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朴泰遠)은 서울 출생으로 필명은 박태원(泊太苑), 몽보(夢甫), 구보(仇甫), 구보(丘甫), 구보(九甫)이다. 경성제일고보를 졸업한 뒤 동경 호세이대학에서 수학하다 중퇴했다. 1926년 《조선문단》에 시가 가작으로 당선되며 문단에 등단하나, 본격적인 활동은 1930년 《동아일보》에 「적멸」을 발표한 이후에 이루어진다. 1933년에 모더니즘 성향의 문학 동인인 구인회에 가입하였으며, 이후 『소설가구보씨의 일일』(1938)과 『천변풍경』(1938)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 주목을 받는다.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던 1939년 이후, 창작보다는 『수호지』, 『서유기』 등 중국의 고전소설 번역에 주력한다.1950년 월북하여 평양문학대학 교수로 취임하였고, 1950년대 중반 숙청에 의해 창작금지를 당했으나 1960년 복귀하여 동학혁명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1부 1977, 2부 1980)을 남겼다.
박태원은 이데올로기적 경향이나 예술지상주의에 기울어지지 않고, 주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당시 식민지 치하의 경성을 살아가는 도시인의 일상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서술했다. 이상과 더불어 193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작가로 도시 공간의 이미지와 그곳에서의 세속적 삶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표현한 작가이다.
박태원의 『소설가구보씨의 일일』은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32회 연재한 후 1938년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작품은 소설가 구보가 서울 거리를 배회하면서 거리에서 만난 도시 풍경과 사람, 사물, 사건들에 대해 반응하며, 변화하는 내면 의식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공간의 이동에 따라 플롯이 구현되고 그곳에 적절한 사건이 배치된다. 구보의 루트라 할 도시 공간의 이동 경로는 작품 구성의 뼈대를 이룬다. 그것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소설적 기교를 활용하여 모더니스트로서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구보는 집을 나와 동대문행 전차를 탄다. 경성역 삼등 대합실로 이동한 구보는 온정을 찾을 수 없는 냉랭한 눈길들을 보고 슬픔을 느끼고, 다방에서 만난 친구가 돈 때문에 매일 살인과 강도, 방화범에 대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실에 애달파한다. 다방을 나온 구보는 동경 유학 시절 옛 사랑을 떠올린다. 여급이 있는 종로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세상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간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구보는 자신보다 어머니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생활을 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구보씨의 일일』은 작가 박태원의 실제생활을 반영한 자전적인 소설로 창작 노트를 소설화하는 고현학의 방법을 통해 창작됐다. 주인공인 구보가 집을 나서서 돌아오기까지의 하루 동안의 의식 세계가 중심 내용으로 문학을 하는 당대 지식인의 무기력한 자의식에 비치는 일상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산책자 화자를 통해 내면세계의 방황과 세태 풍속을 묘사한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소설가구보씨의 일일』의 초판본 서두에는 문학적 스승인 이광수에게 보내는 헌사가 실려 있다. 초판본 앞표지에는 소설집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12개의 사각형 안에 배치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초판본의 뒤표지에는 원고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송기섭) (한국 근대문학 해제집 I - 단행본, 2015. 12. 11.)
작품해설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박태원의 중편소설.
고도의 소설적 기교를 사용하여 모더니스트로서의 작가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이 거둔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미혼의 소설가 구보가 어느 날 집을 나서서 서울 거리를 배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울 거리의 풍물 및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구보의 내면 의식이 주로 서술되고 있다. 극적 사건 등의 서사성이 약화된 반면에 주인공의 유동적인 내면 세계가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부각되는 것은 특히 의식의 흐름이나 몽타주 기법 등 실험적인 소설 기법이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 교차를 통해 주인공의 복합적인 내면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내면 의식의 표출에 있어 전통적인 서술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한 점이 주목된다.
이 작품에 사용된 실험적 기법은 단순히 기법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관 및 인간관의 모색과 관련된다. 일의적(一義的)으로 포착될 수 없는 현실과, 일련의 감각‧지각의 흐름으로서의 인간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설적 기법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제 의식은 플롯과 결합되지 않고 바로 이 소설적 기법과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또 창작 노트 그 자체를 소설화하는 고현학(考現學)의 방법론과 여러 곳을 배회하는 산책자형 인물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히기도 한다.
