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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보

책, 이기적 유전자 리뷰 / 줄거리 요약 정리

by 솜비 2023. 10. 13.

 

제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이 책은 다윈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해 진화론이 초래하는 결과를 두루 살펴보기 위해 쓰였다.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낸 기계라는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세상에서 때로는 수백만 년 동안이나 생존해 왔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에 어떤 성질이 있음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여기에서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정의가 주관이 아닌 행동에 근거한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선택설 : 집단의 유지·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개체들로 구성된 종이나 종내 개체군은 각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절멸의 위험이 적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상은 자기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가득 찬다.

개체선택설(유전자선택설) : 다른 이타주의자를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반역자가 한 개체라도 있으면, 그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더 잘 살아남고 자손도 더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손은 그의 이기적인 특성을 이어받을 것이다. 여러 세대의 자연선택을 거치고나면 이기적인 집단이 될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40주년 기념판), 을유문화사

제2장 자기복제자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에는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 단순한 화합물이 있었다.

화학자들은 초기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재현하려는 많은 시도를 했다. 가능성 있는 이들 단순한 물질을 플라스크에 넣고 자외선이나 전기방전(원시 시대의 번개를 인공적으로 모방한 것) 등의 에너지원을 가한 뒤 2~3주 지나면 아미노산이 발견됐는데, 이것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대표 물질 두 가지 중 하나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요소다.

더 최근에는 생명 탄생 이전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본뜬 실내 실험에서 퓨린과 피리미딘이라는 유기물이 생성됐다. 이들은 유전 물질인 DNA의 구성 요소다.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30~40억년 전에 해양을 구성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원시 수프'가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어느 시점에 특히 주목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이들을 자기복제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 복제자는 가장 크지도, 가장 복잡하지도 않았을 수 있으나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고 그것이 확대되면서 원시 수프는 모두 똑같은 복제자 사본의 개체군이 아닌,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몇 가지 변종 복제자의 개체군으로 채워졌다. 자기복제자의 오류는 진정한 의미의 개량으로 이어지며 생명 진화가 진행되는데 필수적이었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생물학자가 말하는 생물의 진화이며, 그 메커니즘도 바로 자연 선택이다.

원시수프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가 높은 안정한 분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고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을 보호할 그릇인 운반자를 만들기 시작했고 살아남기 위해 더욱 우수하고 효과적인 생존기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누적되고 진행되었다. 생존기계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제3장 불멸의 코일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A,T,G,C로 구성)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각각에는 그 신체에 대한 완전한 DNA 사본이 들어있다. DNA 분자는 복제와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일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제어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이 과정이 유아의 발육으로 이어진다.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체세포분열이라고 한다. 감수분열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 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이한 세포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절반으로, 이들이 수정되면 새로운 개체를 만들기에 딱 맞는 수다.

유전자는 염색체의 일부이고, 염색체보다 작은 유전단위는 두루마리 테이프에 적혀있는 인접한 암호문자의 서열이다. 유전단위는 짧으면 짧을 수록 더 오래 살 것이다(세대 수로 따져서). 특히 교차에 의해 쪼개질 확률이 적을 것이다. 감수 분열로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마다 한 염색체당 평균 1회 교차가 일어나며, 그 교차가 염색체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염색체 길이의 절반에 이르는 대단히 큰 유전 단위를 생각하면, 그 단위가 1회 감수 분열에서 쪼개질 확률은 50퍼센트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전 단위가 염색체 길이의 1퍼센트 밖에 안된다면, 1회 감수 분열에서 절단될 확률이 1퍼센트밖에 안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단위가 자손의 몸에 담겨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작은 유전 단위, 예컨대 당신의 8a번 염색체 길이의 1/100 길이인 유전 단위의 수명은 어떨까? 이 단위 역시 당신의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지만 처음부터 당신의 아버지 속에서 모아진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전의 추론을 적용해보면 당신 아버지가 부모 중 한 사람에게서 그 유전 단위를 그대로 물려받았을 확률이 99퍼센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유전 단위가 친할머니로부터 온 것이라고 해보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친할머니가 자신의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그 단위를 그대로 물려받았을 확률 역시 99퍼센트다. 이렇게 작은 유전 단위의 선조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은 최초의 창조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개체의 자손은 하나의 계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는 것도 기억하자. 당신의 8a번 염색체의 그 짧은 일부분을 '창조한' 것이 당신의 조상 누구든 간에, 그 사람에게는 분명히 당신 외에도 다른 자손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유전 단위 중 하나는 6촌 형제에게 있을 수도, 영국 수상에게 있을 수도, 당신이 키우는 개에게 있을 수도 있다. 아주 옛날로 되돌아가면 우리는 다 조상이 같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작은 단위는 우연히 독립적으로 여러 번 조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위가 작다면 이런 우연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하나의 염색체가 완전히 당신과 같은 사람은 없다. 유전 단위가 작으면 작을수록 다른 개체도 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전자는 자기 마음대로 몸을 조작하며, 죽을 운명인 몸이 노쇠하거나 죽기 전에 그 몸을 버리면서 세대를 거쳐 몸에서 몸으로 옮겨 간다. 유전자는 많은 사본의 형태로 존재하는 장수하는 자기 복제자다. 그러나 무한히 사는 것은 아니다.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개체군도 개체도 아닌, 유전물질의 작은 단위(유전자)라는 것이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 것은 유전자가 불멸인 데 비하여 몸 이상의 큰 단위는 일시적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가 있다는 사실과, 개체는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제4장 유전자 기계

