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적어도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후각이 예민한 편이었다.
엄마는 나보고 '개코'라고 했고, 유난이라고도 했다. 근데 나한텐 냄새가 느껴지는걸 어쩔...
다른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낯선 그 집만의 냄새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경험도 여러번 있었다.
좋아서 아찔하다기보다는 '너무 낯설거나 이상해서'였던 것 같다.
아주 가아끔 냄새가 참 좋은집이 가아끔 있었다.
과거의 남자친구 집이 그랬다.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그 집에서 나는 냄새는 싫지 않았다. 오히려 어떨 때는 계속 맡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좋았다.
섬유유연제의 향이 뒤섞인 그 집만의 냄새로 그 남자친구를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갑자기 냄새에 관한 글을 쓰게 된건...
요 며칠 미세먼지가 '좋음'으로 떠서 마음껏 환기를 시키면서
어느집에선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그다지 좋지 않은, 아니 너무나 맡기 싫은 나머지 창문을 닫아버릴 정도의
좋지 않은 냄새가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옆집? 윗집? 아랫집? 아니면 대각선집? 어느집에서 기어나오는지 모를 묘한 냄새.
남의 집에서 음식을 하는 냄새만 들어와도 기겁하고 문을 닫곤 하는데
하...그집 고유의 냄새는 벽지같아서 딱 붙어서 늘상 냄새를 폴~폴~ 풍기는 것이거늘...
이제 문을 계속 열고 살아야 할텐데 정말 큰일이다.
고양이를 키우는지, 지독한 고양이 쉬냄새와 섞인 그 이상한 냄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집이든 우리집이든 둘중에 하나가 이사를 가야 이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을텐데...
아 그리고 왜 하필 우리집으로 냄새가 들어온담??? 짜증...
냄새때문에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면 내가 진짜 유난한 걸까.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탁 닫아버렸다.
정말 맡고 싶지 않다.
왜 내가 키우지도 않는 고양이 쉬 냄새가 섞인 눅눅하고 쾌쾌한 냄새를 맡으며 살아야 하는거지?
이사가고 싶다...
층간소음때문에 짜증났던 윗집 여자때문에 이사가고 싶었는데 남의 집 냄새 때문에도 이사가고 싶다ㅋㅋㅋ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 혹은 자신의 집만의 고유의 냄새를 알지 못한다.
그 집의 고유의 냄새는 대부분 그 집에 사는 사람 혹은 동물의 냄새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나도 우리집 냄새를 몰랐는데, 내가 독립한 후 친정에 방문하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게 우리집 냄새구나...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사는 우리집 냄새를 나는 모른다.
손님이 왔을때, 우리집에서 좋은 냄새가 풍겼으면 하는 마음에
신발장에는 늘 방향제를 두고, 나쁜 냄새가 풍길만한건 그때그때 없애는 편이지만, 역시 나는 우리집 냄새를 잘 모른다.
그러나 빨래를 널고 난 후의 촉촉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온 집안에 퍼졌을 때 만큼은 정말 좋다. (이건 어느집이나 ㅋㅋ)
그래서 빨래 너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손님이 방문했을 때, 우리집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하거나 이집 냄새 좋다~라고 할때엔 어찌나 뿌듯한지 모른다.
좋은 향기가 나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느집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신경쓰는 반만큼만 자기 집의 냄새에 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고양이 화장실이라도 좀 자주 치워줬으면...... (에휴)
(의식의 흐름으로 추가)
고양이 쉬냄새...가 나와서 생각난건데,
고양이를 키우는 집을 예닐곱 군데 놀러가봤는데...
대부분이 고양이 화장실때문에(자주 치워주지 않아서) 집에서 고양이 쉬 냄새가 났다.
딱 한군데, 아는 언니네만 고양이 화장실을 자주 치워줘서 냄새가 거의 안났다.
그 언니도 나처럼 코가 예민한편이라 고양이 화장실을 자주 치워준다고 했다.
고양이 변 냄새는 진짜 상상이상으로 지독해서 싸면 바로 알아차릴 정도인데...
화장실을 자주 안치워주는 집은 그 고양이 쉬냄새가 그 사람의 몸에도 배어서 가까이 오기만 해도 냄새가 확 난다.
종종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에도 좋은 향기가 나서 나도 모르게 다시 돌아보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표정관리가 안되게 하는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요 근래에 몇번 겪은게 고양이 쉬냄새가 나는 사람이었다.
사람한테서 고양이 쉬냄새가 나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면 믿어지는지?
확실히 난다. 심지어 나에게 50센치 이상 떨어져 있어도 고양이 쉬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었다.
나처럼 냄새에 예민한 언니도 이런 나의 이야기들에 공감을 해주곤 하는데
같은 사무실을 쓰던 동료 직원이 화장실을 들어왔다 나가면 '그 사람 여기 있었구나' 할정도로
고양이 쉬냄새가 섞인 그 사람의 체취가 머물러 있었다고 얘기해 준적이 있다.
냄새라는게 참 묘하다. 보이지 않는것이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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