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대한 추억

처음으로 하는 모든 것들은 인상 깊은 법이다.

내가 비록 연애 경험은 많지 않지만,

'처음 한 연애 = 첫사랑' 이 아닌, 어린 나이에 진심으로 많이 사랑했던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내 이상형은 공부 잘하고, 피부가 뽀얀 편이고, 눈썹이 짙고, 키가 크고, 손이 고운 (ㅋㅋㅋ 까다로운 녀자) 그런 남자였다.

물론 지금도 내 이상형은 변함이 없지만, 특히나 '공부 잘하는!'에 굉장히 끌려한다.

중학생 때 알게 된 첫사랑 '그 아이'가 내 이상형에 정말 딱 알맞았다.

제법 큰 키, 차분하고 세련된 외모와 뽀얀 피부, 짙은 눈썹. 심지어 잘생겼었다.

반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공부도, 운동도 잘했고, 인기가 많아서 늘 주변에 여자애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삼십대인 지금 내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애 같이 내 이상형에 꼭 맞는 사람은 단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지금보다도 더 소심했던 중학생의 나는 항상 그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매우 흠모했다.

그애 반 체육시간이면 창문 너머로 운동하는 그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점심 시간이면 공을 차던 그 모습까지도 눈에 담으려고 훔쳐보곤 했다.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인가 ㅋㅋㅋ)

 

어쩌다가 체육시간이 같아서 그 아이와 운동장을 같이 쓸 때면,

콩닥콩닥 두근거리는 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볼이 상기될 지경이었고,

너무나 그를 의식한 나머지 그 아이가 있는 쪽은 부끄러워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 콕 박혀버린 그 아이를 어린 나는 너무너무 좋아했었다.

3년 내내 다른반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CA(클럽활동이라고 해서 지금의 동아리활동 비슷한 것)를 우연히 같은 것을 신청해서

같은 반에서 만났는데 어쩜 그렇게 못하는게 없는지...

그 아이는 정말 모든 것을 잘하는 아이였다.

잠깐의 대화로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내 눈에 그는 완벽 그 자체였다.

우연히 앉은 옆자리에서 그와 나눴던 잠깐의 대화와 그의 장난스럽던 웃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CA하는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그 아이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복도에서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애와 작은 스킨십을 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너무도 상심해서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고백할 용기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그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었나보다.

그렇게 상처받고서는 그 아이를 잊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먹었는데

그런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 나는 너무나 슬프고 힘들었다.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몇 시간을 목놓아 울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아파하다가 더이상 잊지를 못해서 그 아이를 숨어서 흠모했다.

주변 친구들이 아직도 좋아하냐는 말에 아닌척, 잊은척 했다.

난 여전히 그 아이를 너무나도 좋아했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랬고, 각각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고등학생이 된 나를 좋아한다며 쫓아다니던 특이 취향의 남학생이 있었다.

내 이상형과, 내 이상형의 그 아이와 너무나도 반대였던 남학생.

얼굴도 까맣고, 공부 잘하지도 않고, 눈썹이 진하지도 않으며, 잘생기지도 않았던...ㅜㅜ

어떤 방법으로 나를 찾아와도 나는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방법들로 고백을 하니까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졌다.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들은 그 아이를 매우 싫어했고, 고백받는 나를 불쌍히 여겼을 정도)

 

그 남학생이 그럴수록 내 첫사랑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은 오히려 더욱 굳건해졌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노라며 거절하면서 '그 아이'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그 아이가 자주 보고싶고, 그리웠다.

우연히 일년에 두세번 마주치면 그렇게나 두근거렸고, 행복했다. 그날은 정말 계탄 날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고3, 대학생.. 바쁜 나날들에 치여 시간이 지나며 차츰 그 아이에 대한 기억도 옅어져 갔고,

그에 따라 마음도 조금씩은 옅어져 갔다.

그래도 여전히 그 아이를 처음 보았던 그 계절이면, 그 아이의 생일이면 너무나 그가 그리웠고, 가슴이 아렸다.

 

오랜 기간 정말 많이도 사랑했다.

그 이름을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

틈만 나면 싸이월드를 들어가 여자친구와의 사진을 보며 쓰린 마음을 부여잡았다.

 

어떻게 사는지, 무얼하며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전남친에 대한 집착처럼 가끔 궁금하다.

'자니?' 하고 문자 보내보고 싶을 만큼.

 

지금은 싸이월드가 없어지고 (아직 있나? 안들어가본지 꽤 되서 ㅋㅋ)

페북에서나 찾으려니 의외로 같은 이름이 많아서 못찾겠고

이제는 정말 아련한 추억 속에서나 만나는 첫사랑이 되어 버렸다.

그 추억 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그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한 채, 볼을 붉히며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