줄거리
젊은 소설가 구보는 매사에 의욕을 갖지 못한 룸펜이다. 그의 어머니는 하릴없이 집을 나서는 아들을 염려해서, 등뒤에 대고 "일찌거니 들어오너라" 하면서 얇은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다. '직업과 아내를 갖지 않은, 스물 여섯 살 짜리 아들은, 늙은 어머니에게는 온갖 종류의 근심, 걱정거리였다. 우선 낮에 한번 집을 나서면 아들은 밤늦게나 되어 돌아왔다.'
혼인을 시키면 제 계집 귀여운 줄을 알아 자연 돈 벌 궁리를 하겠지 싶어 권할라치면, "돈 한푼 없이 어떻게 기집 멕여 살립니까?"가 그 대꾸이다. 월급 자리를 구할 생각은 없이, 집에선 책이나 읽든가 글을 쓰다가 나가면 밤중까지 쏘다니니 보기에도 딱했다.
때로 글을 팔아 돈 몇 푼을 벌어올 때도 있긴 하다. 그럴 때면 옷감을 끊어서 건넌방 맏며느리 바느질 솜씨로 치마를 해서 입고 일가집에 자랑하러 다닌다. 아무리 직장이 귀하다지만, 고등학교를 나오고 동경에서 공부까지 하고 돌아온 아들이 무직자임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한편, 집을 나선 구보는 천변 길을 따라 광교 쪽으로 향한다. 종로 네거리에 다다라 화신백화점을 기웃거리다가 나와서 전차를 탄다. 전찻간에서 우연히 1년 전쯤 맞선을 보았던 여자를 곁눈질로 보게 되었다. 여자와 행복의 상관성에 생각이 미치자 느닷없이 사춘기 시절에 친구의 누나를 짝사랑했던 때가 상기되었다.
조선은행 앞에서 내려 장곡천정으로 걸어가 이따금 찾는 다방에 들러서는 차를 마시고 레코드 음악을 듣는다. 친구가 아쉬워진 판에 면식이 있는 사람이 들어왔으나 비위가 맞지 않는 위인이어서 나오고 만다.
부청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골목 안에 골동품 가게를 하는 젊은 화가가 생각나서 찾아갔으나 출타중이라 해 되나온다. 문득, 자기가 소년 시절에 집안 안짬재기에게 부탁하여 「춘향전」을 읽었던 게 문학의 길을 택한 인연이었던 걸 떠올려본다. 거리에서 보통학교 때의 동창과 맞닥뜨렸으나 초라한 행색의 그 동창은 얼른 걸음을 피한다.
고독감에 사로잡혀 경성역 대합실의 군중 속에 파묻혀본다. 때는 바야흐로 황금광 시대다. '시시각각으로 사람들은 졸부가 되고, 또 몰락하여갔다. ' 그때 중학 동창생으로 전당포집 아들인, 지지리도 공부를 못했던 열등생이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차를 마시자 해서 엉거주춤 따라갔는데, 녀석은 애인을 달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호기 있게 칼피스를 주문하는 바람에 구보는 심드렁해져 이내 친구와 헤어진다.
다시 조선은행 앞까지 걸어와 신문사 기자로 재직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간곡히 청했다.
다방에 늦게 나타난 친구는 구보가 쓴 소설작품을 언급하다가는, 제임스 조이스의 대작『율리시즈』를 들먹인다. 구보는 그런 화제보다도 밖에서 들려오는 어린애 울음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그 울음은 어느 친구가 남긴 사생아를 기억나게 해 신의 질타를 곱씹게 되었다.
혼자가 된 구보는 종로경찰서 옆에서 다방을 경영하는 친구를 찾아가, 그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시간에 동경 유학 시절, 한 처녀와 교제했던 때를 회상한다. 자신의 무기력함과 어설픈 윤리의식으로 그녀를 잃은 데 대해 자신에게 회의를 느낀다. 주인인 친구와 함께 설렁탕을 들며 또 과거를 반추한다.
그 친구와는 밤 열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 사이에 궁금히 여겼던 어떤 친구의 조카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시골에 딴살림을 차려 산다니 불우한 처지일 게 분명했다. 수박을 사서 쥐어준다.
친구를 기다리는 다방에서 생명보험 외판원 노릇을 하는 중학 선배와 대면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어쩐 까닭인지 구보를 꼭 '구포'라 부른다. 맥주를 마셔 얼굴이 불콰했다. 동석한 사람에게 인사를 시키려는 양인지
"이리 좀 앉으시오. 참, 최군, 인사하지. 소설가 구포씨."
큰 소리로 떠든다.