유전자는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유전자는 미리 생존 기계의 체계를 만들고,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 행동하며, 유전자는 그저 수동적인 상태로 그 안에 들어앉게 된다. 프로그래머가 미리 컴퓨터에 체스 프로그램을 설치해두면, 컴퓨터가 프로그램에 따라 계산하여 체스를 두지 매번 프로그래머가 지시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생존 기계의 행동은 빠르다. 먹이가 있으면 먹어야 하고 위험에 처하면 피해야 한다. 그러나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방식을 통해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 시간적 차이 때문에 유전자는 생존 기계를 직접 제어하지 않고 생존기계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전자는 생존기계에게 생존 기술의 각론이 아니라 일반 전략이나 비결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즉,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예측을 통해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다.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는 학습 능력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을 한다.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동물의 행동은 유전자의 제어 하에 있으며, 그 제어가 간접적이기는 하나 그와 동시에 매우 강력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시함으로써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하는 것은 신경계다. 유전자는 일차적 정책수립자이며 뇌는 집행자다. 그러나 뇌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정책 결정권을 갖게 되었으며, 결정권 행사에서 학습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책략을 쓰게 되었다.

 

 

 

 

제5장 공격 - 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동물들은 한정된 자원을 사이에 두고 경쟁할 때 무턱대고 싸우지 않는다. 무턱대고 싸우는 것에는 이익과 손실이 따르며 경쟁자의 죽음으로 다른 경쟁자가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두르기보다는 조금 기다리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축적해두는 편이 결과적으로 나의 승률을 높이는 선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살아남아 유전자를 가장 많이 퍼뜨릴 수 있는 전략, 바로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를 취한다. 이 전략이라는 것은 미리 프로그램 된 행동방침이다. ‘상대를 공격하라, 그가 도망치면 쫓아가고, 그가 보복해오면 도망쳐라’같은 것이다. 어떤 불분명한 메커니즘에 의해 동물은 마치 이러한 지시를 따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행동은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이다.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 또는 이입으로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선택의 벌을 받아 즉시 제거되고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해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진화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진다. 작은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공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동물을 독립된 이기적 기계로 보는 것이 편리했다. 이것은 가까운 혈연자를 다룰 때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혈연자끼리는 상당히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하나의 이기적 유전자를 위해 다른 여러 개의 몸이 충성을 다한다.

 

 

 

 

제6장 유전자의 행동 방식

이기적 유전자란 온세상에 퍼져 있는 특정 DNA조각의 모든 복사본들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장의 핵심은 유전자가 남의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자신의 복사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개체의 이타주의로 나타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자의 이기주의에서 생겨난 것이다.

​두 사람의 혈연자가 1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 근연도라는 지표로 표시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근연도는 1/2, 형제간 1/2, 사촌간 8/1로 나타낼 수 있다. 근연도가 높은 혈연자일수록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어떤 규칙을 통해 혈연자임을 안다. 자기 종의 구성원이라든가 같은 무리에 속해 있다면 혈연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타적 행동을 통해 자신과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존속을 돕는다.

