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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고전문학

고전소설, <유충렬전> 해설 정리

by 솜비 2020. 9. 12.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본. ‘유충렬전()’·‘유충렬전()’등의 이명이 있다. 필사본·목판본·활자본으로 간행되어 50여 가지의 이본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영종연간(또는 홍치연간)에 정언주부의 벼슬을 하고 있던 유심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한탄하다가 남악형산에 치성을 드리고 신이한 태몽을 꾼 뒤 귀하게 아들을 얻어 충렬이라 이름을 짓고 키운다. 

 

이 때 조정의 신하들 중에 역심()을 품은 정한담·최일귀 등이 옥관도사의 도움을 받아 정적()인 유심을 모함하여 귀양 보내고, 유심의 집에 불을 놓아 충렬 모자마저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렬은 천우신조로 정한담의 마수에서 벗어나 많은 고난을 겪고 퇴재상 강희주를 만나 사위가 된다. 강희주는 유심을 구하려고 상소를 올렸으나 정한담의 모함을 입어 귀양을 가게 되고, 강희주의 가족은 난을 피하여 모두 흩어진다. 충렬은 강낭자와 이별하고 백용사의 노승을 만나 무예를 배우며 때를 기다린다.

이 때 남적과 북적이 반기를 들고 명나라에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자원 출전하여 남적에게 항복하고, 남적의 선봉장이 되어 천자를 공격한다. 정한담에게 여러 번 패한 천자가 항복하려 할 즈음, 충렬이 등장하여 남적의 선봉 정문걸을 죽이고 천자를 구출한다.

충렬은 홀로 반란군을 쳐부수고 정한담을 사로잡고 호왕에게 잡혀간 황후·태후·태자를 구출하며, 유배지에서 고생하던 아버지 유심과 장인 강희주를 구하여 개선한다. 또한, 이별하였던 어머니와 아내를 찾고, 정한담 일파를 물리친 뒤 높은 벼슬에 올라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을 소설로 엮은 전형적인 군담소설이다.

작품의 전개는 주인공의 신이한 출생, 성장과정에서의 시련과 그 극복, 그리고 영웅적 투쟁과 화려한 승리로 이어져 있다.

주인공의 극단적인 하락과 공명의 극으로의 상승을 통해서 인간의 영고성쇠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유충렬전>은 충신과 간신의 대립을 통하여 조선조 중세 질서 속에서 충신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무능한 왕권에 대한 규탄과 역경에 처한 왕가의 비굴성이 나타나고 있어, 권좌에서 실세한 계층이 다시 권력을 잡고자 하는 꿈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호국을 정벌하고 호왕을 살육한다는 점에서, 병자호란 이후 호국 청나라에 대한 강한 민족적 적개심을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작연대는 확정할 수 없으나 오늘날 전하는 판본이 모두 19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한담을 생포하는 과정과 유충렬이 강낭자와 결연하는 과정이 중국소설 <설인귀전>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18세기 후반기 이후에 창작된 소설로 보인다.

​주요 향유층과 창작 연대

≪유충렬전≫은 ‘영웅의 일생’이라는 서사 구조를 가장 잘 완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웅소설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간 이 작품의 작자와 창작 연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았다. ≪유충렬전≫은 천자를 정점으로 한 충신과 간신의 대결을 기본 갈등 구조로 삼으면서 충신의 궁극적인 승리와 그 승리를 통한 부귀공명의 실현을 구가하는 작품이다. 즉 이 작품은 충신이 간신의 모함으로 철저하게 몰락했다가 그의 자손이 간신의 반역을 평정하면서 다시 권력과 부귀공명을 획득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유충렬전≫의 작자가 몰락 양반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유충렬전≫에는 몰락 양반의 권력 회복 의지가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충효와 같은 유교적 이념에 입각해 국가 위기를 해결한다는 이상주의적 면모도 몰락 양반의 의식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유충렬전≫은 조선 후기 소설의 상업화라는 소설 발전의 토대 위에서 독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 이루어진 통속소설이며, 주 향유층이 평민 이하의 계층이라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영웅소설의 향유층이 주로 평민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어떤 남자가 종로의 담배 가게 앞에서 강독사()가 패사() 읽는 것을 듣고 있다가, 영웅이 가장 실의()한 대목에 이르자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내뿜으면서 담배 써는 칼을 뽑아 강독사를 찌르니, 그가 선 채로 죽었다(, <>, ≪稿≫ 3.        ).

