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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감상

by 솜비 2020. 1. 6.

 

어느 날 주인공은 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곳에 와 있다.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고, 중요 서류가 든 가방조차 잃어버렸다. 술로 인해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몸부림과 그러던 중에 찾게 되는 아스라이 먼 기억의 파편을 긴장감있게 서술한 소설이다.

결국에는 서류 가방도 찾고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면서 회사를 조퇴하고 미스 민을 만나러 간다. 처음부터 이 여자가 모든 일의 실마리였는데, 주인공은 빙빙 돌아 겨우 풀어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미스 민과 주인공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맨 끝부분이다. 아마도 이 소설의 주제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술에 취한 채 망각하고 있던, 어렸을 때의 동생인지 누나인지 쌍둥이인지 모를 혜수에 관한 기억을 줄줄 쏟아낸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미스 민도 비슷한 기억과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 때의 남자아이일지도 모를 주인공과 그 때의 혜수일지도 모르는 미스 민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민의 정을 느꼈을 것이다. 끝 부분의 묘사는 마치 미스 민이 잊고 있던 혜수인 듯한 암시를 준다. 두 사람이 혈육이건 아니건 간에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같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슬픔, 아픔, 고통을 공유하며 그것을 서로 보듬어주면서 연민을 느끼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또,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가 두려워서 그 기억들을 자신의 깊숙한 기억의 저편에 묻어버리고 오늘을 사는 데에 급급한 현대인들의 삶을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이 찾았던 일련의 과정들은 단순히 서류 가방이 아니라, 망각 속에서 잃어버렸던 삶이 아닐까.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자신, 존재의식을 일깨워준다.

 

 

 

 

작가 이균영

한국전쟁에 대해 긴 세월동안 정열적으로 파고든 작가. 한국 문학의 중심 소재중에 하나인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월북한 아버지를 가진 작가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고등학교 3학년때 6.25를 겪었고 그로 인해 고통스런 가족사를 경험해야 했던 작가는 이 문제를 쓰지 않고는 어떤 작품도 쓰지 못할 것같은 부채감이 시달리면 고집스럽고 열정적으로 분단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노을』,『어둠의 혼』,『겨울 골짜기』,와 같은 분단소설의 내용은 18년동안 연재해나간 『불의 제전』에 고스란히 녹아흐르고 있다.

열등의식에 사로잡혔던 사춘기와 가난에 대한 원망등으로 초기 소설은 지나칠 정도로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으나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중편이 많아지고 분위기도 대립에서 화해로 바뀐다.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인 이균영은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바람과 도시》가 당선되었다. 소설집《바람과 도시》 《겨울꿈의 색상》 《멀리 있는 빛》, 동화집 《무서운 춤》(1986), 연구서 《신간회연구》(1993)가 있다.

 

 

 

#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 저편 감상 감상문 짧은 감상문 짧은 감상 이균영 어두운 기억의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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