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짧고 밥 안먹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하는 방법들이 해결법이 되지는 않겠지만... 티끌만큼의 도움과 공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밥 안먹는 아기, 입 짧은 아기, 뱃구레 작은 아기가 현재 그나마 밥 잘먹는 아기가 된 이유와 밥을 잘먹게 만든 나의 방법들을 정리해보았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고, 아이마다 다르므로 이 방법이 옳다가 아닌, 참고용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밥 안먹는 아기 - 우리 아이 기본 데이터
애칭 : 나나
밥 자체를 안좋아하고, 편식이 심하며 맛과 향, 식감에 예민함.
밥보다 간식을 더 좋아함.
밥을 잘 안먹어서 분유 보충을 두돌까지 했음 (분유를 밤에 자기 전에만 먹다가 끊은건 25개월)
이유식을 시작 할 때부터 꾸준히 밥을 적게 먹거나 싫어했음.
음식을 잘 뱉고, 식감이나 맛이 싫으면 뱉음
먹기 싫으면 밥을 오래 물고 있기도 함
새로운 음식을 안먹음 (시도도 잘 안함)
아프면 밥을 아예 안먹거나 한두술 먹고 안먹음
할머니, 엄마에 이어서 뱃구레가 작고 밥을 먹기 싫어하는 DNA가 있음
입이 짧고 밥을 잘 안먹는 '나 같은 딸'
우리 아기도 나를 닮았는지 신생아때부터 많이 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
다른 아기들 평균에 밑도는 양을 먹었으나 그래도 우량하게 잘 큰 것은 적게 적게 자주 먹었기 때문이었다.
개월 수에 맞춰서 수유텀을 맞춘게 아니고, 먹는 양에 맞추어 수유텀을 맞추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예를 들어 120ml밖에 안먹었으면 2시간 반~3시간 정도면 배고프니 배고프다고 할때 재깍재깍 분유를 주었다.
절대로 딱딱 시간에 맞게 준적이 없다.
대신에 배가 고파서 우는건지, 다른 이유로(배가 아파서 혹은 졸려서) 우는게 아닌지는 수유텀을 살피고 잘 판단해야했다.
분유 뿐만이 아니라 이유식을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식을 시작한 초반에는 잘 먹는가 싶었는데 잘 먹는 기간은 짧았고ㅜㅜ
대부분이 다른 아이들 반도 못먹는 정도로 적게 먹었다.
유아식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100ml를 먹는게 많이 먹는 건데, 많이 먹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었다.
밥 안먹는 아기 - 인정과 비우기
나도 중학생 때까지 밥을 먹기 싫어했던지라 (이후로 뒤늦게 한약 먹고 밥맛을 알아버림)
밥이 맛이 없고 먹기 싫은게 어떤 느낌인지 매우 잘 안다. (지금도 입맛 없으면 밥 먹기 싫을 때 많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마음에 애가 밥을 좀 잘먹었으면 싶어서 한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를 못했다.
잘 안먹으려고 하고 먹자마자 뱉으니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때려도 보고, 영상도 보여주고... 근데 별별 방법을 해도 뱉는 습관은 고치질 못했다.
(지금도 싫으면 뱉음)
'내 아이는 밥 안먹는 아기구나' 하고 인정하고, 한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생각을 버리는게 쉽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계속 버려야 했다.
아이가 먹기 싫음을 표현하면 바로 치우는게 맞다. 그래서 분유든 간식이든 다른걸로 대체해주고, 영양제를 필수로 챙겼다.
'밥을 좀 안먹으면 어때' 내 아이에게 맞게.
요즘 시대엔 어떤 시기에 어떤 발달이 이루어져야 하고,
어떤 것들을 해줘야 한다는게 마치 꼭 지켜야 할 규칙인 것처럼 여겨져서
시기가 조금 다르고, 어긋나는 것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랬다.
돌 지나자마자 분유와 쪽쪽이를 안끊으면 문제 있는 것처럼 여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 아닌 조언들을 듣다보니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밥 안먹는 아기 우리 아이같은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의 케이스도 찾아보면서
그냥 아이마다 다를 수 있고, 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금 느리면 어때. 뭐 평생 할 것도 아니고.
