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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

정지용, '호랑나비' 해석 / 해설

by 솜비 2021. 7. 9.

★ 정지용, '호랑나비' 해석 / 해설 / 자료 스크랩 & 중요한 부분 체크

편의상 줄을 나누어 설명하였음, 원문은 맨 아래에 있음.

 

 

화구(畵具)를 메고 산을 첩첩(疊疊) 들어간 후 이내 종적이 묘연하다.

(화자가 화가임을 알 수 있음)

단풍이 이울고 봉(峰)마다 찡그리고 눈이 날고 

(봉마다 찡그리고 : 의인법. 활유법. 겨울이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봉우리의 모습.

자신이 키워낸 것들이 소멸해 가는 것에 대한 불만) (눈이 날고 : 활유법)

 

영(嶺)우에 매점(賣店)은 덧문 속문이 닫히고 삼동(三冬)내― 열리지 않었다.

*단풍이 이울고~삼동 내 열리지 않았다 : (가을~겨울) 시간이 흘러도 매점이 열리지 않았다.

해를 넘어 봄이 짙도록 눈이 처마와 키가 같았다. 

(해를 넘어 ~ 키가 같았다 : 봄이 완연해졌음에도 처마까지 쌓인 눈은 산속이라 잘 녹지 않았음)

 

대폭(大幅) 캔바스 우에는 목화(木花)송이 같은 한떨기 지난해 흰 구름이 새로 미끄러지고 폭포(瀑布)소리 차츰 불고 푸른 하늘 되돌아서 오건만 (대폭 캔바스 ~ 푸른하늘 되돌아서 오건만 :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옴.)

구두와 안신이 나란히 놓인 채 연애가 비린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안신 : 여주인의 신발. 안에서 신는 신발)                 (연애 : 화가와 과부의 사랑)    ( 비린내 : 죽음)

(구두와 안신이 ~ 풍기기 시작했다 : 화가와 과부의 죽음)

그날밤 집집 들창마다 석간(夕刊)에 비린내가 끼치었다. 

(석간 신문에 화가와 과부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을 의미)

 

박다(博多) 태생(胎生) 수수한 과부(寡婦) 흰얼골이사 회양(淮陽) 고성(高城)사람들 끼리에도 익었건만 

매점 바깥 주인된 화가는 이름조차 없고 

(과부와 맺어진 화가)

송화가루 노랗고 뻑 뻑국 고비 고사리 고부라지고 

(송화가루 노랗고, 고사리 : 시간상 봄임을 알 수 있음) 

호랑나비 쌍을 지어 훨훨 청산(靑山)을 넘고.

(화가와 과부의 현신. 나비는 죽음 후의 부활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됨)   (청산 : 이상적인 공간)

- 정지용, '호랑나비'

 

 


<시어 풀이>

*화구 :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 화가임을 알 수 있음 

*疊疊(첩첩) : 여러 겹으로 쌓인 모양. 

*삼동 : 겨울의 석 달 

*踪跡(종적) : 뒤에 남는 자취.  

*大幅(대폭) : 폭이 넓은.   

* 이울고 : 꽃이나 잎이 시들다

* 박다태생 : 하카타(후쿠오카) 출신. 박다(博多하카타. 배가 닿는 곳. 고대 한국어가 일본어화한 것)

* 博多(하카다) : 일본 남부의 항구 도시. 

* 청산 : 풀과 나무가 무성한 푸른 산 

* 힌얼골이사 : 흰 얼굴이야.  

* 淮陽(회양), 高城(고성) : 강원도의 군. 

 

 

 

어느 산장 매점에서 있었던 남녀의 정사 사건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름없는 한 화가와 산장 매점의 주인이었던 한 과부가 한겨울 깊은 산 눈 속에서 사랑을 나누다 

저 세상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의 변사체가 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얘기다. 

신문기사로나 보도됨직한 하나의 사건이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신문에 보도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작자가 이 정사 사건에 대해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문인들은 자연을 동경한다. 세속적인 욕망에 젖어 서로 헐뜯고 살아가는 

소란하고 오염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하고 맑은 자연 속에 머물고 싶어한다. 

더욱이 그 자연이 청정한 눈으로 가득 덮인 깊은 산골이고 보면 이 얼마나 아늑하고 정결한 공간이겠는가. 

그런 성지(聖地)에 때묻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곳을 바로 낙원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러한 행복을 누리는 연인들은 그들의 그 지복한 순간을 영원히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으로 그들의 행복을 구원화하기를 원한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비린내'로 묘사된 두 남여의 죽음이 아름다운 시의 경지로 승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연인들의 죽음을 넘어선 구원한 사랑을 청산으로 날아가는 호랑나비 한 쌍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호랑나비>는 정지용의 청정무구한 자연회귀의 소망과 구원한 순애정신이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한 화가는 곧 작자의 전이된 인물이다. 

