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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정리

by 솜비 2021. 2. 13.

작품해설
1966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된 단편이다.  이청준의 대표작. 전후 소설 가운데서 비교적 후기에 나온 작품.

1인칭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는 화가인 아우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 혜인의 청첩장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 혜인은 가난한 화가보다 장래가 확실한 의사를 택했고 ‘나’는 혜인을 붙잡지 못했다. ‘나’는 혜인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 실현하려 한다. ‘나’의 형은 의사이다. 그는 한국전쟁 때 의무병으로 참전했으며, 적의 수중에 낙오했던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 그는 그 경험을 소설로 쓰는 중이다.

그와 함께 낙오한 것은 표독하고 잔인한 오관모, 그리고 그 잔인함의 희생양이었던 김일병이다. 김일병은 팔이 잘려나가 썩어가고 있다. 그들은 동굴 속에 숨어 살았다. 오관모는 김일병을 남색의 대상으로 삼았다. 김일병의 상처에서 나는 역한 냄새로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오관모는 이제 김일병이 무용지물이라며 ‘입을 줄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죽이려 한다. 첫눈이 오는 날 죽이겠다고 한다. 마침내 첫눈이 내렸다. 그리고 형의 소설은 거기에서 멈춰져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형의 소설을 훔쳐 읽던 동생은 형이 김일병을 죽여버리는 것으로 끝내 버린다. 형은 그것을 읽고 동생을 병신이라고 욕한다. 그는 오관모가 김일병을 죽이고 뒤따라간 자신이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리고 불태워 버린다. 소설을 마치고 외출했던 형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바로 그 오관모를 만났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한국전쟁 체험에 대해 자연주의적이거나 관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1950년대 전후소설을 뛰어넘어 새로운 소설적 지평을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형은 참전세대이고 한국전쟁 체험을 생생한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는 ‘병신’이다. 그러나 동생은 그러한 체험의 절실함도 없으면서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한 ‘머저리’이다.

혜인을 붙잡지 못했던, 그리고 그림으로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머저리’와, 극한 상황의 비인간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을 맛보았던, 그리고 그 환멸에 대한 분출구로서 소설 쓰기를 택한 ‘병신’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써 이 둘은 서로에게 반성적 계기가 되며, 그 아픔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비판적 계기가 생에 대한 긍정적 힘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병신과 머저리」는 이러한 내용과 아울러, 액자소설 양식이라는 독특한 형식,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구사되는 문체 등으로, 그 이후의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핵심정리
성격 : 회상적, 고백적, 비판적, 논리적, 사변적, 추리적
제재 : 6.25 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
주제 1.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전후 세대의 고통
       2.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내적 갈등
       3. 두 형제의 아픔과 그 극복의지
특징 1. 추리소설적 기법 : 관념이나 사건을 추적하는 집요함이 나타남
       2. 갈등구조 : 전쟁체험 세대인 형과 미체험 세대인 동생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 경험과 관념의 마찰과 대립
       3. 액자식 구조 : 이야기 외부에 하나의 서술자의 시점이 설정되는 한편, 내부 이야기에서는 동생인 '나'가 다른 화자의 서술 시점을 대표하여 층위가 다른 서술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형'의 세계관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세계관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 이 작품의 갈등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의 실천에 관한 형과 동생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형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행동적 유형의 인물이며, 동생은 완벽한 실천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계속 고민만 하는 회의적 유형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또다른 핵심은 작품 결말에 관모가 다시 등장하는 데 있다. 형이 소설에서 죽인 것과는 달리 관모(이기심과 생존욕구)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한 개인이 관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그 문제가 실제 현실에서 해결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은 주장한다.


