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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대화에 대하여

by 솜비 2018. 7. 11.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누군가와 대화로써 마음이 잘 통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말에 참 민감한 편이라 대화 상대자의 말투, 억양, 단어, 어감, 속뜻 등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듣는 편이라서
보통 사람들은 흘려들을 수 있는것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며 조금 무감각해졌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가 그렇듯이, 상대방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들도 있으니까
대부분 상처를 받았어도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았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습관처럼 비슷한 패턴이 몇 번 반복되다보면,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마치 탁구처럼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상대가 자신을 보이는만큼, 나도 자신을 보여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그게 힘들어진다.
내가 내 속을 보이면 그게 공격대상이 될지 모른다는(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한 방어기제 때문에.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대화 상대자도 굉장히 많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길 바라면,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자' 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대화를 할 때에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주제가 끝나거나 혹은 그 사람의 말이 끝날때 까지는 얌전히 귀담아 들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면, 그걸 내가 그랬듯이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딴짓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마치 공을 가로채가듯이 말을 가로채서 '자신의 주제'로 바꿔버리는 사람도 있다.
한두번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자주 반복되다 보면 나는 들어주기만 하고, 나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많이 빼앗겨서
그 사람과의 대화시간이 지루하고 무의미해진다.  마치 10:1로 지고 있는 게임을 하는 축구선수처럼...
그런 사람과의 대화 또한 내가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과의 모임이라면 대화는 그야말로 '전쟁'같은 대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말을 가로채고, 원하는 주제를 밀어넣고, 말할 시간을 뺏고 뺏기는 전쟁같은 대화.
 
  
대화라는 것은 이기는 것이 목적인 경기가 아니고, 마치 가족과 함께 하는 탁구게임처럼..
공을 못 치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주고, 내가 한번 이기면 상대방이 한번 이길 수 있게 신경써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식, 의견, 감정 등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한쪽만이 아닌 '양쪽 모두가 즐거워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대화를 이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하고, 그런 대화를 항상 목말라하고, 갈구해왔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지만..)
매일 매일 이런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서로 깊이 공감하는 대화,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주고 받으며 즐거울 수 있는 대화...
매일을 그런 대화를 하며 살 수 있다면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도 채워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남자친구를 만났고, 대화를 할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참 대화가 잘통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목소리며 말투도 참 자상하고, 나처럼 내가 말을 꺼낼때에는 내 말을 귀담아주고..
내가 한 이야기에 대한 피드백도, 공감도.. 참 아낌없이 해주었다.
(처음 1, 2년은 내가 마음을 다 열지 않아서 속얘기를 많이 안하니까 오빠가 답답했던 적이 많았겠지만..ㅎㅎ)
서로 자신의 주제로 대화하려는 '전쟁같은 대화'가 아니고, 재미있게 탁구게임 한판 한것 같은 대화여서
매일매일의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
 
 
앞으로 나의 이상적인 대화 상대자가 또 늘어날지, 찾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요 근래에 본의 아니게 '대화'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일들이 있었기에... (사실 항상 일상 구석구석에 산재 해 있는 것 같지만)
'나'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서로의 가슴을 찌르지 않도록 한번쯤은 자신의 말하기를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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