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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꿈을 찾는 길, 잊고 있던 나.

by 솜비 2018. 7. 3.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내 길을 찾으며 헤매고 또 헤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간혹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하는데 얼마전, 친한 전 직장동료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했다.

'잊고 있던 나'라고 하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언니로 인해 깨달은 '잊고 있던 나'는 아주아주 근본적인 나의 삶의 목표와 관련되어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내 꿈이 생기기 전에... 나는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할 때에 특별히 커서 되고 싶은게 없었다.

그냥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안에 어떤 기질이랄까...

(그래서 그렇게나 심즈 게임만 하면 애만 낳고 키우고 낳고 키우고 반복 ㅋㅋㅋ)

엄마가 사준 50권짜리 위인전을 읽으면서 나는 신사임당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그나마 하고 싶은 직업이 생긴게.. 사촌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재미가 들려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 가수' 이런 장래희망들이 생겼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그런 것들을 번갈아 적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굳혀졌는데 그런 나의 꿈에 제약이 걸린 적은 없었다.

공부가 재미있었고, 곧잘 한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으니까...

그러나 고등학생 때, 스파르타식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지니 그 꿈에 제약이 걸렸다.

 

결론만 말하자면, 학원 강사라는 비슷한 다른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것 자체가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회의감이 드는 때도 많았다.

가장 컸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다르고, 그 시간마저 적으니 그게 너무 힘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주간에 일하는데, 나는 야간에 일하는 셈이니...

일이 좋다는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나는 일보다는 내 개인적인 여유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는게 더 좋았다.

근데 그 시간이 너무나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학원 강사를 하며 '여유'를 좋아하는 내가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았다.

오후 3시~12시까지. 시험기간에는 퇴근하고서도 수업 준비를 위해 새벽 5시, 6시 까지 해도 모자랄 때가 많았다.

내가 맡고있는 반이 무려 10~12개였으니까...

처음 1년은 죽을만큼 힘들었다. 늘 피곤하고, 남편과 나는 서로 피곤에 찌들어 자는 모습만 보면서 출근, 퇴근을 했다.

평일 하루 주어진 휴일에는 남편이 퇴근하면 그때서야 같이 밥을 먹고, 몇시간 대화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내 기준에서 그건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하건 사랑하는 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면 그건 나에게 맞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식사하고, 대화하고, 때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이라면 사실 학원 강사여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충족되지 못하다보니 학원 강사는 나와 맞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접어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양 가서 과거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건만 많은 응시 인원에 비해 너무나 적게 뽑는 실정에 또 좌절하고

처음으로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보는 시험에 비하면 공무원 시험은 바늘구멍 정도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기출 문제를 뽑아 풀어봤다.

일단 국어, 한국사, 선택과목 1, 선택과목 2는 그래도 내가 예전에 했던 거라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문제는 영어였다. 대학때 교양으로 영어 들은 것 이후로 10년이 넘어서 초등수준이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문제를 보니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 ㅋㅋㅋ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거기다가 그 직렬로 가면 내가 포기한 꿈에 대한 미련도 너무나 코앞에서 보일 것 같았다.

아예 관련없는 다른 직렬이면 모를까...

또 수많은 고민을 했다.

 

공부를 즐기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건만... 머리가 좋지 않아서인지 오랜 기간 공부를 해왔다.

책을 싹다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고, 지겨울 때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지겹다. 하고 싶지 않다.

로또 1등 맞으면 공부 따위!!! 집에서 펑펑 놀면서 전업 주부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공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로또 1등을 맞는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공부를 해야겠지ㅜㅜ

공무원 시험 준비인지, 하던 공부인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공시 준비건, 지금 공부건... 어차피 세 과목이나 겹친다.

3과목이나 겹치니... 내가 하던건 그대로 하면 되지만, 공시는 영어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시간 투자를 엄청 해야 할테니...

그걸 지금 하는 공부에 똑같이 투자한다면...?

이미 오랜 시간 공부하며 쌓아놓은 것들이 있으니 공시 준비를 할 정도의 시간만큼 똑같이 투자한다면

합격에 조금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안되더라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늘 이생각으로 이렇게 질질 끌어왔지만...)

그래서 어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하던 공부를 계속 하기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누군가에게 상세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친한 언니가 잘 알고 있어서 같이 얘기해봤는데

어느 쪽이건 나의 삶의 목표는 '여유를 통한 행복'이고, 어떤 직업을 갖건 그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인 것 같다고...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니 어느 쪽을 선택하건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고... 언니가 응원하겠다고 해주었다.

자신도 30대를 학원 강사를 천직이라 생각하며 쉴새없이 일만 하면서 살았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같이 일하며 삶의 여유가 없음을 힘들어하던 나를 보고, 또 개인 생활을 중시하던 다른 직장동료들을 보고

일에 매진하는 삶이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일한 지난 세월이 허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좀더 '나의 인생,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는 여유있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고...

요새는 과외를 하며 잠깐 쉬면서 재충전 하고 있다. ㅎㅎ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두서없는 일기가 되어버렸지만...

삶에 안정이 되어있어야 할 30대에도 나는 아직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내 길을 찾으며 헤매고 있다.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인생을 평탄하게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뭐, 이런 사람도 많겠지...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나같은 청춘들이 많을거라며 혼자 위로해 본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안정적인 직업' 이런것도 중요하겠지만,

'행복, 사랑, 여유, 종교, 만족' 등등 자신의 근본적인 삶의 목표를 생각하며 진로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직업을 찾아야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잊고 있던 내 꿈을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나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조금 더 근본적인 나를 끄집어내자면, '여유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돈많은 백수'가 꿈인 것 같다. ㅋㅋ

경제적으로 그 두 가지 모두 되기가 힘들고, 돈을 벌어야 한다면... 역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결론은 '하던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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