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현대문학

주요한, '불놀이' 해석 / 해설

솜비 2022. 6. 12. 21:53

* 각 연이 이어져 있는 산문시입니다. 해설 편의상 행을 나누었습니다. 원문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핵심정리
갈래 : 산문시, 서정시
성격 : 감상적, 낭만적, 주정적, 상징적
주제 : 임을 잃은 슬픔과 극복 의지
시의 특징과 표현
①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 등의 대립적 의미구조를 취함
② 생경한 한문투의 사용을 줄이고, 우리말의 미감을 살려 표현
③ 영탄적 어조와 격정적인 감탄사로 화자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드러냄
④ '현재-과거회상-현재' 로 시상 전개
⑤ 사랑하는 사람(조국)을 잃은 한 청년이, 슬픔과 좌절 속에서 방황하다가 '시뻘건 불덩이'를 보면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림. 현대 자유시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 참고자료
주요한 <불놀이>
전체 5연으로 이루어진 산문시. 현대 자유시의 선구가 되는 작품.
외형률에 의거하지 않고 감정의 자유로운 흐름에 맞춘 내재율에 의거하고 있다는 것과 계몽적 태도를 탈피하여 개인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자유시로 규정할 수 있다.
화자는 삶과 죽음의 갈등 속에서 삶의 길을 선택하는데 이 갈등의 해소는 현실이 아닌 환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 등 대립적 의미구조를 바탕으로 시적화자는 산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향락의 활기와 죽은 임으로 인한 고통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4연의 ‘강물이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는 그러한 화자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런 대립과 갈등은 마지막 5연에 이르러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의 깨달음을 통해 하나로 통합된다.


* 근대시로서의 불놀이
전대의 시가들이 시인의 자유로운 정서보다는 문명개화같은 시대적 명령을 전통적 운율에 담아내기에 급급했던 반면에, 이 시는 일체의 운율적 제약에서 벗어나 감정의 자유로운 유출에 합당한 자유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며, 대담한 상징적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 시가들보다 세려된 표현을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우리말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


* 불놀이의 시적화자
시적화자는 물 위에 떠 있고 그 주변은 횃불로 타오른다. 바람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로 불어온다. 자아가 지향하는 곳은 구체적으로 능라도라고 되어있으나, 그곳은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이다. 여기서 ‘너의 애인’이라는 2인칭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인칭의 혼동이 아니라면 ‘애인’의 의미에 담긴 주관적 의미를 극복하려는 시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적화자의 애인은 독자의 애인이기도 하며, 자아의 지향점은 독자의 지향점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 감성적, 영탄적 정조
시적화자가 강렬한 삶의 욕구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에서 보이는 파괴적 충동과 관능적 사랑에 대한 격렬한 탐닉의 행동은 아직도 시적 화자가 절망과 비애의 심리 상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상적, 영탄적 정조는 상징주의 문학과 함께 들어온 세기말 사상의 영향, 일제 무단통치 하의 암울한 시대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주요한, '불놀이'  원문
아아, 날이 저믄다. 서편(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빗놀…… 아아 해가 저믈면 해가 저믈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만 듯기만 하여도 흥셩시러운 거슬 웨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업는고 ?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싯별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 냄새 모랫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어시 부족하야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절믄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우에 내여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기름자를 멈출리가 이스랴? ---- 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업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사라도 죽은 이마음이야, 에라 모르겟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와 버릴가, 이 서름 살라 버릴가, 이제도 아픈발 끌면서 무덤에 가 보앗더니 겨울에는 말랏던 꽃이 어느덧 피엇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도라 오는가, 찰하리 속 시언이 오늘 밤 이 물 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상히 녀겨 줄 이나 이슬가......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니면서 튀여나는 매화포, 펄덕 정신(精神)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 더 강렬(强烈)한 열정에 살고 십다. 저긔 저 횃불처럼 엉긔는 연기, 숨맥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십다고 뜯밖게 가슴 두근거리는 거슨 나의 마음……

4월달 다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청류벽, 모란봉 노픈 언덕 우헤 허어혀켜 흐늑이는 사람 떼, 바람이 와서 불적마다 불비체 물든 물결이 미친 우슴을 우스니, 겁 만흔 물고기는 모래 미테 드러벡이고, 물결치는 뱃슭에는 조름오는 니즘의 形象이 오락가락----- 얼린거리는 기름자, 닐어나는 우슴소리, 달아 논 등불 미테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 기생의 노래, 뜯밖에 정욕(情欲)을 잇그는 불구경도 인제는 겹고,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끝업슨 술도 인제는 실혀, 즈저분한 뱃 미창에 맥업시 누으면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間斷)업슨 쟝고 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불니는 욕심에 못 견듸어 번득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여 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 가는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우에 조을 때, 뜯잇는드시 삐걱거리는 배잣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샹한 우슴이다. 차듸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우슴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 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 오르라. 거긔 너의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곳추 너의 뱃머리를 돌니라. 물결 끝에서 니러나는 추운 바람도 무어시리오. 괴이(怪異)한 우슴 소리도 무어시리오, 사랑 일흔 청년의 어두운 가슴 속도 너의게야 무어시리오. 기름자(그림자) 업시는 발금(밝음)도 이슬 수 업는 거슬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노치지 말라. 오오 사로라, 사로라! 오늘밤! 너의 발간 횃불을, 발간 입셜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발간 눈물을…….

 

출처 오래된 자료여서 출처 파악이 힘드므로 문제시 삭제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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