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초기 박인량(朴寅亮)의 《수이전(殊異傳)》에 실렸었다는 설화.
죽은 이가 재생하여 금지된 사랑을 나누었다는 내용의 문헌설화. 신이담(神異譚)에 속한다.
원래≪수이전 殊異傳≫에 수록된 설화였으나, 지금은 ≪대동운부군옥≫(백과사전) 권8에 수록되어 전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신라 사람 최항(崔伉)은 자를 석남(石南)이라 하였는데, 사랑하는 첩이 있었으나 부모가 금하여 몇 달을 만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그는 갑자기 죽게 되었는데, 죽은 지 8일째 되는 날 밤 다시 살아나 첩의 집에 가니 첩은 그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가 매우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는 자기의 머리에 꽂고 있던 매화꽃가지[石枏]를 첩에게 주며, 부모가 너와 동거함을 허락하였기에 왔다고 말하고 첩을 데리고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담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새벽이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 집 사람들이 첩에게 이 집에 온 까닭을 묻자 첩은 그 동안의 일을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러자 그 집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가 죽은 지 이미 8일이 지나 오늘 장례를 지내려는데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하였다.
이에 첩이 그가 준 매화꽃 가지로 시험해 봄이 좋겠다 하여 그의 관을 열고 보니 시체의 머리에 꽃이 꽂혀 있고, 옷은 이슬에 젖었으며, 신고 있는 신은 모두 닳아 있었다. 이에 첩이 통곡하고 졸도하자 그가 다시 살아나 20년을 함께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원래 ≪대동운부군옥≫은 백과사전적 저술이었던 관계로 기존의 설화를 수록함에 있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이전≫ 수록의 설화는 좀더 풍부한 내용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삽석남설화>는 주인공 최항이 죽었다가 살아난다는 점에서 재생설화(再生說話), 육체는 죽었지만 혼이 살아남아 사랑을 나눈다는 점에서 혼교설화(魂交說話), 또는 시애설화(屍愛說話)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이 설화에는 당시의 민간 신앙적 영혼 불멸관과, 자유연애적인 초월적 이상주의, 그리고 죽은 이의 원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신원관(伸寃觀)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도교의 신선 사상적 시해승천(尸解昇天)과 불교적인 윤회 환생적(輪廻還生的) 요소가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미 신라 시대에 수입되어 읽혀졌을 우보(于寶)의 ≪수신기 搜神記≫, 염선(閻選)의 ≪재생기 再生記≫ 외에 ≪태평광기 太平廣記≫에 수록된 명상기(冥祥記)·열이전(列異傳) 등 중국 재생설화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하여 이 설화 외에도 선녀홍대(仙女紅袋) 등 많은 재생·혼교설화가 신라 시대에 생겨나게 되었고, 이들 설화들이 후대의 설화소설에 준 영향도 컸다.
조선 초기 김시습(金時習)의 ≪금오신화 金鷘新話≫에 실린 <만복사저포기 萬福寺樗蒲記>나 <이생규장전 李生窺牆傳>도 혼교·재생에 의한 사랑이 중심을 이루며, 그 이후의 한글소설인 <양산백전 梁山伯傳>·<유문성전 柳文成傳>·<김인향전 金仁香傳>·<정을선전 鄭乙善傳> 등도 재생을 모티프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삽석남설화>는 후대 재생·혼교 모티프의 근원을 이루는 설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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