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미스터 방 또는 방 선생이라고도 불리는 방삼복은 예전만 하더라도 머슴살이만 하고 다니던 보잘것없는 판무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짚신 장수였고, 그는 나이 삼십을 바라보도록 머슴살이만 다니던 차에 돈벌이를 간답시고 열두 해 전에 일본으로 떠났다. 칠팔 년을 별반 신통한 벌이도 없는 듯하다가 중국 상해에 있다는 기별이 있은 후 삼 년 후에 집에 돌아온다. 동양 삼국을 다 돌아다녔어도 행색은 초라하였고, 집에 돌아오고 일 년 간을 빈둥거리다가 처자식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서는 행랑방을 얻어 용산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다니면서 입에 풀칠을 한다. 그리고 다시 일 년 동안 상해에서 익힌 기술로 구두 직공일을 하다가 신기료 장수로 나서게 된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고향 사람 눈에 띄어 빈정거리는 소리만 듣던 방삼복은 해방을 맞아도 감격한 줄도 기쁜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미국 병정들이 거리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본 방삼복은 급히 돈을 빌려 말쑥하게 차려 입고 거리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미국 장교에게 접근하여 통역을 해 주게 된다. S소위의 통역이 되고 사흘 후 방삼복은 큰 저택으로 집을 옮기고 부자가 되어 권세를 누리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사람이 그를 찾았고, 방삼복은 뇌물을 받아가며 호사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어느 날 백 주사가 찾아와 순사로 있었던 자신의 아들과 더불어 해방이 되자 습격을 당하게 되었고 재산을 빼앗겼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삼복에게 보복을 부탁한다. 삼복의 무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백 주사는 분풀이와 빼앗긴 재물을 다시 찾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삼복은 복수를 해 주겠노라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는 냉수 한 모금으로 양치를 하고 노대(베란다) 밑으로 뱉은 양칫물이 공교롭게도 그를 찾아온 S소위의 얼굴에 떨어지게 되고, 허둥지둥 뛰어나온 삼복은 S소위에게 턱을 얻어맞는다.
해방 직후 신기료 장수로 가난하게 살았던 방삼복은 S소위의 통역관을 맡으며 출세하게 된다. 당시 미국통역관들은 미군의 권력을 배경으로 당시 사회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한국의 국민들을 지배하는 또 다른 권력 계층으로 기능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있는 풍자의 기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 풍자는 어떤 인물이나 주제 등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인물이나 주제에 대해 재미, 멸시, 분노, 냉소 등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대상을 격하시키는 문학적 기법을 말한다. 풍자는 웃음을 도구로 하여 한 개인, 인물 유형, 사회 현사회제도 등을 경계하거나 비판하는 방식이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미스터 방이나 백 주사와 같은 인물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 현실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스터 방과 같은 인물이 사회의 어지러운 상황을 등에 업고 하루아침에 부와 권력을 갖게 되는 설정은 소설의 풍자적 기법을 더욱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소설에서 드러나고 있는 인물의 희화화는 등장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웃음을 유발케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끔 유도하는 방식이 된다. 즉, 독자가 등장 인물과의 동일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소설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 과정은 골계미라는 미적 정서를 느끼도록 한다. 골계미는 대상을 역전시키는 방법이 되는데, 아름다움을 추함으로 격하시켜 대상이 갖고 있는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다. 이는 탈춤이나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면서 채만식의 문학에 반영된 우리의 전통적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채만식 소설의 해학과 풍자가 인물의 희화화를 통해 드러나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고, 이러한 방식이 당대 사회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표현상 특징
- 역순행적 구성 방식을 통해 인물의 과거 행적을 들추어 냄.
- 비속어를 실감나게 구사하여 사건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줌.
- 해학적 어조를 통해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시킴.
- 판소리 사설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적 재미와 요약의 효과를 거두고 있음.
- 풍자의 기법을 사용하여 골계미와 더불어 비판적 목소리도 함께 제시하고 있음.
- 인물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소설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음.