현실적으로 성취될 수 없는 작가의 욕망이 작품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세계>

 

1. 서구 지향적, 도회적 감각이 드러나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됨

2.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로 대상의 선연한 이미지를 형상화함.

3. 우리말을 갈고 다듬어 참신한 언어 세계를 창조해 냄.

4. 193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근대의 풍경을 뒤로 하고 자연의 세계로 시선을 돌림.

 

 

정지용은 1930년대 중반에 그가 빠져들어 있던 종교적인 구도의 세계를 노래한 일련의 시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일관되게 시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시는 자연을 통해 자신의 주관적인 정서와 감정의 세계를 토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면서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감각적인 인식 그 자체를 언어를 통해 새롭게 질서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법은 모더니즘이라는 커다란 문학적 조류 안에서 설명되기도 하고 이미지즘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정지용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시법으로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은 예리하고도 섬세한 언어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언어의 조형성에 대한 탐구에 관심을 집중하여 공간적인 조형의 미를 창조한다. 이 같은 특징은 언어의 감각성을 최대한 살려내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에 의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지용은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에 근거한 산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언어에 대한 자각을 각별하게 드러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까지의 대다수 시인이 감정의 분출에 의거하여 시를 썼다면, 1930년대 그에 의하여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선명한 심상과 절제된 언어로 포착해내는 시가 씌어지는데 이러한 경향은 「향수」(1927), 「유리창」(1930)과 같은 시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언어에 대한 각별한 배려는 그의 시에서 일관된 특성이지만, 그의 시 세계는 크게 세 단계의 변모과정을 거친다. 1925년경부터 1933년경까지의 감각적인 이미지즘의 시, 1933년 「불사조(不死鳥)」 이후 1935년경까지의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시, 그리고 「옥류동」, 「구성동」 이후 1941년에 이르는 동양적인 정신의 시 등이 그것이다.
초기시에서 정지용이 보여준 감각적 선명함은 후기 산수시와 긴밀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바다 9」에서 드러나는 재기발랄한 심상의 감각적 선명성은 후기의 정신적 고뇌를 함축한 산수시로 나아가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초기에 정지용은 ‘바다’ 시편을 많이 썼다.

 

바다에서 산으로 소재가 이동되면서 산수시 계열의 시들이 씌어지는데, 이는 감각에서 정신에로의 변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의 시편들과 ‘산’의 시편이라는 양자는 겉으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정지용 시의 본질이 감각과 정신을 선명하게 돌출시켜 주는 소묘적 언어의 정교한 회화성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감각적 심상을 빌려 정신적 고요의 공간을 빚어내는 시적 표현과 구성의 긴밀성을 보여준 「장수산」과, 영혼을 비추는 물의 명징성을 인식하여 주체를 해체하는 시적 인식의 객관화에 도달한 「백록담」은 그의 정신주의가 도달한 최상의 수준이었다. 정지용이 산수시로 나아간 것은 식민지 말기의 고통스러움을 정신적 극기로 감내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변절과 친일을 강요당하던 1930년대 말의 식민지적 압력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은 산수에 자신을 숨기는 일이었을 것이며, 동양의 고전적인 전통 속에서 자신의 시적 방법론과 은일의 정신을 체득하려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의 언어적 인식은 자신의 시를 단순히 복고적인 취향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의를 지닌다.

 

자신의 시적 천분을 조탁하여 이룩한 산수시는 당대 최상의 수준이며 한국어가 지닌 언어적 가치를 극대화시킨 예이다. 정지용은 서구 추수적인 이미지즘이나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에 근거한 산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정지용, '호랑나비' 원문

 

화구(畵具)를 메고 산을 첩첩(疊疊) 들어간 후 이내 종적이 묘연하다. 단풍이 이울고 봉(峰)마다 찡그리고 눈이 날고 영(嶺)우에 매점(賣店)은 덧문 속문이 닫히고 삼동(三冬)내― 열리지 않었다. 해를 넘어 봄이 짙도록 눈이 처마와 키가 같았다. 대폭(大幅) 캔바스 우에는 목화(木花)송이 같은 한떨기 지난해 흰 구름이 새로 미끄러지고 폭포(瀑布)소리 차츰 불고 푸른 하늘 되돌아서 오건만 구두와 안신이 나란히 놓인 채 연애가 비린내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날밤 집집 들창마다 석간(夕刊)에 비린내가 끼치었다. 박다(博多) 태생(胎生) 수수한 과부(寡婦) 흰얼골이사 회양(淮陽) 고성(高城)사람들 끼리에도 익었건만 매점 바깥 주인된 화가는 이름조차 없고 송화가루 노랗고 뻑 뻑국 고비 고사리 고부라지고 호랑나비 쌍을 지어 훨훨 청산(靑山)을 넘고.

 

- 정지용, '호랑나비'

 

 

 

 

정지용, '호랑나비' 해석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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