마지못해 합석을 했더니 상대는 우쭐대는 태도로 병맥주를 권한다. 시답잖은 느낌이 드는 참에, 구보의 작품을 애독한다는 거며
"구포 씨를 선전하지요"
라는 말까지 뱉는다. 최군이라는 자가, 조선서는 원고료를 얼마 받느냐고 물어오자 구보는 더 참지 못해서 마침 나타난 다방 주인 친구를 채근하여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조선호텔 앞을 지났다. 가난한 소설가와 구차한 내 나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침울해졌다. '고독이 빚어내는 사상'에 젖어서 친구와 함께 낙원정의 카페로 찾아들었다.
여급들의 싸구려 웃음과 객쩍은 화제는 여느 때나 마찬가지다. 그러던 차에 열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앳된 소녀의 맑은 눈이 마음을 끌었다.
그녀에게 내일 야외 산책을 나가자며, 내일 정오에 화신상회 옥상에서 만나는데 동의하는지 그 가부를 ×표로 표시해달라고 청했다. 새벽 2시, 종로 네거리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에 친구가 여급이 표시한 종이쪽지를 보자고 했다. ×표였다.
구보는 집으로 돌아오며, 이후 어머니가 자신의 혼인 얘기를 꺼내면 쉽게 어머니의 욕망을 물리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작가의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무기력한 소설가 구보가 집을 나서 경성 거리를 배회하면서, 거리의 풍물 및 사람들을 관찰하고 느낀 자신의 생각을 적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보는 경성 거리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기도 하고, 황금을 좇는 세태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구보의 내면의식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의식의 흐름 기법과 몽타주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구보의 의식의 흐름과 행동에는 목적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보이지 않는데, 이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에 빠져 살아가는 1930년대 지식인들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정리
갈래 : 중편소설, 세태소설, 자전적 소설, 모더니즘 소설
성격 : 관찰적, 모더니즘적
배경 : 1930년대 어느 하루/경성의 거리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여로형 구성, 원점 회귀형 구성.
소설의 일반적인 구성방식을 따르지 않고 외출하여 귀가할 때까지 '나'의 관찰과 심리 위주로 서술
주제 : 무기력한 소설가의 눈에 비친 1930년대 경성의 일상
예술인으로서의 갈등과 일상적 행복에 대한 소망
한 지식인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과 극복 태도
특징 1. 대상을 묘사하고 관찰하는 것이 주를 이룸
2. 공간의 이동에 따라 내용이 전개됨
3. 내면의식의 표출을 위해 의식의 흐름, 몽타주 기법 등 실험적 장치들을 사용
4. 주인공의 하루 생활을 소재로 삼음
의의 1. 박태원이 자신의 창작방법론을 고현학(현대적 일상생활의 풍속을 면밀히 조사, 탐구하는 행위)이라 했는데, 이를 적용시킨 작품.
2. 박태원의 실제 생활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3. 1930년대 문학인의 일상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그 당시 문학인의 의식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지표를 제공.
* 이해와 감상
구보는 목적 없이 외출해 거리를 배회하면서 속물주의, 타협주의, 패배주의 등 타락한 도시의 일상적 모습을 발견한다. 이러한 우울감과 생기없는 일상들은 당시 아무런 희망도 목적도 가질 수 없었던 도시의 삶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라는 당시의 상황과 연결지어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패배의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기법은 이상의 초현실주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기법으로 과거의 사랑을 회상하는 대목이 대표적인 예이다. 구보씨가 관찰하는 것은 양면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성역을 중심으로 한 지게꾼, 유랑민, 시골 노파, 병에 걸린 노동자 등 암울한 식민지의 도시풍경이 있는가 하면, 종로통의 카페를 중심으로 한 휘황한 풍경을 보여주면서 근대화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시풍경보다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그의 내면의식이다. 구보의 내면세계는 회의에 젖어있다. 만사를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며 번만과 방황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의식의 과잉상태가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다만, 작품의 끝에 이르러서 고민과 방황의 긴 수렁에서 스스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 자기 극복의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는 점이 위안이 되기는 한다.
* 구보의 사고에 나타난 양면성
구보는 한 가지 사태에서 양면을 보고 상반된 판단을 내린다. 예컨대 행복하다고 생각하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깨닫는 진실은 없다. 그저 그런 회의에 빠질 뿐이다. 이런 사고패턴을 통해 작가는 무기력과 회의감에 빠져있는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려 한 것이다.
