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타는 남자와의 연애
네이트판을 보다가 '동굴에 들어가는 남자'에 대한 작은 토론회?를 보게 되었다.
한 여자가 남친이 동굴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데 동굴에 들어가는게 진짜인지, 왜 들어가는지 묻는글에
사람들은 '동굴은 개뿔. 그냥 지가 연락하기 싫은거. 너 안좋아함. 헤어져' 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간혹 일부 사람들이 동굴에 들어가는 남친과 연애해봤다. 연락하기 싫다기보단 나름의 고민거리가 있어서 그런거라고 댓글을 달았으나 소수의 사람이라 묻히는 느낌이었다.
그걸 보고 나의 연애시절이 문득 생각나서 포스팅을 써보기로 했다.
그에게 하면 안되는 행동
내가 오랜 기간 연애를 한 남자는 (다른 말로 남편이라고 한다) 동굴에 들어가는 남자였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때는 동굴에 들어가는게 뭔지 몰랐고, 그냥 연락 없이 갑작스럽게 잠수를 타서 내 속을 부던히도 썩였다.
나도 네이트판의 그녀처럼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고민을 해봤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처음 동굴에 들어간 남친을 보았을 때에는 남친을 붙들고 수십통의 전화도 해보고, 수십개의 문자를 보내기도 해봤다.
근데 이 행동은 후에 굉장히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미저리와 같은, 집착녀로 느껴지게 하는 행동이었다.
남친이 동굴에서 나오고서 평소처럼 똑같이 대하는데 나는 그 빡침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
나에게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잠수나 잠수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두어번 반복된 끝에 나는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어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죽일놈의 사랑 ㅠㅠ... 나는 다시 만나자고 했고, 잠수에 대해 딱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다 좋으니까 잠수타기 전에 내가 알 수 있도록 '연락 못한다'라고 딱 한마디만 해달라고...
그 후에는 잠수타기 전에 나에게 연락 못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고, 나는 그 시간에 안절부절, 애태우지 않고 그를 기다릴 마음의 여유를 준비하게 되었다.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잠수타는 남친을 둔 여친들에게 꼭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동굴 속으로 피신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책이라도 보자며 서점에 들렀는데, 운명처럼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동굴에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만의 고민거리때문에 동굴에 들어갔던 것이다.
여자에게 티내고 싶지는 않고, 고민은 많고, 멀티플레이는 힘들고..
항상 최선을 다하던 여친에게 잠시 멀어지는 시간이 동굴에 들어가는 시간인 것 같았다.
책을 통해 나는 남자친구를 이해 하게 되었고, 마음에 여유를 찾게 되었다. 그 여유로 나만의 시간을 누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가족, 내 친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평소의 그의 모습
잠수를 타는 남자라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잠수를 타는 모든 남자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소의 남친의 모습으로 비교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평소의 남자친구는 나에게 잘해주고, 나에게 진심을 다한다고 생각이 들면.. 그는 나를 사랑하지만 잠깐의 고민거리에 빠져 동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평소에도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동굴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연애 에티켓!
잠수타는 남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그 기간에 애태우며 기다리는 여자친구의 마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끝없는 생각들에 본인과 똑같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를 것이다.
적어도... 여자친구에게 잠수타기 전에 '연락 못할 것 같다'는 한마디라도 해주는게 예의 아닐까.
잠수타던 내 남편아!!!!!!! 이시끼야!!!!!!!
잠수타는 남친 후기
그렇게나 잠수 문제로 속썩이던 남친은 차츰 잠수타는 텀(1차 잠수에서 2차 잠수까지의 공백)이 길어지더니
많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남자의 동굴은 아예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냥 텀이 조금 길어질뿐.
잠수타는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남자이므로 조금더 이해해주면, 동굴에서 나왔을때 그 미안함때문에 평소보다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워낙에 자상하고 섬세한 사람이라 다른 불만이 없는데, 동굴 들어가는 그 때만큼은 예민남이 되어버린다.
(동굴 = 여자의 생리기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세상 속편함)
지금도 동굴을 필요로 하는 남편을 위해 남편만의 서재(라고 쓰고 컴퓨터방이라고 말한다)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이 동굴(서재)에 들어가 있으면 나는 나대로 내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
동굴에 나왔을 때 함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캠핑을 하거나 등등... 함께 하는 취미를 즐긴다.
젊은 시절의 연애는 날씨처럼 그렇게 맑은 날도, 비오는 날도, 태풍 부는 날도 있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잠수타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이 상하고, 힘들어도
언젠가는 한 집에서 알콩달콩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커플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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