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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

허준, <잔등> 해설 정리

by 솜비 2021. 4. 15.

 

줄거리

해방 후 광복의 열기와 착잡함, 그리고 무질서가 뒤얽힌 시대 상황에서 친구인 '방(方)'과 장춘(長春)에서 청진까지 오던 '나'는 열차를 놓친다. '방'과 헤어진 뒤 화물차를 얻어 타고 청진 못미친 수성까지 오게 된다. 
'나'는 제방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지창을 들고 뱀장어를 잡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이 소년은 뱀장어를 잡아서 일본인에게 파는데, 사실은 숨어 있는 돈 많은 일본인을 알아내어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이 본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에 열성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나'는 망연히 바라만 본다. 
'방'을 만나려고 청진역으로 왔을 때, 국밥 장사를 하는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갓 서른에 남편을 여의었고, 독립 운동을 하던 아들마저 일경(日驚)에 잃은 사람이다. 그런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난민들에게 너그러울뿐더러, 일본인에게까지 원한과 저주를 넘어 관대하고 동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인간 희망의 넓고 아름다운 시야'를 발견한다. 
'나'와 '방'은 다시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난다. '나'의 머릿속에는 국밥집 할머니의 잔등(殘燈), 뱀장어를 잡던 소년의 잔등(殘燈)이 흐린 불빛으로 새겨진다. '나'는 해방된 조국에서 이국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남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허준(許俊)이 지은 중편소설.  1946년 ≪대조 大潮≫ 1월호에 발표되었으며, 1946년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같은 제목으로 창작집을 발간하였다. 이 작품은 광복 공간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특히 ‘귀향’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화자)이 친구 ‘방’이라는 사내와 함께 광복이 되자 만주의 장춘(長春)에서 함경도 회령·청진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인 ‘나’의 귀로에는 광복의 감격도, 고통스러웠던 식민지 체험에 대한 푸념도, 새로운 각오나 희망도 전혀 끼어 들고 있지 않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뜻밖의 광복을 맞이하여 거의 무감각하게 무개화차에 올라탔고, 피난민 대열에 휩싸인다. 회령에서 기차를 내렸다가 다시 오르지 못하여 기차를 놓쳐버린 ‘나’는 함께 오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용케도 청진으로 가는 트럭을 얻어 타게 된다.
청진에 못 미쳐 작은 마을 어귀에서 트럭을 내린 ‘나’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비로소 압박과 고통과 공포의 오랜 습성에서 아직도 광복의 뜻조차 제대로 되뇌지 못한 채 막연한 불안으로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문득 ‘조선이 그처럼 그리울 수 없는 나라’였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자기인식에서부터 그 시선의 상황적 확대가 가능해지자, ‘나’는 식민지 체험과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 사이의 엄청난 간격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는 광복을 맞이한 우리 동포들이 패망한 일본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주목하게 되는데, 청진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 그 반응의 실상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하나는 광복 이후의 시대를 걸머지고 나아갈 소년으로, 일본인들의 거동을 샅샅이 위원회에 고발하며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서 벌떡 일어설지도 모른다’는 일본인에 대한 증오심을 대변하여주는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청진역 근처에서 국밥을 팔고 있는 노파인데, 이 노파는 일제의 압정으로 아들을 잃어버렸으나 아들과 함께 일본 통치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죽은 일본인을 생각하면서 패망한 일본인들의 거지 행색에 오히려 동정의 눈물을 흘린다.