* '고독'의 의미
소설가 구보는 세속적 일상과 거리를 두기 위해 고독을 선택하고, 세계와의 화해를 거부하는 고독한 삶은 그 증후로 모든 신경조직의 불편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소설가 구보는 정신과 육체, 모든 면에서 일상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적 현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보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의식, 무의식적으로 세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거부하며 화해를 꿈꾸기도 한다. 이것은 고독 때문에 억압된 욕망들이 무의식 저편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의 한 양상이다. 구보의 갈등은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뚫고 억압된 욕망들이 구보의 의식 속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날개>의 공통점
1.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의식의 세계를 다룬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
2. 주인공이 경제생활 능력을 결여한 사람
3. 둘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
4. 주인공이 외출해서 느낀 점을 순차적 단순 구성으로 그림
* 박태원의 창작방법론
박태원은 자신의 창작방법을 고현학이라고 이름붙임.
고현학 : 현대인의 생활을 조직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현대의 풍속을 분석, 해설하는 학문
그의 작품에서 고현학은 실재하는 인간의 사생활을 소설화하는 것, 소설작법을 겉으로 직접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이 작품에서 '이상'과 '김기림'이라는 실존인물의 사생활을 다루고 있다는 점, 대학노트를 끼고 서울을 배회하며 관찰, 기록하고 있음을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점 등으로 고현학의 방법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 박태원 소설에 나타난 실험적 기법
박태원이 주로 쓴 실험적 기법으로는 인물의 내면의식을 시간 순서와 논리성을 무시한 채 열거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과 소설 속 내용을 이미지화하여 선명한 인상을 떠올리게 하는 몽타주 기법이 있다. 또한 신문 구인란이나 가게의 간판을 고딕체로 표기한 것, 종결어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소설 전체를 써내려간 것, 첫 어절을 소제목으로 처리하거나 잦은 쉼표의 사용으로 인한 급박한 서술 또한 기존의 소설과 차별성을 갖는 세련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법들은 언어의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시각 예쑬인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설의 내용과 형식적 측면에서 영화의 기법을 통해 소설창작 과정을 분석하고 개념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박태원은 특히 영화에서의 몽타주와 오버랩 수법을 응용함으로써 소설 속의 내용을 의미지화하여 선명한 인상을 떠올리게 한다. 즉, 인물의 연상작용에 의해 시선을 쫓아 외부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나,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는 장면을 통해 인물의 내면의식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고현학적 기법이 자주 등장한다. 고현학이란 현대인의 일상생활의 세세한 풍석을 조사, 탐구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이는 첫째, 공적인 인물을 작품 속에 직접 등장시키는 방법과 둘째, 자신의 소설 창작 방법을 작품 속에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장과 공책을 들고 주변을 관찰하는 구보의 모습 등을 통해 작가의 고현학적 창작 기법을 구현했다.
- 몽타주 기법 : 한 시점 동안 여러 곳의 상황을 동시에 겹쳐 기술하는 기법.
다방에서 벗을 기다리던 구보가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보고 과거 동경시절, 자신의 연애사건을 회상하는 장면에 사용되고 있다.
- 의식의 흐름 기법 : 의식의 흐름은 소설 속 인물의 의식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계속 받아들이고 반응하며 연속되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을 소재로 삼는 작가들은 인간의 실존이 외부로 나타난 것에서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연속적인 전개과정에서 더 잘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내적 실존은 외부로 나타나는 것처럼 논리적, 조직적이지 않고 비논리적이며 파편들이 섞여 연속되고 있으며 이 파편들은 일상 체험의 연속성과 자유연상 작용 때문에 연속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을 심리주의적 기준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자연히 인상, 회상, 기억, 반성, 사색과 같은 심적 경험이 소설의 주요 제재가 된다.
* 모더니즘 소설로서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0년대 김기림, 김광균 등에 의해 주도된 모더니즘은 신선한 감각으로써 근대문명이 던지는 인상을 붙잡고자 했다. 그리하여 제재부터 도회적인 것에서 구했으며 근대 문명 속에서 형성되어 가는 새로운 감각, 정서, 사고가 문학 작품 속에서 다루어졌다. 모더니스트들은 도시의 조형 자체가 근대의 사상을 대변하므로 근대의 풍경을 다룸으로써 근대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이 작품에서는 1930년대 경성을 바탕으로 하여 도시체험의 충격을 직접 드러내고 있으며, 허구로써 소설의 기능이 의도적으로 무시된 듯이 보일 정도로 사실에 입각하여 서술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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