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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문학

계용묵, <별을 헨다> 해설 정리

by 솜비 2021. 4. 18.

계용묵(桂鎔默)이 지은 단편소설.
1946년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7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그 뒤 1954년에 간행된 단편집 『별을 헨다』에 수록되었다. 계용묵 문학의 후기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서, 광복 후의 어려운 시대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내용
만주에서 살다가 독립이 되자 아버지의 유골을 파가지고 고국으로 돌아온 주인공 모자는 1년이 넘도록 방 한 칸 구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나마 지금까지 살고 있던 초막마저 비워야 할 형편이다. 만주에서 나올 때 같은 배를 타고 오면서 알게 된 친구가 일본집에 수속 없이 들어 있는 사람을 내쫓고 대신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한다.
작년 겨울에 자기자신도 수속 없이 들었던 일본집에서 쫓겨났기에, 같은 처지가 될 다른 사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이들 모자는 고향인 이북으로 가려고 서울역에 도착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사람이 이북도 마찬가지라서 이남으로 넘어온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 귀향을 단념하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광복 후 월남한 사람들의 애환이나 인정의 기미 등을 잘 보여주는 계용묵의 후기 단편 중 대표작이다. 특히, 주인공이 의분이나 정의감 또는 고발 정신을 발동시키는 인물로 그려져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작자가 유지해오던 관조적 자세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밀착하여 시대적 혼란상을 표현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현실의 총체적인 인식에는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계용묵 문학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줄거리
'나'는 산 위에 올라 목청껏 고함을 질러본다. 하늘과 맞닿은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가 그립다. 바다를 낀 고향에는 가지 못하고, 서울 근교의 산 속에 움막을 짓고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이 신세가 너무나 서럽다. 밑에서 낙엽 긁기에 바쁜 어머니는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가슴이 펄떡펄떡 뛴다. '나'는 부모를 따라 만주에서 지내다가 해방을 맞아 돌아왔다. 그곳에서는 노력만 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었고, 산도 물도 정을 붙이니 마냥 이국 같지만도 않았었다. 하지만 조국에서 일본이 물러갔다니 아버지 뼈라도 고향 산천에 묻어야 한다는 어머니 말에 무덤을 파서 아버지 유골을 수습했다. 귀국 길은 찻길이 직통이라 하지만 뱃길이 안전하다고 해서 배를 탄 게 인천에 닿았다.
그런데 고향은 삼팔선이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몰래 넘으려다가 총소리에 한 사람이 쓰러져 죽는 걸 보고는, 고향이라고 찾아봤자 일가친척이 한 사람도 없으니 아무데서나 주저앉자 했다. 어떻게 해서 일본집 다다미방 한 칸을 빌어 들었지만 겨울을 나자마자 비워 달래서 나앉고 말았다. 그 뒤로는 피난민으로 북적대는 서울 바닥에서 방 하나를 얻기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어 이 산 속으로 들어와 움막을 짓고 별을 헤아리게 되었는데, 이나마도 나무나 낙엽을 긁지 말라고 딱딱거리는 사람이 있다. 산사태가 나 산밑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거였다. 귀국선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친구로 지내는 자가 있었다. 친구는 '나'를 딱하게 여겨, 진고개 너머 일본 적산집에 사는 사람을 내쫓아서 집 한 채를 마련해 주겠다고 호기를 부린다.
'나'는, 나 잘 살자고 남을 애꿎게 내몰 수는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었다. 오늘, 그 친구를 만나고자 남대문시장의 남이창정 어귀라는데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친구가 잠바를 사겠다고 어떤 행상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행상 사내는 2천원 아래로는 팔 수 없다고 뻗대는 걸 그는 지전 한 묶음을 억지로 상대방 호주머니에 질러 넣고는 돌아선다. 행상이 금액이 당치 않으므로 잠바를 되찾고자 하나 친구는 험한 표정으로 울림장을 놓는다. "이러단 좋지 못해, 괘니?" 하는 공갈에 행상은 돈 8백원만 쥐고 무춤 물러선다.
