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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나의 가치관과 '게으른ㄴ 강박관념'

by 솜비 2018. 7. 3.

돈, 학문, 예술, 종교...
사람마다 어떤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지, 어떤 가치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는 모두 다르다.
가치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정답인지 따질 수 없다고 배웠건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답을 정해놓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거나 잘못 살고있다고 주입하는 것 같다.

수많은 가치 중에서 나는 '삶의 여유'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만의 여유 시간에 사색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그 안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그런가하면 나같은 사람과는 반대로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사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세상 부지런한 우리 엄마였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사는동안 수없이 많이 싸웠고, 나는 게으른년이라는 소리를 셀 수없이 많이 들으며 자랐다.
엄마의 가치관 내에서는 나는 세상천지 둘도 없는 게으른년이었다.
그래서 엄마랑 사는 동안에는 나의 정신과 마음이 추구하는 여유를 버리고
게으른년이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부지런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버리고, 하기 싫은 것들을 마지못해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므로...
그리고 '내가 그렇게 게으른년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해야 했다.
대학생때 학교다니면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항상 남들의 삶의 태도와 비교하며 내가 그렇게 게으른년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와서 느끼는 바는 자기합리화인지 모르겠지만, 나정도면 평균치라고 느껴진다 ㅋㅋㅋ

그렇게 합리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내 머릿속에는 '게으른년'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는다.
'게으른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신경쓰이고,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고, 남이 나를 '게으른년'으로 볼까봐 마음이 불안해진다.
엄마에게서 독립하고 나서야 내 삶의 최고 가치가 '여유'임을 깨달았지만, 그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나는 여유를 느껴야 행복하지만, 여유를 느낄수록 불안하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여유로움과 게으름의 그 사이에서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걸까.'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여유를 즐겨도 되는 걸까.'
'남에게 피해 입히지 않고, 내가 행복하면 끝없이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걸까.'

사실 정답은 없는건데..
어떻게 살아가건 무엇을 최고 가치로 여기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텐데...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있는건지...

주변에 부지런한 사람이 있을수록 '게으른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자꾸 나를 깎아내리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하고, 나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 비합리적 신념이 뿌리 깊이 파고든다. 그 비합리적 신념은 스스로는 뽑아내기가 힘들어서 누군가 붙잡고 너는 게으르지 않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내 오래된 마음의 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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