인정과 비움을 실천하면서 남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저 내 아이에 맞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굶겨봐라 잘먹지'.... 안먹음
밥을 안먹으니 간식도 주지 말고 굶겨라, 밥 잘먹을거다 → 안먹음
간을 안해주니 맛이 없어서 안먹는거다, 간간하게 간을 해줘봐라 → 응 안먹음
영상 보여주니 안먹는거다 놀때 따라다니며 떠먹여줘라 → 응 안먹음 (정성을 봐서 한두술 더 먹기도)
엄마 말로는 '네가 더 했다' 면서 노하우라고 알려주는 것들을 시키는 대로 해봤으나 우리 나나는 그냥 꾸준히 안먹었다.
안먹는다는게 아예 안먹는다는게 아니라 한두술 먹고 안먹는 것.
잘 먹어봐야 먹은 총량이 어른 수저로 하나 가득 정도.
그래서 밥 안먹는 아기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대로, 나한테 맞는 방법대로 하기로 했다.
유아식 밥 잘먹게 하기 - 나의 방법들
1. 좋아하는 반찬 1~2가지는 항상!
'밥은 맛있는 거구나'를 느끼게 하기 위해 최대한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겨주며 입맛에 맞게 맞춰주었다.
나나의 경우에는 돌 전후로는 '치즈, 김, 두부, 계란'를 좋아해서 이 반찬들과 밥을 주었고,
현재도 두부나 계란은 한끼에 한번은 꼭 들어가게 하고 있다. (현재 좋아하는 반찬에 콩, 갈치, 멸치, 고기도 추가됨)
2. '밥' 자체를 안좋아하는 아기라면 반찬의 양을 많이.
우리 아기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밥 자체를 안좋아했었는데
한 숟가락에 올라가는 밥의 양을 항상 적게 하고, 반찬의 양을 많이 해서 주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밥의 맛이나 식감을 최대한 적게 느끼게끔 했다.
한 숟가락 위에 올라가는 밥의 양은 아주 차츰차츰 조금씩 늘려갔다.
한 번에 입 안에 들어가는 음식의 양에도 민감해서 한 숟가락의 양도 너무 많지 않게 해서 주었다.
한마디로 최대한 음식을 뱉지 않게,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아주 상전처럼 맞춰서 먹였다고 할 수 있다.
3. 안먹을법 하거나 새로운 시도는 1가지만 매우 적게.
야채의 경우에는 식감이 느껴지지 않게 잘게 부수어서 눈꼽만큼씩 넣어주었다.
맛과 향과 식감이 1도 느껴지지 않게.
현재도 야채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이런식으로 조금씩 먹이고 있다.
좋아하는 반찬을 제외한 야채가 들어간 반찬, 소스류, 국류, 고기류 등 그냥 뭐 대부분을 싫어했는데
안먹을법 한 반찬은 1가지만 주고, 매우 적게 넣어주었으나 싫어하는 표현을 하면 바로 안주었다.
4. 싫어하면 과감히 안먹이기
밥 먹기 싫다는 표현을 보이면 몇 술을 먹었건 '밥 다 먹었어? 그럼 치운다?' 하고 재확인하고는 그냥 치웠다.
싫어하는 반찬의 경우도 미련이 남아서 몰래 조금 넣어주다가 걸리면 밥을 안예 안먹는 사태도 생겼다.
두 가지 모두 밥 자체를 싫어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싫어하면 먹이는걸 그냥 포기했다.
5. 영양 보충은 영양제로.
분유 보충을 해줄 때에는 그나마 영양이 부족하겠다는 걱정은 덜했으나
두돌 즈음, 밥 먹는 양이 조금 늘어서 분유를 끊고나니 영양이 부족해보여서 영양제를 먹이기 시작했다.
6. 어린이집 찬스
어린이집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은게..
