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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인연의 끝맺음

by 솜비 2018. 7. 22.

인연의 시작
내가 진짜 어릴 때부터 진짜 싫어하는 유형이 이기적이고, 자기자랑 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인연끊은 G라는 사람도 그런 유형이었다. (편의상 나이 상관없이 그냥 이니셜로 지칭)
너무 싫은 스타일이었지만, 같이 부딪치며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보니,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 맞춰주며 지냈다.
싫어도 싫은티를 안내고 일을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그사람과 되게 친한 줄 알았다고들 했다.
일이 별로 겹치지 않으면 그냥 상대 안하고 인사만 하고 그럴텐데 이 사람은 나랑 심하게 일이 겹치다보니 상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자랑하면 오~ 그래 너 잘났다 우쭈쭈, 실없는 개그치면 하하하하 웃어주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 토닥토닥 해주는척...
같이 일하다보니 '이사람 이상한거 나만 느끼나...' 싶기도 해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ㅠㅠ
그러다가 우연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굉장히 든든해졌다.

G는 본인이 제일 힘들게 살아왔으나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며 남들 배려할 줄 모르고 본인만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쩜 그렇게 주변 사람은 싸그리 무시하고 본인만 고고한지...
그냥 잘난척하는게 아니고, 말과 행동으로 나를 까내리고 자기만 잘난척하니까 그게 진짜 재수없었고, 스트레스였다.
같이 공유해야 하는 일을 나한테만 얘기안하고, 자기 혼자 윗사람과 얘기해서 정하고는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가 내가 물어보니까 그때서야 얘기하고...
윗사람이 허드렛일을 우리 두사람한테 시켰는데, 본인은 바쁘다며 한번도 안하고 한달 내내 나만 하고..
그래놓고 우리 일은 자기 혼자 다한척 보여주기식 일처리와 자기 PR 쩔고...ㅋㅋㅋ
뭐...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정도로 많다.
내가 웬만하면 잊고, 좋게 생각하고 해서 넘어간게 너무나 많다.
그래서 그런지 뭐 기분 엄청 나빴던 몇개만 기억나고 작은 일들은 기억도 잘 안난다.
그사람이 자잘하게 기분나쁘게 하는건 일상이라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면서 사람 좋은척, 쿨한척, 착한척, 겸손한척 했지만, 결론은 에둘러 자랑하면서 다 본인에게 관심을 끌게 하려는 수작들이었다.
나중에서야 다른 분들과 G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서는 '저거 관종이네' 하고 결론낼 수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저렇게 사람 좋은척 하면서 이기적일 수도 있구나' 단지 그렇게 생각했다.
대놓고 못되게 굴고, 티나게 차별하고, 대놓고 자랑질하는 사람을 경계할게 아니라
저렇게 여우같이 사람 좋은척, 착한척 하면서 이기적으로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을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 G와 나는 같은 일을 했기에 어쩔수 없이 친한듯이 지낼 수 밖에 없었고,
같은 직장동료 N은 G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G의 언행들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싫어했고,
M은 최후의 최후까지 G를 믿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직장을 관두게 되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M까지도 G의 언행에 너무나 실망하여 등을 돌렸다.
(일단은 드러내지 않았을뿐)

 

 

 


인연의 끝맺음
모두가 그 직장을 나오게 되면서 나와 M, N은 계속 친하게 지냈지만, G만은 하루 24시간이 바쁜척 연락도 뜸했다.
단톡방에서 만나자고 연락하면 늘 늦게늦게 연락오거나 다음날이 되거나 심지어 36시간이 지나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걸 참다참다 화가 난 M이 먼저, 연락 하기 싫으면 얘기를 하라며 여태까지의 G에게 묵혀둔 이야기를 털어내고 단톡방을 나갔고,
N과 나도 차례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와버렸다.
이미 오래전에 터졌어야 할 일이 이제서야 터졌다. 많이 늦었다.
사실 나 혼자 일대일로 G와 연락했다면 그녀가 나에게 볼일이 끝나서 더이상 나를 이용해먹을게 없다고 판단하고 연락을 안할때 쯤 나도 그냥 연락을 안했을 것 같다.
내가 뭐라 하고 끊는게 아니고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도록...
근데 이렇게 내가 상대방에게 쌓인 것에 대해 뭐라고 하고 연락을 끊어버린 것은 처음이라 희한하게 속이 시원했다.
오랜만에 사이다를 마신 느낌!

이렇게 싫은 사람과 이렇게 길게 인연을 끌어온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싫은 사람에게 티 안내고 같이 일해온 것도 처음인 것 같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표현하고서 인연을 끝맺는 것도 난생 처음이고,
속이 시원하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을 너무너무 늦게서야 한 것 같다.
그동안 나이가 한참 어린 G에게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느라 고생했던 나와 직장동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해주며 마무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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