「미스터 方」은 1946년 7월 잡지 『대조』(2권 7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해방기는 조선인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미국의 출현을 목도하게 된 시기이다. 일본 지배 권력에 빌붙었던 조선인이 몰락을 하게 되고 새로운 권력자인 미국에 추종하는 인물들이 출현하게 된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어가 중요했듯이 새로운 시대에는 영어가 중요했다. 방삼복은 상해에서 잠깐 익힌 영어 덕분에 통역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상당한 부를 축적해간다. 사업을 하려는 조선인과 그것을 허가해 줄 미군과 만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력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착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스터 방의 예처럼 통역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해방기는 ‘통역정치’가 횡행한 시기라고 얘기된다. 채만식의 「미스터 방」은 이러한 ‘통역정치’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방삼복이 해방을 맞을 때 보인 반응 때문이다. 종로에서 해방을 맞이한 그는 해방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몰려다니는 군중을 성가셔 했다. 독립이 그의 배를 채워준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구두 수선비를 마음대로 올려 받아도 되자 독립을 굉장히 기뻐한다. 그러다 이내 구두 관련 업자들이 재료값을 올려버려서 아무런 이익이 남지 않자 독립이 된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그에게 민족적 감정, 민족주의는 발견할 수 없다. 단지 자신의 생계가 중요할 뿐이다. 해방이 됐으니 사람들이 당연히 좋아했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다. 당시 식민지 조선인이 갖는 해방의 의미를 일부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이행선, 정선태, 위키미디어 커먼즈)
1946년 1월부터 1948년 12월까지 발행된 월간지 《대조(大朝)》 1946년 7월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맹순사》 《논이야기》 등과 함께 광복 직후 채만식이 쓴 풍자소설로서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이 미군정기 미군의 통역이 되면서 권세를 잡고, 일제강점기 호의호식(好衣好食) 하던 친일파가 주인공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탁하는 혼란한 사회상황을 풍자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갔지만 10여년 만에 더 초라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신기료 장수를 하던 짚신 장수의 아들 방삼복이 미군정 아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군 장교 S 소위의 통역이 되면서 미스터 방으로 불리게 된다. 좋은 집에 살면서 상류층의 청탁으로 치부하던 방삼복은 어느날 고향사람 백 주사를 만난다. 일제강점기 경찰생활을 한 아들 덕택에 고리대금으로 많은 돈을 번 친일파 백 주사는 8·15광복 후 군중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쳐 온 사정을 토로하며 방삼복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백 주사의 청탁을 들어 주겠다고 장담한 방삼복은 양치질을 한 뒤 물을 바깥으로 뱉고, 방삼복이 내뱉은 양칫물을 뒤집어쓴 S소위에게 주먹질을 당한다.
채만식은 이 소설을 통해 단지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부와 권세를 누리고 사소한 실수로 권세를 잃게 되는 주인공 방삼복이라는 보잘 것 없는 인물을 희화(戱畵)한다. 또 광복 직후 혼란한 서울을 배경으로 방삼복과 백 주사 등의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미군정기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두산백과)
※ 채만식, <미스터방> (1946)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풍자소설, 세태소설
성격 : 풍자적, 해학적, 비판적, 냉소적
주제 : 해방 직후 외세에 기대어 출세를 지향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
기회주의적인 인간에 대한 풍자와 비판
특징 1. 판소리 사설체, 언어유희와 재담
2. 상황을 감칠맛 나는 사설로 요약적으로 제시
3. 언어유희 등 재미와 풍자적 요소가 함께 담겨져 있음
4. 인물의 희화화를 통해 해학과 풍자의 효과를 높임
<미스터 방>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주인공 미스터 방과 그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청탁하기 위해 찾아온 백 주사 두 사람. 더 나아가 주인공에게 찾아와 뇌물로 청탁하는 상류층들, 그러한 부조리를 용인하는 미 군정 등이 이 작품의 풍자 및 비판 대상. 작가는 이를 통해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사회상과 인간상을 역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채만식과 풍자 문학
카프의 맹원은 아니나 이념적으로 거기에 동조하는 일군의 작가를 '동반자 작가'라고 한다. 채만식 역시 동반자 작가로 프로 문학에 동조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프로 문학이 현실에 기반을 둔 문학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채만식이 현실에 기반을 둔 현실 반영의 문학에 치중했음을 알게 해준다.
이러한 채만식 문학의 특징은 세태 풍자 문학에서 정점을 이룬다. 채만식이 풍자 문학을 쓴 것은 1934년 이후의 일이다. <레디메이드 인생>부터 시작된 풍자는 <치숙>, <태평천하>에서 절정에 달하는데, 이들 작품에서는 현실적 시련에 부딪혀 좌절하고 마는 나약한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과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인물을 풍자하고 있다.
* 채만식의 작품세계
<레디메이드 인생>, <명일>, <치숙> 등은 모두 1930년대 지식인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룸
광복 이후에도 채만식의 풍자문학은 <맹 순사>, <논 이야기>, <미스터 방> 등의 작품으로 이어짐
* 광복 직후 소설의 특징과 작품들
- 식민지적 유산의 극복 : 광복 직후의 소설 문학은 그 전대라 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의 정신적 유산을 청산하고 극복하는 과제를 떠맡게 되었다. 그러나 광복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리 큰 변화가 없음을 비판하는 문하가 작품도 다수 나왔다. 채만식의 <논 이야기>가 대표적.
- 혼란한 사회현실 비판 : 광복 직후의 현실에서 빚어지는 가치관의 전도와 혼란한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조감하는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염상섭의 <두 파산>이 대표적.
- 남북 분단에 대한 대응 : 광복 직후 분단된 조국의 정치적, 역사적 현실에 눈을 돌린 작품이 다수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계용묵의 <별을 헨다>가 대표적.
- 본격 순수 소설 : 격동하는 시대적 현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편성에 토대를 둔 인간상과 세계상을 그린 이른바 본격 순수 소설의 창작이 활발해진 것도 이 시기의 대표적인 경향 중의 하나이다. 김동리의 <역마>, 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 <독 짓는 늙은이> 등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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