애들이 엄마말은 잘 안들어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말씀은 참 잘듣는다 ㅋㅋ (이것도 물론 애바애, 선생님마다도 다름)
작년까지는 선생님이 뭘 어떻게 해도 집이랑 똑같이 안먹는다고 했는데
올해는 선생님 바뀌고서 밥 안먹는걸 본적이 없다고 하실 정도로 잘먹고 있다고 한다.
내가 들은 선생님 노하우(?)를 대충 적어보자면
친구들이 모두 먹고 있으니 식사시간엔 모두 밥을 먹는거라고 회유, 밥먹고 엄마 보러 가자고 회유,
안먹거나 처음먹는 음식은 친구들이 잘먹으니 먹어보자고 회유, '무슨 맛이 날까~? 엄청 맛있다!' 등 흥미를 갖고 맛있게 느끼게끔 유도.
집에서는 귓등으로도 안듣는데 ㅋㅋㅋ 선생님 말씀은 잘 듣나보다.
7. 시간이 약
이것도 맞는 것 같은게 두돌 즈음부터 밥 먹는 양도 늘고, 안먹던 음식들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이랑 시너지 효과가 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밥먹는 양이 늘어난건 애가 좀 커서 늘어난 것 같고, 안먹던 음식들을 조금씩 먹기 시작한건 어린이집 효과가 아닐까 싶다.
집에서는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만 챙겨주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다른 음식들이 나오니까 여러 가지 음식들을 접해보고 먹어보고 하면서 안먹던 음식들도 먹는 것 같다.
현재는 밥먹는 양이 꽤 많고, 간식 먹는 양도 늘어서 체하는게 아닌가 탈나는게 아닌가 걱정하는 때도 있다.
8. 아플 때는 한두술 먹어도 OK
봄에 두어달을 연달아 각종 바이러스며 수족구며 너무 아팠어서 잘 먹는 것보다 잘 안먹는게 더 많았는데
특히나 많이 아플 때에는 밥을 한두술 먹고 안먹는다고 한적이 많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면서 분유를 타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시리얼로 대체해주기도 하고,
아파서 밥을 못먹을 때에는 간식들이라도 잘 먹게끔 최대한 좋아하는 음식들로 챙겨주었다.
꼭 건강식, 꼭 밥이 아니어도 어때. 서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게 좋은 것 같다.
9. 공복 시간 조정해보기
이유식과 보충수유를 하던 때에 이유식을 잘 안먹는다고 3시간반~4시간까지 공복을 두고 밥을 챙겨주었는데
사정상 텀이 더 길어져도 아기가 배고프다고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배가 고파도 표현을 안하는건지.. 진짜 배가 안고픈건지...
또, 밥 안먹는 아기는 밥을 잘 안먹으니까 밥 시간 사이에는 웬만하면 간식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분유만 먹을땐 포동포동하던 애가 조금씩 볼살이 빠져서 홀쭉해진게 눈에 보였다.
원래 이유식을 시작하면 살이 덜찌긴 하지만 이 방법이 맞는걸까? 잘 크고 있는걸까? 싶었고..
실제로 이 기간에 성장이 좀 더뎌져서 아직까지 이렇게 먹인게 맞나 의심스럽다.
아기 볼살도 빠지고, 성장 그래프의 백분위도 떨어져서 이게 맞나... 싶던 차에
엄마가 일주일 가까이 우리집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옛날 엄마답게 기저귀 한번 갈고 나면 배고프다며 뭔가를 먹일 것을 요구했다.
1시간 전에 분유 먹었는데??? 라고 하면, 애기들은 쉬 한번 싸면 배고프다며 간식을 먹였다.
유아식 이전의 아기여서 간식은 '감자전, 고구마, 계란, 과일' 같이 가공하지 않은 음식이었다.
엄마의 닦달에 1시간반~2시간만에 한번씩 무언가를 먹이게 되었고, 아기는 그 일주일 사이에 포동하게 볼살이 올랐다.
신기한건... 그렇게 틈틈이 간식을 먹는데도 밥 먹는 양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 이후로 방법을 바꾸어 2시간 정도 공복이 되면 간식이건 밥이건 무언가를 꼭 먹이게 되었고,
그 후로는 살도 조금 오르고, 키 백분위도 약간 오르게 되었다.
