤 안되게 지맘대로 나왔다ㅜㅜ
그리고 진통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아래가 내것이 내것이 아닌 느낌ㅠㅠ... 뭔가 뚝 떼어놓고 있는데 아픈 느낌이랄까...


진통 간격이 5분 정도고, 그나마 진통 안올땐 조금 살만했다.
신랑이 손잡아주고 안절부절 어찌할바를 모르고 계속 안타까워했다.
옆에서 계속 안쓰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으로 같이 출산하는구나 싶었다.






4. 무통천국

5시쯤 마취과 원장님이 오셔서 새우등 자세로 무통관을 넣어주셨다.
4시반부터 6시쯤까지 한시간 좀 넘게 진통을 앓았는지 어쨌는지 너무 아파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에
무통주사를 요청했더니 간호사가 들어와서 또 내진을 휘적휘적하고ㅠㅠ
너무 아파서 죽을것 같은데 휘적휘적하는 내진은 진짜 지옥문 터치하고 오는 느낌이었다.

내진해보고 4cm 열렸다고 무통주사를 넣어주었는데 서서히 다리가 저리면서 감각이 이상해졌다.
진통도 차츰 줄어들다가 절반 정도가 되고,
나중에는 생리통 정도로 통증이 적어졌는데 그때 간호사가 또 들어와서 양쪽 다리 쩍벌로 들고 있으라고 하더니 이번엔 내진하면서 힘을 뽝뽝 주면서 자궁문을 넓혔다ㅜㅠ
무통주사 덕분에 통증은 많지 않았지만 아프고 힘들고 느낌이 너무 안좋았다ㅜㅜ
자궁문 넓히는걸 하고서는 안아프다고 쉬지말고 운동을 해야 자궁문이 열리고 아기가 내려온다고 운동하라고 당부하며 나갔다.

무통주사때문에 힘없이 풀리는 다리로 신랑의 부축을 받으면서 짐볼을 탔다.
짐볼을 타다보니 언제 진통했나 싶게 거의 안아파져서 그때부터 폭풍 쌍욕을 했다.
'ㅅㅂ ㅈㄴ아퍼.. 내가 미쳤지, 제왕절개 할걸' (반복) ㅋㅋ
무통주사 덕분에 안아파서 이것이 무통천국이구나!!! 했다ㅎㅎ

담당 의사쌤이 7시까지 촉진제 써보고 자궁문이 열리는게 진행이 안되면 촉진제 끄고 다음날 다시 시도하자고 했기에 ㅜㅜ 이 아픈 진통을 질질 끌고 밤새 계속 아프고 싶지 않아서 안아플때 짐볼을 열심히 탔다.

신랑이랑 얘기하면서 한참 탄것 같은데
무통 주사를 맞은지 40분 정도가 넘으니 천국을 벗어나고 다시 지옥문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진통이 다시 아프게 오더니 급기야 아파서 짐볼을 못탈 정도가 됐고, 간호사쌤 호출해서 무통주사를 다시 놔달라고 했다.









5. 출산

무통주사 놔준다고 들어와서는 또 내진을 휘적휘적하는데 8cm가 열렸다고 곧 분만할수 있다고 무통주사를 반만 주고 갔다.
그래서 그런지 진통이 살짝 괜찮은듯 하다가 다시 아파왔다.
진통 세기도 세지고, 주기도 엄청 짧아져서 체감상 1~2분?마다 진통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너어무 계속 아팠다.
이상하다 이게 정상인가.. 허리가 끊어질것처럼 아프니까 이상해서 간호사를 부르니 담당원장님 곧 오실거라고 분만하자고 들어왔다.
(계속 허리가 아픈건 왜 아픈지 미스테리..)


'굴욕 3종 세트'라고 출산전에 보통 '내진, 제모, 관장'을 하는데 이때 제모를 했다.
관장은 어쩐일인지 하질 않았고, 분만중에 나왔는지 안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냄새가 안나서 안나왔을거라 예상됨.
심지어 양수터지고서 응아하고 병원옴ㅎㅎ
참, 진통때문에 소변을 못봐서 두번이나 소변줄 꽂아서 억지로 소변을 뺐는데 소변줄 꽂는것도 개아팠고ㅠㅠ 억지로 배눌러서 소변 나오게 하는것도 아팠다.



간호사들이 여럿 들어오고, 보호자는 나가있으라고 하고서는
진통이 오면 힘주기를 시작하자고
유튜브에서 본 자세대로 쩍벌하고 손을 무릎뒤에 넣고 응아하듯이 힘주면서 고개는 배를 보라고 했다.
진통올때에 맞추어 숨을 들이마시고, 숨참고 힘주기를 10초 가까이 하고, 다시 반복했다.
그리고 아기한테 산소줘야한다고 해서 다음 진통까지 심호흡을 대여섯번 반복했다.

힘주기2번, 심호흡 여러번 - 이게 한 셋트였는데
아직 아기가 안내려왔다고 힘주기할때 간호사가 배를 있는힘껏 눌렀는데 세상 너무 아파서 진통으로 신음하는 와중에도 '이거 안하면 안돼요? 너무 아파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ㅠㅠ
두번 누를거랬는데 다행히 그러고 더이상 누르지않았다.
장기들이 터질것 같이 너무 아팠다ㅜㅠ

힘주기를 두 셋트 정도 하고나니 아기가 골반에 낀 느낌이 났다.
응아가 밑에서 막힌 느낌이랄까..
또 진통 올때에 맞춰 서너 셋트 반복하고나니
진짜 뭔가 꽉 끼인 느낌이 많이 났다.
너무 잘하고있다고 칭찬을 들었다.
소독된 초록색 방수포가 몸위에 덮이고, 아기 나오면 올려야하니까 손대지말라고했다.

