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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영화 '메멘토' 감상, 리뷰

by 솜비 2017. 10. 22.

아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메멘토 리뷰 :)

(메멘토 영화 자체가 시간을 왔다갔다해서 리뷰도 좀 복잡함)

 

 

'메멘토'는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가 강간, 살해된 충격으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사고 전의 기억만 갖고 있고, 그 이후의 기억들은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한 채

자신이 찍어둔 사진이나 메모, 잊지 않기 위해 몸에 해둔 문신 등에 의존하여

아내를 죽이고, 자신을 기억 상실에 빠지게 만든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게 역순행적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결말이 먼저 나오고(처음에는 당연히 결말인지 모르지만..),

영화는 그 결말이 일어나기 전 사건들을 하나씩 역추적해가는 식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에 영화를 볼 때에는 이게 대체 뭐지? 무슨 내용이야?? 멘붕에 빠지며 시작한다 ㅋㅋㅋㅋ

나도 처음 몇십분은 어지러운 장면전환 때문에(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고 자꾸 시간을 거슬러서 보여줘서)

이해도 안가고 영화를 보는 나도 주인공 레너드만큼 참 복잡복잡했다.

그렇지만 점차 영화의 규칙적인 장면전환도 파악이 되고,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도 보이기 시작했다.

 

보다보면 컬러풀한 장면과 흑백 장면을 뒤섞여 보여주는데..

가만히 보면 컬러풀한 장면은 메인으로서 시간을 거슬러가며 사건 흐름을 보여주고,

흑백 장면은 레너드와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자신의 습관새미의 이야기 등을 독백처럼 이야기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순행적으로 이루어져서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준다.

 

 

<일단 설명도 역순행적 구성임>

 

영화 전반부에서 레너드가 모으는 자료엔 범인이 테드임을 가리키고 있는데

어느순간 나탈리라는 여자가 등장하더니 테드가 레너드에게 뻥친 증거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테드가 실명은 존 에드워드 겜멀? 뭐 그런 이름이고, 차도 도난 차량이고, 그를 외딴곳에서 죽이라고 장소까지 알려준다.

왜 도와주는가 했더니 레너드의 사진에는 '연인을 잃고 동정심에 레너드를 돕고 있다'고 쓰여있다.

 

반면에,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의심받고있는 테드는 레너드와 굉장히 친한척을 한다.

항상 등장할때마다 폭풍 친한척 ㅋㅋㅋㅋ 레너드는 기억을 못해서 테드가 등장할때마다 즉석사진을 꺼내 보고, 사진에 자신이 해둔 메모를 읽는다.

전반부에서 나탈리의 자료나 레너드가 모아둔 자료를 보았을때, 범인이 테드구나... 했다.

그래서 겉으론 친구처럼 구는 테드가 범인임을 눈치채고 죽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가보다 했다.

근데 의심스러웠던게, 테드는 늘상 레너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했는지 거의 다 꿰차고 있다. 그부분이 뭔가 수상했다.

늘 레너드를 따라다니는건가? 혹시나 자신을 신고할까봐? 기회를 엿보아 레너드를 죽이려는걸까?

근데 그러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자신을 기억 못하고 있을때 확 죽이면 됐을텐데.. 레너드를 여유있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겠구나 했다.

테드는 레너드에게 '너의 기억을 이용해 누군가 살인을 하게 할수도 있다, 조심해라' 라고 말하는데

테드의 다른 꿍꿍이 레너드의 단기기억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살해하게 하려고...)가 바로 그게 아닐까? 했다.

 

 

영화가 갈수록 시간을 거슬러가니까..

이제 나탈리에게 그 자료를 받게 된 이야기가 나오고,  거슬러서 나탈리를 돕게 된 이야기가 나오고, 더 거슬러서 나탈리를 처음 알게 된 이야기도 나온다.

나탈리가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게 뭔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자신의 연인을 죽인 복수였을 줄이야....

자신을 위협하는 도드를 레너드가 죽이게 유도하고, 자신의 연인 '지미'를 죽게한 '테드'를 없애기 위해서(레너드가 죽이게끔)였을 줄이야..

내용파악만으로도 빠듯해서 그부분은 전혀 생각을 못했다.

테드가 주는 정보(나탈리가 마약거래를 한다, 나탈리 애인이 마약상인데 애인을 잡으려는 놈들이 오면 레너드를 이용해 방어할거라는둥..)가 굉장히 자세해서 진실같기도 하고, 자신의 의심을 나탈리로 돌리게 하려고 지어낸 것 같기도 해서 도저히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보류해두었었는데... 테드가 진실을 말했을 줄이야;;;

레너드는 자신이 사진에 메모한 것(테드는 뻥쟁이, 믿지마라)만 철저히 믿는 사람이라 테드가 주는 정보따위 뻥이구나~하고 무시하고...

테드는 사건 이후로 레너드가 많이 변했다고.. 자신이 누군지, 형사놀이를 한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른다고 얘기했으나

레너드는 또 뻥이라고 무시...

테드의 직업도 모르고.. 레너드 주변을 너무 정확하게 딱 알고 맴도는지라

뭔가 수상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갈수록 테드가 진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좀더 비중을 두고 영화를 보았다.

너무 친근하게 구는 데다가 계속 레너드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듯이 말을 해서..

