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여승' , 백석
* 시어 풀이
가지취 : 취나물(산나물)의 일종
금점판 : 금광의 일터
파리한 : 몸이 몹시 여위거나 핏기가 없고 해쓱한
나 어린 : 나이가 어린
섶벌 : 재래종의 꿀벌
마당귀 : 마당의 한 귀퉁이
머리오리 : 머리카락의 가늘고 긴 가닥
* 감상 포인트
이 시는 역순행적 구성방법으로 시상을 전개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해 보면서 감상해보자.
1연은 현재의 상황
2~4연은 과거의 상황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서사적, 애상적, 감각적
- 주제 :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통해 본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
- 특징 : 1. 일제강점기 어려운 현실을 배경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한 여인의 여승이 되기까지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 역순행적 구성으로 여승의 삶의 궤적을 압축하여 제시
3. 화자를 관찰자로 설정하여 여승의 삶을 사실감 있게 전달
4. 감각적 어휘 구사, 적절한 비유를 통해 비극적 여인의 삶을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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