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현대문학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해석/해설

by 솜비 2022. 10. 31.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 설화의 차용. '이별 → 만남'의 모티프)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아내가 죽음)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이별, 죽음의 이미지)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가난한 생활 형편 암시)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수의. 죽음의 이미지) (과거와 현재의 대비)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아내의 성격 - 소박하고 성실했음)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칠석날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이별의 공간적 거리. 수평적)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이승과 저승의 거리. 수직적)
당신 나중 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아내와 '나'의 새로운 모습. 윤회 사상이 담겨있음)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재회의 희망으로 전환)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현실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 것에 대한 다짐)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재회에 대한 믿음과 슬픔의 극복)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 칠석날의 의미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칠석날로, 견우직녀 설화에서 일년 동안 기다린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나는 날이다.
그런데 화자가 죽은 아내를 묻고 돌아오는 날 역시 칠석날로 나타나는데, 칠석날은 임이 죽어 땅에 묻힌 날이라는 표면적인 의미 외에도 언젠가는 견우와 직년처럼 다시 만날 것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회고적
- 주제 :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의 극복
- 특징 : 1. <견우와 직녀 설화>를 차용하여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
2.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이별의 슬픔을 극복
3. 동일한 종결어미 '-네'의 반복을 통해 각운의 효과를 얻고 화자의 애절한 마음을 드러냄
4. 담담한 독백체의 어조로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
5. 대립적 이미지 사용. '만남, 이별, 하늘, 땅'



* 감상포인트
이 시의 화자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화자가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화자가 섣불리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화자와 아내가 먼 훗날 '흙'과 '바람'이 되어 견우와 직녀처럼 다시 만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시는 재회에 대한 믿음을 통해 슬픔을 이겨내고, 이를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 시의 상황 설정이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랑하는 아내를 땅에 묻는 날이 공교롭게도 견우 직녀가 만나는 칠석날이라는 데 있다.
'칠석날'은 화자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끝까지 상반된 의미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믿음으로 귀착되고 있다.
즉, '칠석날'은 임이 죽어 땅에 묻힌 날이라는 표면적인 의미 외에도 언젠가 당신이 흙이되고, 내가 바람이 되어
견우와 직녀처럼 다시 만날 것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 시의 화자는 섣불리 눈물을 보이지 않고 견우와 직녀가 열심히 일해 다시 만나는 것처럼,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 자칫 감상에 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그 슬픔을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시켜 내는 힘이 느껴지는 시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