뭔가 잠깐 친했던 사람이 아니고... 꾸준히 친해온 사람인 것 같았다.

 

 

  

 

컬러풀 장면, 흑백 장면이 번갈아가며 나오다가

영화의 후반부로 진입하면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흑백장면에서 갑자기 자신의 몸에 새긴 문신 하나를 발견하고(전화에 절대 대답하지 말것) 전화를 더이상 받지 않는다. 그 이후로 컬러풀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나탈리의 본모습이 서서히 나오게 된다.

나탈리를 돕겠다고 도드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레너드에게

처음엔 도드가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더니, 주소물으니 바로 알려주는 부분에서 음? 살짝 의심했다. 위험하다더니 개뿔 안말림 ㅋㅋㅋ

거기다가 레너드의 차 얘기도 했다고 ... 이부분을 보고 나탈리가 레너드를 약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아주 조금은 했지만, 크게 신경을 못썼다ㅜㅜ

근데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나탈리가 쌍욕하고 성질내고, 레너드의 아내에게 쌍욕을 퍼붓다가 한대 맞고...

그러고 조금 있다가 레너드가 까먹으니까 딴사람한테 맞은척... ... 연기 쩔었다.

진짜 무서웠다...;; 이런식으로 사람 기억상실증을 이용해먹다니...

첫만남때도 진짜 기억 못하는지 (나탈리는 레너드에 대해 예전에 테드한테 이미 들은듯) 시험해보려고

레너드가 보는 앞에서 음료에 가래침뱉어놓고, 나중에 그걸 레너드보고 먹으라고 줬는데 레너드는 그걸 까먹고 꿀꺽꿀꺽 마심...

... 그거보고 사람이 이런식으로 음흉하고 교활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어떻게 10분만에 그렇게 안면몰수하고 딴사람인척 연기하면서 살인을 유도할 수 있는지..

가장 소름끼쳤던 부분이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새미의 모습을 레너드와 겹치게 보여주기도 하고,

문신을 한 레너드를 쓰다듬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내가 살아있음에도 '아내가 강간, 살해당했다. 복수해야한다'는 문신을 한듯..)

슬슬 레너드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것을 약간씩 보여주면서

사건의 전반부(역순행적 구성이라서 영화에선 후반부지만, 사건의 초반에 해당..)인 나탈리 남친을 죽인 부분이 나온다.

이때 테드가 부패경찰이고,

마약거래를 해서 돈을 꿀꺽함과 동시에 마약조직원인 나탈리남친을 레너드가 죽이게 했는데(아내를 죽인 범인이라고 속여서),

레너드가 뭔가 의심스러워서 테드에게 기억을 못하는척했더니

여태까지의 일을 술술 불었다.

새미의 이야기가 사실은 레너드의 얘기였고, 이미 1년전에 범인을 레너드 손으로 잡아 죽였으며,

레너드가 복수를 했음에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 범인을 쫓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억을 조작하면서 계속 범인을 만들어내길래 자신은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솔직히 술술 얘기하는데..

그걸 들은 레너드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 너한테만은 니말대로 범인을 만들어서 잡겠다고 하면서 테드의 차 번호판을 문신으로 새기려고 마음먹으며 끝난다. (영화 초반부에 문신으로 나옴)

테드가 영화 처음에서 죽은것은 나탈리의 복수도 개입되어 있겠지만,

레너드가 자신의 기억상실증을 이용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스스로 자신의 기억상실을 이용하는 씁쓸한 부분이기도 하고..

타투샵으로 가는 중에 문신을 한 자신을 쓰다듬는 아내를 기억해내나 곧바로 잊고 여긴 어딘가?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어쩌면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테드가

사실은 나탈리와 마찬가지로 레너드를 이용하고 있던 부패경찰이었다니...ㅜㅜ

(테드가 레너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훤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 여기에서 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흑백장면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도 테드였다)

레너드와 교류하는 나탈리, 테드... 두 사람 모두 레너드를 위한 사람은 없고, 오로지 이용하려고만 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교활하고 추악한 이면을 본 것 같아서 참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10분마다 기억을 잃을 수 밖에 없는 레너드가 가엽다ㅜㅜ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조작된 기억이건, 자신때문에 아내가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건...

쳇바퀴돌듯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그게 곧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고..

아마 죄책감때문에 스스로에게 그 영원한 굴레를 씌운게 아닐까 싶다.

 

 

 

 


 

 

인터스텔라고, 메멘토고 감독이 워낙에 퍼즐마냥 딱딱 잘 짜놔서..

플롯이나 구성상에 있어서 깔만한게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흥미로운 소재와 플롯..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역순행적 구성.. 거기다 색으로 또 장면을 구분해 놓기까지...

이건뭐... 감탄스럽다는 말밖에는...ㅎㅎ.. 남들이 다 천재감독, 천재감독 할만하다. 여태까지 천재감독이란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었는데

(그전까지는 놀란 감독 작품을 본게 배트맨이랑 인셉션밖에 없어서 ㅋㅋ)

인터스텔라, 메멘토까지 보고 난 후에야 동의...ㅋㅋㅋㅋ 진짜 능력자인것 같다.

이렇게까지 짜임새있는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기가 참 쉽지 않을텐데... 창작욕심이 나게 만든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번째로 훑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퍼즐을 맞추고 난 후에 내가 미처 못맞춘 퍼즐을 마저 맞추는 느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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