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아끔 무지갯빛으로 넘어가는 해가 예쁘다고 생각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며칠전에 아는 언니와 우연히 이런 대화를 했다.
3시 반쯤이었는데 언니가 '3시 반인데 햇빛은 무슨 5시는 된것 같지 않냐'고..
나는 동의하면서, 추분이 지나서 해가 짧아져서 그렇다고.. 이렇게 해 짧은걸 별로 안좋아한다고 했더니
언니도 그렇다고 했다.
본인은 노을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 나도 그렇다며 우리 비슷하다고 재미있어했다.
노을의 색은 붉고, 노랗고, 푸르고 온갖 색을 오묘하게 조합한 것 같아서
어떨 때는 굉장히 예뻐보이지만,
사람을 심란하고 싱숭생숭하게 한다.
나만 느끼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하루가 지나가는 것에 대한 서글픔인가,
단순히 오묘한 색 조합에서 오는 심란함인가.
황혼, 말그대로 노인이 된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인가.
아니면 복합적인 이유일까.
해질녘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굉장히 드물다.
비슷한 이유에서 해뜰 무렵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비교하자면, 노을보다는 해돋이가 좋긴 하지만..
해뜰 무렵의 노랗고 푸르스름한 그 오묘한 색깔.
학생 때 스파르타식 학원에서 해뜰 무렵 귀가 시켜준 덕에 새겨진 새벽녘의 그 서글픔.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그런 것들이 복합되었는지 어쩐건지.
차라리 해가 완전히 뜬 아침이나, 햇볕 강한 낮이나, 해가 완전히 진 밤이 더 좋다.
해가 좀 많이 져서 푸르스름하고 거무스름한 하늘이 공존하는 완전한 해질녘도 좋다. 새벽도 좋고.
남들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해넘이와 해돋이가 나는 왜 아름답지 않은건지...
이런 나의 특이 취향과 똑닮은 사람을 처음봐서
신기하고 새삼스러웠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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