이 두 사람을 통하여 ‘나’는 광복의 격앙된 흥분 상태와 균형을 잃어버린 증오심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자에게 보내는 동정과 그 밑바닥의 더 큰 비애를 맛보기도 한다. 이 소설의 끝 장면은 주인공이 회령에서 헤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청진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는 바가 있다. 그 한 가지는 광복 공간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패망한 일본을 심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당시의 흥분과 비애를 동시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 작가의식의 문제인데, 그것은 냉정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을 경우, 대체로 사이비 애국자로 변신하였던 많은 지식인들의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광복 후 순수 내지 모더니즘을 고수했던 많은 작가들은 개인의 윤리문제와 시대의식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발표된 「잔등」은 그 냉정한 관찰정신과 역사에 대한 중립성, 균형감각이 특히 주목된다. 즉 광복 전에 발표된 「탁류」, 「야한기」, 「습작실에서」 등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허무주의적 성격, 냉정한 고백체의 성격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며,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맹목성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화가이며, 도쿄유학 경험이 있는 지식인이다. 또한 피난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일기장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반성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스스로 고독적, 내면적, 돌발적, 답보적, 체념을 위한 행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방관자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 장춘→회령→청진→서울로의 여정을 계속하면서 패전한 일본인들의 모습과, 혼란과 새 질서 창조의 열망에 빠져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이때 그의 관찰은 역사에 동참하지 못하는 소외자의 그것으로 빠져들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주인공의 ‘제3자의 정신’을 여행이라는 소설적 형식과 접맥시킴으로써 완결성을 획득한다.(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잔등>은 1946년 『대조(大潮)』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 허준의 대표작이다. 해방 후, 만주의 장춘에서 함경도 회령, 청진을 거쳐 서울로 오기까지 '나'와 친구 '방'이 겪은 체험담이다. 광복을 맞이한 한국인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해방기의 문학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해방에 대한 감격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서의 정교함이나 미학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허준의 <잔등>은 해방과 귀향의 감격적인 의식에 함몰되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인간애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귀국의 여정을 다루면서도 당대의 시대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파하여 인간적 삶의 따뜻한 애정을 '잔등'의 불빛이라는 상징을 통하여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춘서 회령까지 스무하루를 두고 온 여정이었다."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인 '나'의 귀로에는 광복의 감격도, 고통스러웠던 식민지 체험에 대한 푸념도, 새로운 각오나 희망도 끼어들지 않는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뜻밖의 광복을 맞이하여 거의 무감각하게 무개화차(無蓋貨車)에 올라탔고 피난민 대열에 휩싸인다.(귀환 동포 대열을 '나'가 '피난민'이라고 지칭하고 있음은 주목되는 사항이다.)
'나'는 광복을 맞이한 우리 동포들이 패망한 일본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는데, 청진에서 만난 두 사람이 그 반응의 실상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된다. 하나는, 광복 이후의 시대를 걸머지고 나아갈 소년으로, 일본인들의 거동을 샅샅이 위원회에 고발하여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서 벌떡 일어설지도 모른다.'며 일본인에 대한 철저한 증오심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청진역 근처에서 국밥을 팔고 있는 노파인데, 이 노파는 일제에 의해 아들을 잃어 버렸으나, 아들과 함께 일본 통치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죽은 일본인을 생각하면서, 패망한 일본인들의 거지 행색에 오히려 동정과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 이 두 사람을 통하여 '나'는 광복의 격앙된 흥분 상태와 균형을 잃어 버린 증오심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자에게 보내는 동정과 그 밑바닥의 더 큰 비애를 맛보기도 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나'가 회령에서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청진을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청진을 떠나면서 그 할머니의 영상을 황량한 폐허 위에 퍼덕이는 '한 점 먼 불 그늘', 곧 '잔등(殘燈)'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단순한 추억의 불빛이 아니라 지향적인 가치의 불꽃임을 암시한다. '나'는 흥분과 비애를 동시에 바라보는 제3자의 정신, 좀더 냉정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는 패망한 일본을 심정적으로만 인식했던 당시의 흥분과 비애를 객관적으로 응시하고자 했던 작가의 정신이 숨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왜 너의 문학엔 8.15의 희열이 없느냐?'고 덤비던 사이비 진보주의, 특히 안회남 등의 문학 동맹 계열과 작가 허준은 대립되는 셈이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되는 바가 있다. 그 한 가지는 광복 공간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패망한 일본을 심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당시의 흥분과 비애를 동시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 작가의식의 문제인데, 그것은 냉정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을 경우, 대체로 사이비 애국자로 변신하였던 많은 지식인들의 모습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소설, 중편소설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의의 : 해방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조명
제재 : 해방 직후,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주제 : 식민지 시대의 분노와 복수심, 해방의 감격과 무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 정신의 모색

 


*  이 소설의 제목인 '잔등(희미한 불빛)'의 구체적인 의미
인간적 삶의 따뜻한 애정.  '나'는 청진을 떠나면서 그 할머니의 영상을 황량한 폐허 위에 퍼덕이는 '한 점 먼 불 그늘', 곧 '잔등'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비참한 모습으로 쫓겨가는 일본인에 대하여 원한과 저주를 넘어 관대한 태도를 보이던 할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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