생명체의 몸은 지금까지 생존해 온 유전자가 프로그램한 기계다. 지금까지 생존해 온 유전자는 과거에 그 종이 살아왔던 환경의 평균적 특징이 되는 조건들 속에서 생존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손익의 ‘추산’은 인간이 결정을 할 때처럼 과거의 ‘경험’에 근거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과거에 유전자가 살아남은 조건을 말하는데 조건이 터무니없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 추산은 쓸만한 것이고 생존 기계는 평균적으로 올바른 결단을 내리게 된다. 만약 조건이 급변하면 생존 기계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유전자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오래된 정보에 근거한 인간의 결정이 틀리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상상컨대, 인종 편견이란 신체적으로 자기와 닮은 개체를 인식하고 겉모양이 다른 개체에게 못되게 구는 혈연 선택을 거쳐 진화해 온 경향이 비이성적으로 일반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모-자식 간의 유전적 관계는 대칭적이고 근연도도 어느 쪽으로나 똑같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진히 자식을 돌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 쪽이 나이도 많고 매사에 더 능숙해서 자식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부모에게 먹이를 주려고 해도 아기는 실제로 그렇게 하기에 적당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자식은 항상 부모보다 젊다. 이것은 대개의 경우 자식의 기대 수명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수명은 동물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 가급적 계산에 넣어야만 할 중요한 변수다. 자식이 부모보다 기대수명이 긴 종에서 자식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제7장 가족계획

가족계획에서 다다익선의 단순한 논리가 옳을 리 없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개개의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쓴다. 그러려면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찌르레기) 만약 어떤 암컷이 기근이 예측되는 확실한 증거에 접했을 때 스스로 출생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서다. 부모는 일정량의 양육투자가 가능하고 그것을 각각 균등하게 분배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공평한 투자 정책은 의미가 없다. 우리의 관심사는 자식에 대한 불공평한 투자가 어미에게 득이 되는가에 있다. 양육 또한 유전자를 많이 남기기 위한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

 

 

 

제8장 세대 간의 전쟁

부모는 자식에게 공평한 분배를 하려고 하고 자식은 부모로부터 더 많이 얻어내려고 한다. 모든 자식의 유전적 근연도는 1/2이므로 유전적으로 어미가 자식을 편애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가 실제로 편애한다면 그것은 연령 등에 따라 결정되는 기대 수명의 차이 때문이다. 어미의 최적 전략은 자손이 번식할 때까지 양육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수의 새끼에게 공평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근연도가 형제자매에 대한 근연도의 두 배이므로, 제반 조건이 동일하다면 어미가 다른 형제자매보다 자기 자신에게 많이 투자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실제 이상으로 배고픈 척하는 것처럼 부모를 속일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9장 암수의 전쟁

암수 누구나 자신의 생애 동안 총 번식 성적이 최대화되기를 바란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 및 수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수컷들은 일반적으로 아무 암컷하고나 짝을 짓고 자식 부양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항하는 대책으로 암컷은 두 가지 대표 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한편, 수컷은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에 대응하여 새의 화려한 깃털과 같이 매력을 과시하고,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에 대응하여 암컷에게 공을 들여 구애를 한다. 암컷이 이 두 대항책 중 어느 것을 취하는지, 또 수컷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모두 그 종의 생태적 환경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확실히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아버지보다 더 직접적인 일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도 대개 아이에게 주는 물질적 자원을 얻기 위해 보다 간접적인 의미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난혼제인 사회도 있고 하렘제에 기초한 사회도 많다. 이 놀랄 만한 다양성은 인간의 생활양식이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됨을 시사한다.

 

 

 

제10장 내 등을 긁어 줘, 나는 네 등 위에 올라탈 테니

개체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은 집단 생활을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포식자는 가까운 개체를 사냥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피식자 개체들은 위험 면적을 줄이기 위해 중앙으로 밀집하여 무리를 이룬다. 새는 포식자가 나타나면 경계음을 내어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무리에게 경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리 전체가 이동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줄인다.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 받는 관계를 상리공생이라 한다. 서로 다른 기능을 제공하고 서로 큰 이익을 주고 받아 진화적으로 안정한 상호 협력 전략이 얻어질 수 있다. 개미와 진딧물은 대표적인 상리공생 관계이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 것이다. 이익의 제공과 이에 대한 보답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발생할 때 사기꾼(이익을 얻고 보답하지 않음)이 발생한다. 다수의 원한자(보답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 이익을 주지 않음)와 소수의 사기꾼 전략이 진화적으로 안정하다.

성공한 유전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비정한 이기주의'이다. 그러나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협력도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략이다.