 또한 이 기록은 ≪정조실록()≫ 14년 8월 무오 조()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조선 후기 영웅소설의 주요 향유층이 평민이었으며, 그들이 영웅소설에 열광했던 까닭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충렬전≫의 주요 향유층이 평민 이하의 계층이었으며, ≪유충렬전≫이 주로 이들의 의식 지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작품 내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목을 들 수 있다.

 

①은 정한담과의 첫 싸움에서 승리해 대원수가 된 유충렬이 폐허가 된 자기 집을 방문해 독백 형태로 말한 것인데, 그 내용이 일국의 권세를 장악한 대원수의 입에서 나올 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즉 “부귀영화 본다 하고 부디 사람 경히 말고 제 복 있어 잘산다고 일가친척 괄시 마소”라거나,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는 줄을 게 뉘라서 알아보리. 권세 좋다 귀하다고 천만년을 믿지 마소”라는 말 등은 권세를 장악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탓에 이 대목은 이야기 전개상 매우 어색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면 이런 어색함은 왜 일어났는가? 그 까닭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작가가 이야기 전개상 유충렬이 권세를 장악한 것을 간과해 버리고 당시 부귀권세가의 행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유충렬의 입을 통해 표출해 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유충렬을 잃었던 권력을 회복한 인물이 아니라 민중의 구원자로 생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 가운데 어떤 것이 원인이었건 간에 여기에는 권력 회복을 추구하는 몰락 양반의 의식보다는 당시 부귀권세가에 대한 민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충렬이 정한담을 사로잡아 백성들 앞에서 처형하는 대목인데, 백성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정한담을 처형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안의 온 백성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정한담의 시신에서 간을 꺼내어 씹거나 살을 베어 먹으면서 유충렬의 덕을 칭송한다. 정한담이 아무리 만고의 역적이라고 할지라도 백성들이 그의 인육()을 먹는다는 상황 설정은 참으로 끔찍하기 그지없으며, 우리나라 고전소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런데 ≪유충렬전≫에는 이러한 끔찍한 장면이 장황하게 서술되어 있다. 백성들이 정한담의 간을 꺼내어 씹어 먹은 것을 그가 단순히 반역을 꾀한 역적이거나 주인공 유충렬의 적대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한담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백성을 죽음으로 몰고 가거나 도탄에 빠뜨린 부패한 지배층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백성들은 그를 철천지원수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는 조선 후기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가는 정한담의 간을 꺼내어 씹어 먹는다는 표현에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백성들이 유충렬을 칭송했던 것도 그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충신이라기보다는 자기들을 부패한 지배층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준 민중적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대목에는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조선 후기 민중의 강한 분노와 함께 영웅 대망()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위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유충렬전≫ 등 조선 후기에 창작된 영웅소설의 주요 향유층이 평민 이하의 계층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충렬전≫의 작자를 평민 이하의 계층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평민은 한글을 읽거나 쓸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앞서 인용한 이덕무의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한글소설이라고 할지라도 눈이 아니라 주로 귀로 향유했던 것이다. 따라서 실제 ≪유충렬전≫의 작자는 평민 가운데서도 한글을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 또는 몰락 양반이나 중인 계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자가 어떤 계층이었건 이들은 조선 후기 민중 의식이나 취향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유충렬전≫ 등 영웅소설은 조선 후기 소설의 상업화라는 소설 발전의 토대 위에서 민중 독자층의 요구에 부응해 창작된 통속소설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유충렬전≫의 창작 연대와 관련된 문제다. 한때 ≪유충렬전≫은 임병양란 직후나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사이에 창작되었을 것이라 추정되기도 했다. 그 근거로는 유심과 정한담의 논쟁이 병자호란 당시 주화파(主和派)와 주전파(主戰派)의 정쟁(政爭)과 유사하다는 점, 영웅 일대기의 구조를 가장 잘 구비하고 있다는 점, 중세적 질서의 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위의 근거들은 도리어 ≪유충렬전≫이 19세기 이후에 창작된 것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유심과 정한담의 논쟁은 병자호란 당시의 정쟁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쟁을 비롯해 조선 후기에 만연한 정치 현실이 유형화되고 속화된 형태로 반영된 것이며, 영웅 일대기의 구조를 가장 잘 구비하게 된 것도 이전에 나온 영웅소설의 구조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화하고 보완한 결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세적 질서 위기를 심각한 문제로 제기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18세기적 상황보다는 19세기적 상황과 부합하는 측면이 강하다. 즉 ≪유충렬전≫은 황실의 미약, 법령의 불이행, 외적의 강성 등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을 서사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위의 세 가지는 세도정치에 따른 왕권의 약화, 삼정(三政)의 문란 등 부패한 관료들에 의한 법령의 악용, 오랑캐로 인식되었던 서구 열강의 침입 등 19세기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부합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충렬전≫이 19세기 이후에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로는 현존하는 이본이 대부분 1900년대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 방각본 중에도 경판본이 없고 완판본만 존재한다는 점, ≪상서기문(象胥記聞)≫의 기록에 ≪유충렬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상서기문≫의 기록이다. 이 책은 정조 18년(1794)에 대마도 역관인 소전기오랑(小田幾五郞)이 조선의 사신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주로 기록한 책인데, 여기에는 조선의 소설로 ≪장풍운전(張豐雲傳)≫, ≪구운몽(九雲夢)≫, ≪최현전(崔賢傳)≫, ≪장박전(張朴傳)≫, ≪임장군충렬전(林將軍忠烈傳)≫, ≪소대성전(蘇大成傳)≫, ≪소운전(蘇雲傳)≫, ≪최충전(崔忠傳)≫ 등 주로 영웅소설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목록에 19세 후반에 가장 인기 영웅소설로 알려진 ≪유충렬전≫이 없다. 따라서 ≪유충렬전≫은 18세기 말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징>

