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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Story

[꿈 이야기] 영화 같은 레전드 꿈썰

by 솜비 2022. 5. 17.

긴글 주의) 별로 무섭진 않은데 한동안 현실 적응 불가능했던 꿈

 

 

내가 고등학생 때 꾼 꿈이다.

꿈 속에서 내가 살던 세계는 중세시대 비슷하게 신분제가 남아있는 곳이었다.

나는 현실과 같은 나이였고, 신분은 나름 높은 편이지만, 별로 영향력도 없고 재산도 없는 가난한 집의 고명딸이었다.

혼기가 차서 결혼은 해야 하겠고, 집안을 어떻게든 일으켜야겠다는 책임감도 좀 있긴 했는데

사실 난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여기저기 혼처를 알아보시긴 했는데 사실상 나랑 결혼하면 다 무너져가는 가문을 떠맡는 꼴이라 아무도 결혼을 안하려 하더라.

 

그러던 중 혼사가 들어와서 거의 팔려가다시피 그 집에 들어가게 됐는데, 나랑 결혼하게 될 남자 소문이 너무 안좋았어.

그 가문이 왕가 쪽 피가 가깝게 섞여 있는 높은 가문이고, 재산도 많은데

지금 당주인 그 남자가 호수 안의 섬에 집을 지어놓고 은둔하고 있었거든.

당주가 그렇게 살다보니 점점 가문 영향력도 약해지고 미운털도 많이 박히고 당주에 대한 소문도 진짜 거지같았다.

영향력 있고 돈도 많은 젊은 남자가 집 밖에 나가질 않으니 의심이 될 수밖에 없잖아.

사고 때문에 외모에 변화가 생겼다느니, 이상성애가 있다느니.. 뭐 아무튼 진짜 소문도 안좋았고,

그쪽에서 왜 나한테 결혼 얘기를 꺼냈는지 몰라서 너무 무서웠어.

그냥 가서 나도 평생 갇혀 있어야 하나 싶었고, 혹시 이상한 짓 당하진 않을까도 무서웠고 그랬는데

어쩌겠냐 나한테 선택지가 없는걸.

 

근데 막상 결혼식날 보니까 생각보다 훤칠하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 도닥여주고, 많이 웃어주고...

그리고 신혼이 시작됐는데 내가 자기 경계하는게 솔직히 화날 텐데도 내 몸에 손도 안대고 잘 챙겨줬다.

나도 처음에는 엄청 경계했는데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의심이 점점 풀리더라고.

가끔 의심병 도져서 흠을 잡아보려고 해도 뭐 먼지 하나 나오는게 없었거든.

보니까 그냥 사교성이 부족하고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 같았는데,

가문이랑 재산 때문에 어려서부터 시달려서 그랬나 싶기도 했어.

조용히 책 읽는 거 좋아하고, 가끔 산책 나가고, 운동하고, 가끔 요리사한테 나에게 줄 맛있는 것좀 만들라고 시키고...

나도 솔직히 사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갈수록 마음을 열게 되더라.

사랑받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그렇게 나도 점점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이랑 진짜 연애를 시작했어.

나도 같이 책 읽고 같이 산책하고.. 그 사람이 날씨 좋고 바람 좋다고 호숫가에서 요트 태워준 것도 아직 선명히 기억나.

 

완벽한 신혼이었다. 물질적으로도 풍요해서 걱정할 것도 없었고, 자연스레 애도 생기더라.

큰애는 아들이었는데 고맙게도 쑥쑥 잘 컸다.

근데 난 걔기 커 나갈수록 걱정이 되는거야.

지금 밖에서 남편이 어떤 평판을 얻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큰 애가 가문을 물려받게 될 텐데 우리가 터를 잘 닦아놔야 되는 것 아닌가 싶고.

그런 얘기를 남편한테 꺼내니까 못마땅해하면서도 동의는 해주더라고.

그래서 내가 밖에 나가서 사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진짜 열심히 살았다. 다운튼애비 본 사람 있어? 그 사람들 사교활동 하는 것처럼 참 높은 사람들 세계는 전쟁이더라.