 

 

 

제11장 밈 - 새로운 복제자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유전적 전달이 더 보수적이지만 일종의 진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유전자가 아닌 수단에 의해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게다가 그 속도는 유전적 진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밈(미멤mimeme+진gene)’은 문화 전달 또는 모방의 단위인데,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으며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이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리처드 도킨슨은 '자기 복제자는 진화한다'는 보편적 진화론을 유전자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에 적용하여 '밈'이라는 개념과 용어를 창시한다.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이다. 유전자의 집합은 세대가 지나면서 희석되지만 밈 복합체는 온전히 유지되어 전해진다.

 

 

 

제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서로 협조하면 둘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상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상호 배신의 운명이다. 그러나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서로에게 신뢰 또는 불신을 쌓고 보복하거나 회유할 기회를 얻음으로서 서로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 물주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서 둘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반복이란 게임의 끝을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 만약 마지막 게임이라는 것을 안다면 서로 배신의 카드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의 생활까지도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게임 투성이다.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도 어떤 전략들이 전략들의 집단 내에서 이미 다수를 점하고 있을 때 계속 좋은 성적을 얻게 되는 ESS가 존재한다. 이 때 마음씨 좋고 관대한 전략이 ESS가 될 것인데 그 이유는 이 전략이 배신의 사슬을 빠르게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일어났던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 live-and-let-live' 운동, 무화과말벌, 농어의 협력과 배신, 박쥐의 헌혈을 예로 들고 있다. 공통점은 신뢰와 협력이다.

 

 

 

 

제13장 유전자의 긴 팔

자연 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결과, 즉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유전자는 자신이 들어앉아 있는 생물체 바깥의 세계에까지 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 비버 댐, 새집, 날도래 애벌레의 집을 예로 들고 있다.

(비버 댐) 자연선택은 나무를 운반하기에 적합한 호수를 만드는 비버의 유전자를 선호했을 것이다. 나무를 자르기에 적합한 이빨을 만드는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비버의 호수는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며 이것은 몇백 미터나 뻗칠 수 있다. 유전자의 영향력이 이렇게도 멀리까지 뻗칠 수 있다니!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그 것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로의 출구(알이나 정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과 같은 한 생물체에 들어 있는 어떤 유전자가 만일 정자 또는 난자라고 하는 종전의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을 퍼뜨리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그 유전자는 새로운 방법을 택하여 비협조적이 될 것이다. 유전자는 개체의 체벽을 통과하여 바깥세상에 있는 대상을 조종한다. 그 대상 중 어떤 것은 무생물체이고, 어떤 것은 다른 생물이며, 또 어떤 것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유전자의 긴 팔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세상 전체가 멀거나 가까운 표현형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잇는 인과의 화살로 가득 찬 셈이다.

자기복제자는 더 이상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지 않다. 이들은 거대한 군체, 즉 개체의 몸 속에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뭉쳐진 자기 복제자가 표현형에 초래하는 결과는 세상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그 개체에 응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참고 - 고등학생을 위한 참고용 자료 (비상 '독서' 교과서의 이기적 유전자 독후감)

유학을 떠나면서 내심 기대했던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장면과는 달리 나는 3년 동안 기생충 연구에 매달렸고, 공부하는 과목도 수학 생태학과 같은 학술적인 분야가 많았다. 아프리카 평원에서 기린을 만나는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연구였다. 그래서 혹시 그 비슷한 수업이 없나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우리로 치면 ‘축산학과’ 같은 과에서 어떤 교수님이 사회 생물학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즉시 수강 신청을 했다.

그 수업에서는 『사회 생물학』이라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주 교재로 활용 했는데, 이 책이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저서로 사회 생물학에 대해 일대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명한 책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것을 몰랐을 때도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이런 학문이 있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1975년에 나온 이 책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으며, 윌슨 교수는 이 책 때문에 물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 생물학』을 읽으며 발견한 또 다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이미 『사회 생물학』을 읽으며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으므로 관련된 책들을 다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리처드 도킨스 교수가 쓴 『이기적 유전자』를 사서 읽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은 아마 단 한 번도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생을 마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기적 유전 자』를 읽으면서 그런 엄청난 경험을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미국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나의 영어 실력은 그리 출중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점심때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밤을 새운 것이다. 나는 붕 떠 있는 기분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해가 막 뜨려는 뿌연 새벽이었는데,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제 점심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의문이었던 많은 문제가 서서히 답을 보여 주는 듯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재해석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뒤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새로워졌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의 디엔에이(DNA)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생존해 왔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 숨 쉰다고 생각했던 우리 역시 우리 몸속의 디엔에이(DNA)를 보존하고, 이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즉 우리의 존재 이유를 우리 몸속의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다. 이 책의 저자인 도킨스에 따르면 디엔에이(DNA)는 ‘불멸의 나선’이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 기계’라 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은 그날 그 새벽에 바라본 세상의 모습, 그 순간을 잊지 못한 다. 그때부터 내 삶은 그 전과 후로 완벽하게 갈렸다. 그 전에는 여러 가지 삶의 의문에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하면서, 그때마다 다른 답을 내고는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그 새벽부터는 모든 것이 한 길로 나란히 늘어선 것처럼 가지런해졌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분석하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그때 느낀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깊은 고민에 빠지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사회 과학을 하는 친구들이 그런 모양이었다. 그동안 공부해 왔던 것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세상을, 인간의 삶을 그렇게 설명해 버리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입니까?”