* 전후소설의 허무주의적 작품세계를 뛰어넘어, 작가의 감정 개입이 거의 없이 문제의 핵심을 찾아가는 논리적인 문체와 액자소설 양식을 통한 형식적 완결성의 추구 등으로 소설 영역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6.25전쟁을 겪으며 직접적 상처를 받은 형과, 4.19혁명의 환희와 5.16군사정변의 배반의 역사 속에서 얻은 관념으로서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동생 간의 갈등과 대립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그딜이 겪은 경험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죽음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소설적으로 변형시켜 이를 치유하는 형과는 달리, 동생은 자신이 지닌 상처의 근원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두 형제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행동하는 두 지식인상인 것이다. 개인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경험'과 '관념'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 액자소설의 내화에 해당하는 형의 소설은 자신의 전쟁체험인데 그 내용은 형이 오관모의 만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형의 소설 내용을 조롱하고 개작하지만, 형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소설을 완성하여 과거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형은 소설을 완성한 뒤에 오관모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념적 문제해결의 무의미함을 깨우친 뒤 소설을 불태우고 자기를 조롱하던 동생의 관념성을 꾸짖는다. 그 결과 결국 형은 이제부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과거라 할 수 있는 원고를 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로써 형은 아픈 과거를 한 줌의 재로 날려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형은 전쟁의 아픔을 아파하는 자세로부터 성숙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 제목의 의미 - 죄책감에 시달려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다가 자신의 정신적 상처를 알고 이를 치유하는 형을 '병신', 자신이 지닌 상처의 근원조차 알지 못하는 동생을 '병신이자 머저리'로 볼 수 있다. 형은 소설을 쓰면서 아픔을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동생은 형을 통해 삶을 반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두 형제의 모습은 1960년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정신적 방황을 거듭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 액자 외부(동생의 관념) - 동생이 형의 소심함을 조롱함
   액자 내부(형의 체험) - 형이 동생의 관념성을 비판함


▹ 문학사적 의의 - 전후 문학의 완성
‘병신과 머저리’는 1966년에 발표되었으며 한국전쟁 직후의 참상을 묘사하고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성 상실을 고발한 전후소설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는 작품이다. 초기 전후소설인 선우휘의 ‘불꽃’, 오상원의 ‘유예’ 등에서 전쟁 체험은 인간을 한계 상황에 몰아놓는 계기로서 작용한다. 물론 적대적 투쟁과 갈등이라는 전쟁의 속성은 ‘병신과 머저리’에서도 그대로 계승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 투쟁은 전군과 아군이 아닌, 아군 내부의 선과 악의 싸움이 된다. 전쟁 직후의 1950년대 전후소설들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그 극복을 위한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병신과 머저리’는 전쟁의 상처를 삶으로 극복하려는 전망을 형상화해 내었다는 점에서 전후 문학의 고민을 완성한 작품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삶의 두 가지 존재 방식 - 의지와 무기력
내화에서 김일병은 부상을 당한 채 오관모의 성적 노리개가 된 상태다. 따라서 결론은 문제의 핵심인 오관모를 죽이느냐, 불쌍한 김일병을 죽임으로써 고통에서 풀어주느냐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귀결된다. 김 일병을 죽이는 것이 소극적 방법이라면 문제의 핵심인 오관모를 죽이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전자가 동생의 해결방법이라면 후자는 형의 해결방법인데, 이로ㅆ 동생은 소극적, 형은 적극적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액자식 구성이 지닌 효과
이청준의 소설은 액자소설식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병신과 머저리’ 역시 형과 ‘나’의 현실 생활과 그로 인해 갈등과 회의의 수렁에 빠진 상처 입은 심층 의식을 추적하는 소설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형이 소설(내화)의 결말을 유보해 놓은 상태에서 동생의 결말 처리와 형의 결말 처리가 각기 다름을 보여주어 똑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대처하는 형과 동생의 태도를 명확히 대비시킨다. 이 작품의 구성은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를 대변하는 체험이 다른 두 사람의 삶의 환부가 어디에서 연유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양상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복잡한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관념소설
어떤 관념/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을 주로 추상적 내용을 드러내기 위한 주인공의 대사도 실존, 자유, 해방과 같은 추상적 가치의 파악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관념을 표현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대체로 지식인이며, 서사는 비현실적이다. 우리나라에 관념이 등장한 시기는 1950~1960년이다. 이는 남북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인한 이전 소설과의 단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용학의 ‘요한시집’,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이 대표작이다.


▹이청준 소설의 추리적 구조
이청준 소설은 사실을 단도직입적이고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우회적 장치와 기법을 써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품 속에 주제를 지닌 충격적 사실에 다가서려는 관찰자적 개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줄’, ‘서편제’ 등 대표작이 모두 주요 사건에 대한 취재자 혹은 관찰자를 설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신과 머저리’도 ‘나’가 형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형의 체험을 차차 알아가고 마침내 그 아픔의 실체를 체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예전에 정리해둔 자료라 출처를 발견할 수 없었음 ㅜㅜ 문제시 삭제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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