1. 영웅소설의 전형적 요소(영웅의 일대기 구조)를 두루 갖추.

2. 공간을 이원적(천상계, 지상계)으로 설정하여 사건 전개.​

3. 편집자적 논평, 우연적, 비현실적 요소가 많이 나타남.

4. 병자호란 이후 생긴 민중들의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이 반영됨 (호국정벌)

<영웅의 일대기 구조>​

1. 고귀한 혈통(+)

2. 비정상적 출생(-)

3. 비범한 능력(+)

4. 어릴때 위기(-)

5. 조력자를 만남(+)

6. 성장 후 시련(-)

7. 위업달성, 행복한 결말(+)

유충렬의 고난과 시련, 전쟁중의 충성시과 그에 따른 부귀영화는 세력을 잃은 양반 계층의 권력 회복의 꿈이 표현된 것.

▶문학사적 의의 : 이 소설은 영웅의 일생이라는 유형적 구조를 충실히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웅 소설이다. 따라서 주몽

신화 에서 보이는 영웅의 일생 전통에 서 있는 것이다. 또 이 작품의 유형 구조는 신소설까지 계승되어 이인직의 혈의 누에 영향을 끼쳤다.

 

영웅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귀족적 영웅 소설이며, 거듭되는 위기의 설정과 흥미진진한 군담(軍談)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병자호란의 경험도 반영되어 있다. 유심과 정한담의 대결은 주전(主戰), 주화(主和)의 대립이며, 정한담에 의해 황제의 가족들이 포로가 된 것은 강화도 함락으로 왕실의 인물들이 포로가 된 것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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