친구는 이날도 여전히 집을 한 채 마련해 주겠다며 고집을 부리지 말란다. 방을 하나 얻으려면 보증금만 해도 만원이 넘을텐데 그거나 있는가고 묻는다. '나'는 여차하면 이북으로 가겠다고 대꾸하자 거기라고 누가 집을 주겠냐는 거다. 하지만 '나'는 끝내 친구의 호의를 뿌리칠 밖에 없다. 친구와 헤어져서 셋 방을 찾아보았으나 직업이 없는 걸 탓하는 데는 어떤 묘수가 있을 것인가. 피난민 구제회의 알선으로 어떤 문화사에 이력서를 내고 총무부장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기에 솔직하게 대답한 것이 다된 죽에 코를 빠뜨린 격이 되고 말았다.
이러자니, 집이 없으니까 취직이 안되고, 직장이 없으니까 집을 못 얻는 모순에 빠져든 것이다. 해질녘에 움막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낮에 낙엽을 긁다가 사내한테 곽쟁이(갈퀴)를 빼앗기고 움막마저 상해 겨우 땜질을 해놓았다고 근심이 가득하다. 사내는 장춘단 피난민 소굴로 들어가라며 삿대질하더란다. 아무래도 삼팔선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는 성싶었다. 내일로 떠나자 해서 두 개 남은 초를 밤이 깊도록 다 태웠다. 이튿날, 담요 두 개 중에 하나를 팔아 청단까지 가는 밤 차표를 샀다. 남은 담요로는 아버지의 유골을 덧말아 등짐으로 삼았다.
서울역에는 오가는 피난민으로 꽉 들어찼다. 가까스로 어머니를 벤치 한 자리를 차지해 앉도록 했다. 이때, 옆에 앉았던 여인이 어머니를 알아보고 반색을 한다. "아아니! 이게 공경곳질 아즈마니 아니요?" 할 때, 어머니도 덩달아 "너 박촌짓 딸 아니가?"며 손을 잡는다. 만주로 떠나기 전 아래윗 동네에 살던 사람이다. '나'도 그녀의 남편과 수인사를 주고받았다. 우리가 이북으로 넘어갈 작정이란 말을 듣고는 펄쩍 뛰며 말린다. 거기도 못 사는 사람은 살기가 막막하고 기어들 집이 없단다. 장사를 하던 사람은 한 밑천 잡았다고들 하나, 그걸 두고 픽픽 웃기만 하면 여기나 거기나 편히 살기는 틀린 모양이다. 그들은 지금 이북에서 내려와 살기 좋다는 강원도로 가는 길이란다. 어머니는 "글세, 박촌짓 딸 네기(이야기) 들으니께니 그래태누나" 하고 망연자실한다. 개찰이 끝나 어느새 대합실은 텅 비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해방 직후에는 외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이나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의 비애와 비참한 삶을 그린 소설들이 주류를 이룬다. 남북분단에 따른 남북 왕래의 차단, 예기치 않았던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경제적 궁핍속에 살게되면서 해방과 독립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는 상황을 소설로 그리게 된다. 이것이 이 작품의 세계이기도 하다.
작가가 철저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이 소설은 그 제재가 보여주는 대로 상당히 깊이있는 작품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작가가 갖고 있는 방관자적, 소극적 자세가 그것을 심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드라마의 빈곤, 단조로운 플롯의 구조, 그리고 소재 처리에 있어서 수필적 접근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이 작품은 해방공간에서의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투뿐만 아니라, 그가 이력서를 제출한 곳이 무슨 문화사인걸 보면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지식인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주인공은 혼란한 세태 속에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요령 따위를 부릴 줄 모르는 너무 양심이 바른 사람이다. 자기 코가 석 자인데도 남의 걱정을 먼저하는 양심가인 것이다. 이것이 그의 비극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은 한 양심적인 지식인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가를보여주는 하나의 보고서이다.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삶 아래에는 모순에 찬 현실이 큰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후기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여기서는주인공이 의분이나 정의감 또는 고발정신을 발동시키는 인물로 그려져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작가가 유지해오던 관조적 자세를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밀착하여 시대적 혼란상을 표현하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의 총체적 인식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계용묵 문학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해방 공간의 남한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특징 1. 객관적인 산문 문장이라기 보다 주관적인 영탄에 가까운 표현의 문장이 빈번함.
       2. 짧은 분량으로, 소설을 수필의 경지로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듦.
주제 : 해방공간에 있어 실향민의 고난과 지식인의 내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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