힘주기 두어 세트를 더 하고나니 담당원장님이 들어오셨고,
이제 마지막 2번 힘주면 아기 나온다고 신랑을 불러왔다.
마지막 힘주기를 2번 하니까 뭔가 쑤욱 나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곧이어 뜨끈하고 가벼운 느낌의 아기가 가슴팍에 올라왔다.
초산인데 왜이렇게 잘하냐고 원장님과 간호사들이 감탄을 계속 해댔다.
그냥 아파서 살기 위해 힘줬어요ㅜㅠ
진통이 이렇게 아픈데 두명 세명 어떻게 낳아요? 그랬더니
이렇게 낳으시면 돼요~ 그랬다😅


신랑이 탯줄 자르고, 아기는 옆으로 옮겨져 이물질과 피를 닦고 따뜻한 물에 넣어서 보여주었다.
그동안 배를 눌러서 태반을 빼고 회음부 절개를 봉합하는 후처치가 이루어졌다.
아기 보는 동안 후처치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꿰맨것 같다.
낳느라 너무 힘들어서 후처치 내내 그냥 축 늘어져 있었다.

실습 간호사들이 둘이나 지켜보고있고, 담당원장님, 양쪽에 보조해주는 간호사 둘, 아기 케어하는 간호사까지 있었는데 쩍벌하고 애낳는 모습을 보이는게 부끄럽지만 통증때문에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너무 아파서 내내 눈감고 시키는대로만 했기때문에 눈앞에 안보이니까 확실히 신경도 많이 안쓰였다.


회음부 열상주사랑 회음부 마사지는 힘주기 시작 할때쯤 받은것 같고,
회음부 절개는 언제 했는지 느낌도 거의 없어서 잘모르겠다.
그냥 어느순간 느낌이...이게 절개한건가? 했는데 잘모름ㅎㅎ
무통주사 덕분에 아기 낳는 통증, 회음부 열상 주사, 회음 절개, 꿰매는 후처치까지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그냥 뭔가 하는구나~하는 느낌
진짜 무통빨 잘받은 덕분이었다😭👍
쫄보에 엄살이 심해서 통증을 잘 못견디는 타입인데 너무나 운이 좋았다.







6. 아기를 본 첫 느낌

양수에 불어서 나온 아기는 엄청 낯설었다.
내가 낳은것 같지 않고, 뭔가 신랑어릴때 사진이랑 붕어빵같았다ㅋㅋ
양수에 불은 상태라 못생길거라 예상했는데 못생기긴했다.
아.. 낯설어서 정드는데 시간걸리면 어쩌지 싶었다.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커보여서 내가 저걸 어떻게 낳았나..싶고
내 뱃속에 있었다고? 내가 낳았다고? 뭔가 실감이 안나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근데 응애응애하는 목소리가 너무 귀여웠다.
아기들은 다 목소리가 귀엽지만 유난히 여자여자하게 귀여웠다.

후처치가 끝나고,
여러번 배를 눌러 오로를 빼는데 이때도 너무 아팠다ㅠㅠ
진통만큼은 아니지만 개아픔ㅜㅜ

아기 데려가서 씻고 속싸개를 싸서 다시 데리고왔고,
신랑이 아기를 안았는데 뱃속에서 태동할때처럼 꼬물꼬물하다고 신기해했다.
나도 누운채로 안아봤는데 눈떠서 두리번 거리면서 응애~ 또 쳐다보다가 응애~하는게 귀여웠다ㅎㅎ
3.4kg인데도 가벼웠다.



8시반쯤 아기나오고, 9시쯤 후처치와 오로빼는게 끝난것 같다.
분만이 끝나고나니 갑자기 추워져서 덜덜덜 떨었다.
왜 추워진건지 이해불가..

간호사가 배에 동그랗고 딱딱한 것을 신랑한테 배 마사지 하라고 했다.
자궁인지 오로덩어리인지 모르겠는데 마사지 할수록 작아졌다.
양수터지고 3시에 급하게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왔는데
아기 낳고 그때까지 저녁을 못먹어서 배가 고팠다.
패드를 여러번 갈면서 오로를 빼주는걸 반복하고, 입원실에는 10시반쯤 올려보내줬다ㅜㅜ

입원실에 오니 산모용 밥과 미역국을 주길래 신랑이 사온 새우롤, 편의점 도시락이랑 같이 먹기 시작했다.
둘다 저녁을 굶고 그때서야 먹는데다가 긴장이 안풀려서 밥이 많이 먹히진 않았다.
나는 배가 엄청 고파서 밥 한그릇 뚝딱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입에 넣으니 미역국 외에는 다 자극적으로 느껴져서 두세술 억지로 떠먹고 말았다.
밥이 잘 안먹혀서 안맞으려던 영양제를 맞았다ㅜㅜ


나도, 신랑도, 아기도.. 오늘 다들 고생많았다ㅜㅜ♡
실감은 안나는데 배는 쑤욱 들어가 있고, 뱃살이 늘어져서 물렁물렁하니 느낌이 이상하다ㅎㅎ
예전처럼 회복되려나 싶다.
뱃속에 이제 아기가 없는데 왠지 아직 태동도 느껴지는 것 같기도하고..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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