나는 사회 과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주워들은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그들이 겪은 혼란이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이 왜 그런 것인지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 ‘도대체 뭘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를 고민한다. 그것이 사회 과학이며, 지금까지 인류가 연구해 온 사회 과학적 결과물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답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다음에 그 문제들이 하나의 줄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몸속의 모든 핏줄이 하나로 쫙 몰려서 말끔히 씻겨 내려가듯 야릇한 기분이었다.

‘아, 이제야 찾았구나. 내가 그동안 쇼펜하우어로 갔다가 동양 사상에 빠졌 다가, 혼자서 애를 쓰면서도 못 찾았던 답을 드디어 찾았구나.’ 어려서부터 유난히 그런 의문에 사로잡혔던 나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는 했다. 재수 시절, 니체니 쇼펜하우어니 하는 철학자들의 책을 파고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는 일부러 몇 군데 절을 찾아다니며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삶 자체와 삶에서 만나는 근원적인 의문을 풀어보겠다고 까불댔으며, 글을 쓴답시고 원고지를 붙들고 끙끙댄 것도다 그 맥락이었다. 하지만 도통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 데 어느 날 갑자기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기분이었으니 얼마나 황홀했겠는가?

그런데 그 황홀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좌절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답을 얻은 기분에 세상이 달라 보였는데, 그 단계가 지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만사가 시시하게 여겨졌다.

‘그래. 무엇 때문에 난 그렇게 애를 썼나?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기를 쓰나? 모든 것이 유전자 때문인데, 어차피 우리야 유전자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존재일 뿐인데…….’ 이런 생각이 드니까 모든 것에서 맥이 풀렸다. 열심히 사는 것, 노력하는 것이 모두 헛일이고 인생사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럼, 지금 내가 사라져도 별것 아니겠네? 세상은 유전자 덕에 탈 없이 유지될 테니…….’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잠시 살았다. 하지만 다행히 방황이 길지는 않았고, 재해석을 통해 세상의 의미를 정리했다.

‘이러면 안 돼. 미국까지 공부하러 와서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기회를 찾았 고, 이제 막 시동을 걸었잖아. 그 책이 말하려는 건 이게 아닐 거야.’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금방 추스를 수 있었으며, 새로운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존재 이유나 인간 행동의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책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 아류의 책들이 나오는 대로 나는 무조건 다 찾아 읽었고, 그책에 대한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돌이켜 보면, 그몇 년 동안 내가 토론한 주제는 오로지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룬 주제들이 었다. 끊임없이 그 주제들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을 거듭한 어느 순간, 나는 굉장히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인간 행동의 모든 근원이 유전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욱 명료하게 해 주었으며, 동시에 인간이 단순히 유전 자의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기계만은 아님을 깨닫게 했다. 인간은 의식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의식은 자유 의지의 형태로 나타나 인간이 유전자의 일방 적인 지시를 극복해 갈 수 있게 한다. 모든 생명체 중에 인간만이 유전자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 순간에는 인간에 대한 또 다른 경외감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또한 인간은 자유 의지뿐 아니라 문화의 힘을 통해서도 삶을 더욱 발전하도록 이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소재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런 뒤에는 항상 몇몇 학생이 나를 찾아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책을 읽고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좌절감이 너무나 큽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아는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도 얼마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그 책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하 면서 계속 깊이 파고들다 보면 나름대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고 더 깊이 공부하고 생각해 봐라.”

정말로 한 권의 책이 나를 온통 흔들어 놓았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고, 내가 왜 그리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그런 존재일 수 있어.

그렇지만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온 힘을 다해 모든 상황을 즐기며 살아가면 되는 거야. 나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아름답게 걸어가자.’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허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들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운명론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분명 운명론자와는 다르다. 나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걷는 그 길 속에서 분명 나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 최재천, 『과학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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