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하여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는 일을 윤회라 한다. 윤회를 하면서 전생의 인연과 쌓은 덕화가 후세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덕(德)혹은 공덕을 쌓기를 강조한다. 그렇게하면 부처님의 은덕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이러한 불교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천상계, 지상계, 인간계, 축생계 등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와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신이함 등을 다룬 책이다.
‘빈녀양모’도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던 가난한 여자의 이야기가 지나가던 효종랑의 두 낭도들의 귀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과 임금의 도움을 받고, 후에 그 집을 희사하여 절로 만들게 된 모든 과정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이야기의 여자가 전생에 쌓은 덕이 있어서 현세에 부처님의 은덕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그런 과정에 있어서의 부처님의 신비가 없었다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던 절까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일연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하여 빈녀양모의 이야기를 삼국유사의 ‘효선’에 실은 것이다.
삼국사기의 열전편에 같은 이야기가 ‘효녀 지은’의 제목으로 실려 있다. 삼국유사의 ‘빈녀양모’에 비하면 여자의 이름과 나이, 사는 곳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으나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다. 또, 효녀 지은의 이야기를 당나라 황실에 글을 올려 알렸다는 점과 효종랑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는 점이 삼국유사와 다르다. 같은 이야기임에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책을 쓴 사람의 관점이나 생각,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삼국사기는 역사서의 성격이 더 짙고, 임금의 명령을 받고 지었으며, 사대부들이 당시의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게 하기 위해 지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생각해보면, 사실적인 사건에 바탕을 두고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고, 독자(임금과 사대부들)를 고려한 글쓰기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효녀 지은의 이야기를 당나라 황실에 널리 알렸다는 것을 기록한 점은 그 사실을 모르는 사대부들이 당시의 우리나라(고려)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강조하여 넣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효녀 지은의 효행과 효종랑의 선행을 모두 자세히 기록했을 것이다.
삼국사기가 지어진 이후에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는 역사서지만, 역사서의 성격을 빌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신이함과 실재를 더 강조한 책인 것 같다. 일연의 이러한 편찬의도가 같은 이야기를 다루었을 때의 차이로 드러나는 것 같다. 삼국사기 ‘효녀 지은’의 사실적이고 유교적인 서술에 비해 삼국유사는 인물의 이름, 나이, 사는 곳은 자세히 적지 않고, 효종랑이 모녀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경위와 모녀가 살던 집을 희사하여 절이 지어졌다는 점, 그 절의 이름을 ‘양존사’라 하였다는 점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삼국유사는 역사적인 사실에 중점을 두고 서술한 것이 아닌, 부처님의 은덕과 같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 힘의 실재와 그 신이함, 그리고 서로 다른 세계의 상호소통 등을 강조하여 읽는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믿을 수 있게끔 서술한 것이라 생각한다.
# 삼국사기의 효녀 지은 설화, 삼국유사의 빈녀양모 비교 삼국사기의 효녀 지은 설화, 삼국유사의 빈녀양모 비교 삼국사기의 효녀 지은 설화, 삼국유사의 빈녀양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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