난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그런거 숨기고 살롱 다니고, 할망구들 비위 살살 맞춰주고, 사업 얘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았지만 굴러온 돌이 안주인 노릇 한다고 욕도 먹고 무시도 당하고 솔직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새 생긴 둘째 셋째 생각도 하고 남편 생각도 하면서 버텼다.

남편도 내가 힘든거 아니까 참 잘해주고 한결같이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애들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어.

내가 고생한 만큼 남편 가문도 다시 입지가 좋아지고 있었고, 더 바랄게 없었다.

 

근데 그 때 첫째가 죽었다.

사고사였는데 세상이 무너질 것 같더라.

그때 첫째가 열댓 살쯤 됐었거든.

의젓하고 똑똑하고 동생들도 너무 잘 챙기는 애였는데.

이제 슬슬 당주 교육도 받고 좀 더 나이 차면 예쁜 아가씨도 소개해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 청천벽력이었어.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안들리고 뭘 먹어도 맛이 없었어.

그래도 남편 덕분에 정신을 차렸던 것 같아.

자기도 세상 잃은 듯 슬플텐데 나까지 짐이 되면 안 되잖아.

그리고 아직 나한텐 아들 둘이 더 있고 걔네 생각도 해야지.

그래서 다시 일어나서 하던 대로 섬이랑 섬 밖 왔다갔다 하면서 그랬지.

아무렇지 않은 척 건재한 척 하는데 속이 썩어들어가더라.

 

한 1년 쯤 흘렀을까 이제 좀 모든 게 멀쩡해지는가 싶더니 둘째가 섬 밖에 나갔따가 시신이 돼서 돌아왔다.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대.

나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진짜 말 그대로 돌아버릴 것 같더라.

정신을 놓고 싶었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그냥 세상 모든 게 원망스러웠어.

그쯤 되니까 사람이 아주 상 폐인이 되더라고.

겨우겨우 정신줄 잡고 일어설 찰나 막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여기까지 읽으면 예상했겠지만, 막내도 그렇게 죽었다. 나는 졸지에 아들 셋을 다 잃은 거야.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으니까 오히려 정신이 명료해지더라고.

이렇게 나한테만 불행이 찾아오는 게 뭔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인 걸 알아도 누군가 배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

그 ㅅㅂ놈을 찾아내려면 내가 건강해야겠다 싶었어.

그리고 뭣보다 남편이 있잖아. 수십 년을 한결같이 옆에 있어준 남편이 정말 큰 힘이 됐거든.

가문 이을 사람이 없으면 내가 또 임신을 하면 되지, 아니면 양자라도 들이면 되지.

일단은 우리 몸 건강하고 가문 멀쩡한 게 먼저니까... 하면서 정신 추스리고 살았다.

바깥에서 나한텐 독한 년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불행 중 다행인지 그런 면을 좋게 보는 사람도 생기더라고.

그러면서도 도대체 어떤 새끼가 나한테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지 뒷조사도 했지. 

걸리기만 하면 나도 똑같이 해 주고 싶었어.

 

그리고 남편이 살해당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나도 인생에 미련이 없어지더라.

자살하러 호숫가에 가니 신혼 생각이 났어.

사람이 죽기 직전에 모든 걸 놓으면 오히려 홀가분해진다고 하는데 그 기분이었어.

요트 타던 기억도 나고, 저녁에 산책하던 기억도 나고, 반지 만지작거리면서 장난 치던 기억도 나고.

이상하게 남편이 죽고 나니까 애들 생각보단 남편 생각밖에 안들더라고.

아마도 내가 애들보단 남편을 더 사랑했나보더라.

그렇게 인생 한 번 돌이키고 나니까 진짜 죽을 생각이 들어서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근데 뛰어내리는 순간 저 멀리서 낯선 사람이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그 때 딱 잠이 깼는데, 꿈 속에서 나는 40대 후반 쯤이었는데 눈 떠 보니 다시 고등학생이잖아.

꿈도 너무 생생하고, 꿈에서 느낀 감정도 너무 생생해서 한 며칠 동안 현타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꿈 속의 남편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래.

 

 

 

 

출처 : 디시인사이드 / 이해가 쉽게 말을 바꾼 부분 일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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