어떤 방법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각자의 집 사정도 육아관도 아기 성향이나 식성도 다르니까.
틈틈이 간식을 먹여 공복을 짧게 한게 밥에 영향을 주어서 밥을 훨씬 적게 먹게 되는 아기도 있을테니..
밥 안먹는 우리 아기는 입이 짧고 뱃구레가 작아서 조금씩 자주 먹는 아기여서 공복을 짧게 유지하는 이 방법이 맞는 것 같다.
9. 꼭 밥이 아니어도 된다
꼭 삼시세끼 '밥'을 먹여야 한다고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밥 대신 빵이나 국수여도 좋고, 과일도 좋고, 야채여도 좋고, 고기여도 좋다.
워낙에 밥 안먹는 아기를 둔 엄마라면 뭐든지 먹는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이유식을 너무나 안먹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최대한 아기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해줬다.
이것저것 해주다가 감자전을 잘 먹는다는 것을 알았고, 계란찜과 두부를 잘 먹고, 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안먹던 음식을 먹고, 먹는 즐거움을 알아간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바나나와 고구마같은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면 한끼 정도는 달달한 음식을 주었다.
너무 안먹으니 짜지 않을 정도로만 간도 해주고,
국에 말아줘봤다가 볶아줘봤다가 죽으로 해줬다가 맨밥에 김을 싸줘봤다가...
그렇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줘도 금방 또 취향이 변하기도 했다.
분명히 지난번엔 안먹더니 잘 먹는 경우도 있고,
지난번에 잘먹었는데 왜 안먹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능하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을 거리들을 만들어주는게 밥 안먹는 아기에게 좋은 것 같다.
밥 안먹는 아기 보충식
1. 분유 보충
밥을 잘 안먹다보니 할 수 없이 분유보충을 해주었으나 워낙에 뱃구레가 작아서 분유마저도 항상 적게 먹었다.
밥 먹고 바로 주는게 아니라 밥을 다 먹고 30분 정도 있다가 챙겨주어서
'밥을 안먹으면 분유를 준다'는 생각이 안들게 해주려고 노력했으나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애가 밥안먹고 바로 분유를 찾지는 않았다.
2. 쌀관련 간식 보충
밥전도 안먹어서;; 쌀가루를 이용해서 티딩러스크 같은 과자를 만들어주거나 감자전, 야채전 같은 전을 부쳐주기도 했다.
(그나마 먹기는 하지만 역시나 많이 먹지는 않는다)
쌀가루가 들어간 간식은 밥먹고 바로 제공해주었다.
3. 틈틈이 간식 보충
나나의 경우, 간식을 주건 안주건 밥을 안먹는건 매한가지였고,
간식 자체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좋아하는 간식이 있으면 챙겨주었다.
돌 전후로는 아기과자류를 주었고, 20개월 무렵부터는 누룽지, 견과류, 고구마, 빵, 떡, 어른과자 등도 먹고 싶어하면 주었다.
공복이 길다고 밥을 잘먹는 것도 전혀 아니었고, 배고프면 짜증만 늘었다. (밥은 안먹으면서..)
너무 공복이 길어지면 오히려 위가 줄어서 밥을 더 안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삼시세끼 밥 시간 제외하고는 사이사이에 간식들을 잘 챙겨주었다.
단, 간식을 먹고 최소 1시간반~2시간이 지나서 밥을 먹여야 잘 먹었다.
마무리
지나고보니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그렇게나 안먹고 물고 있고 뱉고.. 속썩이더니만 이제는 너무 먹는데? 하고 걱정하는 나날들도 생겼다.
물론 매일 잘먹지는 않고, 여전히 안먹고, 물고 있고, 뱉기도 한다.
그래도 전에 비하면 밥 먹는 양도 많이 늘었고 매우 잘먹고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밥 안먹는 아기, 입짧은 아기, 뱃구레 작은 아기를 둔 엄마들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서
그 점을 스스로도 명심하고 되새기면서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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