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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캔디상자

by 솜비 2018. 1. 18.

작은 캔디상자 하나로도 나를 추억에 젖게 하는 사람.

그 사람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보려고 컴퓨터를 켰다.

 

그 사람은 돈을 쓰는 데에 있어서 엄청나게 짠돌이도 아니었고, 엄청나게 헤픈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쯤은 짠돌이 쪽에 쏠려 있었다.

아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그렇게 습관이 들었겠지.

학생이었던 연애시절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꼭 필요한 조금의 돈만으로 데이트를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불만이 없었다. 나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많은 돈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없음을 미안해 했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 기념일이 아님에도 이따금씩 챙겨주는 선물들,

비싼 생일선물, 지나가다 본 예쁜 무언가를 사주는 것 등...

그의 말대로 가끔은 받고 싶기도 했지만, 나는 욕심내지 않았다.

그저 길거리를 걷거나 한강을 산책하며 캔커피를 나눠마시거나 분식집에서 밥을 먹는 것 조차도 소중했으니까.

부끄럽단 생각도 안했다.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학생이니 돈이 없는건 당연하다고.

그래도 마음 착한 그 사람은 늘 마음에 걸려했다.

 

후에 직장인이 되고나서야 그간 돈이 없어서 나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선물해주었다. 

예쁜 악세사리들과 멋진 저녁식사, 비싼 생일선물...

그것들이 모두 비싸고 좋았지만, 난 그의 마음이 더 예쁘고 소중했다.

즐겁고 행복해할 나를 위해서 잊지 않고 나에게 해주고 싶던 것들을 하나씩 해주는 그 마음.

내가 기분 좋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행복하다고 하는 그 예쁜 말들.

 

나는 여전히 그렇다.

그가 나에게 해주는 모든 것들이 다 좋지만

무엇보다도 그 마음 씀씀이와 예쁜 말들이 제일 좋다.  제일 소중하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캔디라면서, 내가 생각나서 사왔다는 캔디상자는 이제 텅 비어있지만

왠지 그의 마음이 거기에 들어 있는 것 같아서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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