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나의 침실로' 해석 / 해설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도다.
(구원의 여성상, 잃어버린 조국) (모임을 뜻함. '모꼬지'의 방언) (밤이 다 가고 날이 밝으려함 - 화자의 다급함)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명령형 종결어미 - 만남에 대한 갈구)
(영탄법) (수밀도 : 껍질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맛이 단 복숭아. 젊은 여인의 관능적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눈물을 뜻함. 눈물을 강요하던 인습, 낡은 가치관) (몸 : 가식이 없는 순수한 상태)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덴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청유형 종결어미 - 새 출발을 염원함) (발각되어서는 안되는 꿈을 추구함)
우리는 어둠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존재. 밤이 가기 전에 무언가를 결행함으로써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음)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암담하고 절망적인 시대 상황)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ㅡ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새벽 - 시간의 경과, 청각적 심상) (=마돈나, 마리아)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안식처. 새로운 희망이 잉태되는 곳, 동경의 세계, 화자가 지향하는 공간)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ㅡ 오, 너의 것이냐?
(달이 지려고 하는 시각 - 새벽) (간절한 기다림으로 환청이 들림)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초의 심지가 짧아짐 - 새벽이 옴) (더우잡고 : 끌어잡고) (눈물도~ : 기다리는 화자의 안타까운 마음)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작은 시련) (기다림에 연약해진 화자의 정신)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그림자)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ㅡ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화자의 불안함, 절박함) (마돈나에게 재촉함)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기다림에 대한 불안)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
네 손에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침실. 영원한 안식처)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자기 반성 후에 가질 수 있는 안식과 평화의 세계)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5연의 '바람'과 달리 가볍고 긍정적 이미지)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ㅡ.
(화자 자신에 대한 연민) (간절한 기다림으로 환청을 들음)
내 몸에 피란 피 ㅡ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기다림에 지쳐 피폐해진 화자)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설의법) (적극적, 능동적 태도)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ㅡ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구원, 부활의 표상) (=침실. 피폐해진 정신에 안식과 활력을 주는 공간)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궁구는 : 뒹구는)
(밤과 육체가 얽어 내는 세계가 삶의 본실과 다르지 않음. '침실'은 죽음과 재생, 정신과 육체가 합일된 세계임)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순수하며 아름답고 영원한 공간)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침이 오려함)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은밀한 만남의 분위기 형성) (마지막 갈구)
구성
1연 : 마돈나와의 만남을 갈구
2연 : 새 출발의 염원으로 몸만 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
3연 : 불안 속에서 마돈나를 기다림
4연 : 안식처에 대한 지향
5연 : 기다림에 지친 하소연
6연 : 시간이 흐르면서 고조되는 불안감
7연 : 급박한 상황에서 오는 초조함
8연 : 마돈나를 애타게 기다림
9연 : 자신에 대한 연민
10연 : 새로운 행동에 대한 결의
11연 : 꿈과 침실이 주는 의미
12연 : 마돈나에 대한 마지막 갈구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낭만시
성격 : 감상적, 퇴폐적, 관능적, 상상적, 현실도피적
주제 : 아름답고 영원한 안식처에 대한 소망
특징
1. 2행 1연의 구조로, 총 12연으로 구성됨
2. 감상적 영탄이 심하게 나타남
3. 각 행의 처음에 '마돈나'를 반복하여 소망의 간절함을 드러냄
4. 시대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도피적 욕구를 통해 표현
5. 감상적이고 격정적인 문체를 통해 화자의 불안감과 절박함을 표현
6. 명령형, 영탄형, 청유형 어미의 구사를 통해 운율 형성
시가 쓰인 시대적 배경과 해설
3.1운동의 실패로 당시의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은 절망과 실의에 빠졌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좌절과 절망으로 인해 문학은 자학적, 퇴폐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고,
낭만주의적 시인들에게 슬픔, 그리움, 죽음의 동경 및 예찬을 주제로 안겨 주었다.
1920년대 초에 나온 동인지 《폐허》와 《백조》를 중심으로 한 감상적 낭만주의 시가 당시 문학 경향과 지식인들의 의식 구조를 잘 보여준다.
박영희의 '월광으로 짠 병실',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는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시들은 감정의 노출이 심하고, 당시의 퇴폐적이고 우울한 시대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였다.
감상적 낭만시를 생성한 요인 : 주권의 상실과 급격히 자리잡은 근대화 정신, 미처 소화하지 못한 서양 문예 사조,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민족의 방향 상실.
당시의 시인들은 괴로운 현실에 도피하여 아름답고 영원한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을 작품에 조성하고 있는데, 그 곳을 박종회는 '밀실', 박영희는 '병실', 이상화는 '침실'로 표현.
'마돈나'의 의미
귀분인이나 애인을 높여 부르는 말 혹은 '성모마리아'를 달리 이르는 말로, 이 시에서는 화자를 구원하는 여성상, 억압받는 조국을 구원해주는 존재를 복합적으로 상징.
이 시가 3.1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절망적 시대 상황 속에서 쓰인 것을 고려한다면 잃어버린 조국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음.
'침실'의 의미 1
이 시에서 '침실'은 '오랜 나라', '부활의 동굴' 등으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침실'은 '마돈나'와의 관능적인 합일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화자에게는 영원하고 아름다운 안식처이자 도피처, 새로운 희망이 잉태되는 곳이다.
'침실'의 의미 2 (김홍규 교수)
전반부(1~6연) : 침실이 관능적인 쾌락의 장소
후반부(7~12연) :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감.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침실'이란 바로 죽음의 세계.
그러나 그것은 생의 종말로서의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부활의 동굴'이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적 절망 속에서 세계를 사랑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유일한 길은 죽음으로써 항의하는 것이라고 시인은 생각하고 있다.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라는 말은 현실에 순응하기 보다는 죽음을 통해 사랑을 실현하려는 능동적이고 저항적인 몸짓을 나타낸다.
사랑과 죽음을 둘러싼 그의 낭만적 열정은 흔히 관능과 애정에의 도피행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것을 퇴폐적인 죽음으로의 도피나 단순한 죽음의 예찬으로만 읽을 것은 아니다.
이 시에서 나타난 죽음의 예찬은 병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부정의식이며, 순수하고 자유로우며 아름다운 세계를 향한 간절한 염원의 역설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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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나의 침실로' 해석 / 해설 이미지 파일
이상화, '나의 침실로' 시 원문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덴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ㅡ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ㅡ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메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ㅡ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에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ㅡ.
내 몸에 피란 피 ㅡ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ㅡ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출처 : 여러 책에서 발췌해서 정리해둔 예전 자료여서 출처 알기 힘듦. 문제시 삭제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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